1인 가구와 기술
2화

혼자 사는 사람들

어느새 열 집 중 네 집은 혼족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어떨까? 2022년 6월 기준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967만 8000가구다. 전체 가구의 40.8퍼센트로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1] 즉, 열 집 중 네 집은 혼자 산다는 얘기다. 주변만 둘러봐도 혼자 사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1인 가구의 연령 분포도 흥미롭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1인 가구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9퍼센트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뒤를 잇는 것은 17.1퍼센트를 차지한 30대, 16.4퍼센트를 차지한 60대다. 생애 주기상 이미 결혼을 했거나 가정을 꾸렸을 가능성이 큰 40~50대, 혹은 보호자와 함께 살 가능성이 큰 70대 1인 가구 수 역시 10퍼센트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1인 가구 증가는 한국만의 일인가?

사실 이 같은 1인 가구화 현상은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유럽 연합 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의 33퍼센트가 1인 가구다. 그중 1인 가구 비율이 상위권인 국가는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노르웨이는 46.9퍼센트, 핀란드는 45.4퍼센트, 스웨덴은 44.8퍼센트, 덴마크는 44.3퍼센트를 나타내고 있다.[2] 1인 가구 비중이 서서히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38.1퍼센트, 개인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은 28퍼센트로 적지 않은 수치를 나타낸다. 주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높은 1인 가구 비율을 보이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지만, 이 배경엔 각 나라마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 현상에는 어떤 특수성이 있을까? 비율도 문제지만 관건은 증가 속도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20년에 걸쳐 확대됐다. 2000년 15.5퍼센트, 2005년 20.4퍼센트, 2010년 23.9퍼센트, 2015년 27.2퍼센트, 그리고 2020년 31.7퍼센트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3] 5년마다 약 3~5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는 꼴이다. 같은 시기 유럽 국가의 1인 가구 비중이 5년마다 약 0.5~2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한 것에 비하면 매우 가파른 속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지금 열 집 중 네 집이 혼자 살고 있다는 점이 아니다. 열 집 중 다섯 집이 혼자 사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1인 가구 증가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에 근거한 사회의 기본 단위로 설명한다. 이러한 가족 구성을 이르는 말로 ‘정상 가족’이라는 개념도 생겨났는데, 이것이 정책 용어로 자리 잡으며 가족 구성의 다양성은 무시된 채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에 따라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집이 지어졌고 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인 가구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의 집과 법·제도는 다양한 가족 구성 형태를 포괄하지 못한다. 1인 가구가 폭증한 다음에야 정상 가족의 개념을 삭제하려는 정책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법이 실제로 개정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4] 집의 구조 역시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법은 느리지만 기술은 빠르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에 기술은 비교적 기민하게 적응하고 있다. 또한 기술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따라 발전하기에 1인 가구가 겪는 세세한 문제에 직관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1인 가구에 대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고민이다. 1인 가구는 왜 증가했고 그들이 겪는 문제는 무엇인가?

 

그렇게 우리는 남이 된다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은 크게 비자발적 이유와 자발적 이유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비자발적 이유를 살펴보면 직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안정성, 한국 사회의 경쟁 심화를 들 수 있다. 머릿속으로는 당연한 얘기 같지만 숫자와 함께 보면 그 심각성을 더 면밀히 알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직업 구조의 변화가 가족 구조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비정규직과 긱 이코노미(Gig Economy)[5]가 활성화되면서 노동자의 지위는 불안정해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긱 이코노미는 4550억 달러(545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긱 노동자(Gig Worker)는 기본적으로 단기 계약직 혹은 임시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의 유연성,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율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이므로 하루 사이에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긱 이코노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는 매일의 수요에 따라 임금 변동 폭이 크다.

노동자의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지위는 다인 가족 형성의 고리를 끊는다.[6]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하에서 결혼은 가족 형성이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러한 결혼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비혼은 독립성을 의미하는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1인 가구 모두가 자발적인 비혼 상태는 아니다. 미혼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적합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서’라는 답변이 32.3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라는 답변이 32.2퍼센트로 뒤를 이었다.[7] 겨우 0.1퍼센트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두 답변은 비혼 혹은 미혼의 양면성을 보여 준다. 이는 통계청의 2019년 조사 결과와도 무관치 않은데 1인 가구인 임금 근로자 중 32퍼센트가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이었다. 같은 조사는 아니지만 미혼 사유에서 경제적 이유를 든 사람의 비율과 비정규직 비율의 숫자가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묘한 구석이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도 1인 가구 증가에 기여한다. 한국 사회의 입시·취업 경쟁 과열은 가족과 떨어져 독립 가구를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기 계발과 성장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기 위해 사람들은 이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업에 놓인 학생들은 ‘인서울’로 대표되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 졸업 후에도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심 속 여러 지역으로 이사를 다니며 고군분투한다.[8] 실제로 2020년 혼삶을 택한 이유로 ‘학업·직장’을 꼽은 사람들은 24.4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2년 내 주거 이동률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청년층의 82.6퍼센트가 2년 내 주거지를 이전했고, 평균 거주 기간도 1.2년에 불과했다. 이는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성과도 이어진다.[9]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를 택하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혼삶을 결심하는 사람도 많다. 개인화는 한국의 지나친 집단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개인의 정체성보다 집단 내 역할이 강조된다. 가족은 개인이 최초로 소속되는 집단의 단위로 한국 사회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역시 산업화 이후 전형적인 가구의 모습을 따른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요구받은 개인은 가정에서조차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왔다. 1인 가구는 아시아 문화권의 특징인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피처로서의 선택이 되기도 한다.

일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도 1인 가구화와 연결 지을 수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적 자유도는 낮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여성이 증가하며,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졌다. 통계적으로 남성의 46.7퍼센트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한 반면, 여성은 24.3퍼센트만이 동의하고 있다. 처음 결혼하는 나이를 의미하는 초혼 연령은 서울을 기준으로 남성 32.2세, 여성 29.8세다. 남녀 모두 30세가 되어야 처음 결혼을 한다.[10] 2인 이상의 다인 가구를 형성하는 시기가 전보다 늦어진 것이다.

1인 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사회 구조라면 기술은 이를 촉진하고 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혼자 살게 됐는데, 막상 살아보니 현대 문명 덕분에 혼자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보급된 ICT 기술은 개인의 능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들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 및 식사는 문 앞으로 배달되고 무거운 가구는 배송 기사에 의해 조립되며 이불 빨래는 세탁 서비스가 담당한다. 가족을 포함한 동거인의 도움이 크게 필요 없는 상태가 됐다. 기술의 발달은 1인 가구 유지 및 증가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ICT 기술에 의해, 개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더 이상 공백이 아니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여가를 엔터테인먼트와 온라인 활동으로 채운다. 언제든 모바일로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이를 생산할 수도 있으며 게임을 즐기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교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온라인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현대인들은 친구 혹은 낯선 사람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으며 혼자 있어도 타인과 연결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혼자 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11]

 

혼삶 속 문제들


이처럼 1인 가구 증가는 사회 구조 및 기술의 변화가 빚어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 혼자 살고 있지 않은 사람 역시 가까운 미래에 1인 가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더 나은 혼삶을 위해 1인 가구가 직면한 문제를 다양한 차원에서 들여다보자.

경제적 문제

1인 가구는 경제적으로 취약하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 10월 기준 일자리를 가진 1인 가구는 370만 가구로 전체 1인 가구 중 59.6퍼센트다. 나머지 40.4퍼센트는 학생·실업 등 무직이다. 2019년 1인 가구 소득 분포를 살펴보면, 월 80~250만 원 미만이 46.6퍼센트로 가장 많다. 80만 원 미만은 30.8퍼센트, 250~400만 원은 14.7퍼센트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상당수는 주로 구직 중인 청년들이며 소득이 넉넉지 않다. 여기에 다인 가구와 비교해서 나타나는 1인 가구만의 경제적 문제도 존재한다.
통시적(通時的)으로 보면 가족은 생애 주기를 반영한 경제 보완 시스템이다. 부모가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 자식들은 사회 진출을 위한 학습에 집중한다. 자식이 자라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한다. 부모와 자식 세대가 서로의 경제 활동 능력을 교차로 활용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1인 가구는 경제 활동 능력이 떨어져도 이를 보완해 줄 동거인이 없다. 2021년 기준, 1인 가구의 53.2퍼센트가 스스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12]

공시적(共時的)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다인 가구는 실직, 장기 입원 등의 이유로 가족 중 일부가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을 경우 다른 구성원이 일시적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1인 가구는 대안이 없다. 1인 가구는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할 상대가 없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이사항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위기에 직접 노출되는 것이다.

주거의 문제

70년대 이후 한국의 주거 공급 정책은 4인 가구 중심이었다. 공급된 주택 대부분이 두 자녀를 둔 부부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됐기 때문에 1인 가구의 주거 선택지는 좁아진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설계된 공간을 나눠 쓰거나, 원룸, 오피스텔 등 1인 가구에 맞춰 새롭게 설계된 주택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늘어나는 1인 가구 수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최저 주거 기준에 못 미치는 주택에 사는 1인 가구 비율은 10.6퍼센트, 2인 이상 가구는 5.3퍼센트다. 최저 주거 기준 미달은 면적이 14제곱미터(약 4.2평) 미만인 경우 또는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 화장실, 전용 목욕 시설 중 한 개라도 없는 경우를 말한다. 많은 1인 가구가 부엌 또는 화장실이 없거나, 네 평에도 못 미치는 좁은 방에서 지내고 있다.[13]

1인 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크게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생애 주기별 맞춤형 주택 공급을 위해 통합 공공 임대 주택 세대 평면 21개종을 개발해 다양한 평면의 주거를 공급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평면을 다양화한 것이다. 서울특별시는 ‘청년패스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 1인 가구에 40만 원 상당의 이사 서비스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1인 가구의 주거 비용을 보전하려는 제도를 시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주택 공급 제도의 선정 기준은 전반적으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국민 임대 주택 등 저렴한 주택 공급 제도에서 동일 순위로 경쟁 시 입주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가점을 얻어야 하는데, 이때 세대주의 나이가 많고 배우자를 포함한 65세 이상 직계 존속 1년 이상 부양자이며 미성년 자녀 수와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높은 가점을 받는다. 이러한 제도는 원천적으로 1인 가구를 배제하고 있다.

주거를 위한 금융 제도인 주거 자금 대출에서도 1인 가구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 ‘내집마련 디딤돌 제도’, ‘저소득 가구 주택전세자금 대출’ 지원 기준에서 만 30세 이하 단독 세대주는 제외된다. 또한 주택금융공사 HF에서 제공하는 일반 전세 자금 대출도 자격 기준을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로 명시해 1인 가구의 수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14] 청년 1인 가구는 사실상 주거 안정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실제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허울뿐인 지원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청년 주거권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 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청년들이 서로의 이사를 도와주고 주거 보조금 성격의 장학금을 도입하는 활동으로 시작됐다. 나아가 청년을 위한 주거 상담사를 양성하는 데 앞장서고,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을 발판으로 민달팽이 유니온은 약 10여 년 동안이나 청년의 주거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보여왔다.

혼자 잘 살기 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 주거에 관해 생각해볼 만한 여러 가지 이슈를 던졌다. 다음은 인터뷰 중 민달팽이 유니온의 발언이다.

“정말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고려한 주거 정책인가요? 수입이나 자산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못한 청년들에게 신용을 기반한 대출 정책으로는 충분한 주거 비용을 충당케 할 수 없어요.”

“상한 음식을 팔면 그 식당은 처벌받잖아요, 그런데 하자 있는 집을 팔았을 때는요? 이런 것도 집이라고 부동산에 내놓았나 싶은 집들이 너무나도 많을뿐더러, 당당하게 위반건축물을 판매하는 집주인과 중개사도 허다해요.”

“집 구하는데 부동산에서 부모님이 보증금 지원 안 해주냐고 묻더라고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이는 제대로 된 주거 환경조차 영위할 수 없는 사회가 과연 공정함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각종 주택 정책이 위치하는 곳이 전부 달라요. 월세 지원은 서울 주거포털에서, 주거 상담은 서울주거상담센터로, 전세자금 목돈 마련은 서울청년포털로 들어가서 봐야 해요.”

이렇듯 1인 가구의 주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민달팽이 유니온과 같이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지점이 아직도 많은 것이다.

건강의 문제

한편 1인 가구는 눈치를 볼 동거인이 없어 다인 가구보다 훨씬 자유롭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혼삶의 자유는 1인 가구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스스로 훈련된(self-disciplined) 사람들은 본인만의 생활 리듬을 유지하며 건강한 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생활 리듬을 잃어버리기 쉽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인 가구의 건강 관리 실천율은 전체 인구에 비해 낮았다. 정기 건강 검진과 적정 수면 실천율은 75퍼센트 내외지만, 규칙적 운동 실천율은 39.2퍼센트로 저조한 편이다. 불규칙한 수면과 생활 패턴은 당연하게도 건강에 큰 해가 되는데, 1인 가구는 아플 때 가까이서 상시로 돌봐줄 누군가도 없다.[15]

식사 역시 건강과 관련해 1인 가구가 해결해야 할 큰 문제이다. 시간을 맞춰 끼니를 챙기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위한 사회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게 식사를 챙기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사회적 리듬을 느끼지 못하는 1인 가구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 끼를 먹으며, 일주일에 다섯 끼를 컵라면, 삼각김밥, 과자류 등으로 대충 때운다. 간편함에 치중한 식사는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또한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건강 행태를 비교분석한 연구에서 청년 1인 가구의 흡연율과 음주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16] 자유가 1인 가구의 건강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생활의 문제

1인 가구는 일상생활의 부담이 크다. 가사 노동을 분담할 사람이 없어 한정된 시간을 쪼개 일도 하고 가사까지 해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가사 도구 일체를 좁은 공간에 구비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25퍼센트가 식사 준비, 주거 관리 등 가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생활비와 같은 경제적 문제나 외로움 등 정서적 문제보다 높은 수치다.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의 ‘1인분 서비스’나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와 같이 1인 가구를 겨냥한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식사 배달, 세탁물 처리에 한정되어 있으며 적극적으로 이용하기에는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안전의 문제

1인 가구, 특히 여성 1인 가구 사이에서 꾸준히 대두되는 어려움은 안전 문제다. 1인 가구의 걱정은 응급, 구급 상황, 생활 안전, 주거 침입, 도난으로 나뉜다. 한국 사회의 치안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고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지만 주거 침입에 대한 1인 가구의 걱정은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도난 및 강력 범죄에 대한 우려가 크다. 1인 가구가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주거지가 근본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위험 상황에 혼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0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지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주택 자체에 방범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하다. 안전·방범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로 “CCTV 부족”, “주변 이웃을 신뢰하기 어려움”,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등이 언급됐다.

게다가 1인 가구는 위험 상황 발생 시 대처 자체가 어렵다. 대처와 신고를 혼자서 동시에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절반에 가까운 1인 가구가 안전·방범을 강화하기 위해 집에 방범 장치를 설치한다. 여성의 경우, 휴대용 호신·경호 기기를 구비하거나 비디오 폰(video phone) 등을 설치한다. 실제로 20대 여성 13퍼센트가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공효진, 김예원 주연의 스릴러 영화 〈도어락〉과 같이 여성 1인 가구의 공포를 주제로 한 영화도 나왔다.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침입하면 가족·지인을 긴급 호출해야 하는지, 경찰에 우선 신고해야 하는지, 주어진 상황을 먼저 수습할 것인지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또한 거주자가 눈치채기 어려운 주거 침임 범죄 수법도 있어 1인 가구 혼자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외로움 문제

혼삶의 어려움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사회적으로 유리된 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외로움은 증가한다. 1인 가구가 겪는 외로움은 사회 문제로 발현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 가능한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488명이다. 고독사 가운데 54.9퍼센트는 50~64세 중장년인 것으로 나타났다.[17] 고독사에 취약한 계층이 사망 전 호소한 어려움으로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 지방 자치 단체(이하 지자체)는 이를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고독사 감지 및 대응을 위해 많은 활동을 벌인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중장년 1인 가구 맞춤형 상담, 고독사 예방 사업, 한지붕 세대공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18]

1인 가구가 느끼는 외로움이 모두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에 따르면, 관계로부터 비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생기는 외로움과 일반적 의미의 자발적인 고독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은 과도한 사회적 관계에 지쳐 있고, 그로부터 고갈된 사회적 자원을 충전하고 싶어 한다. 고독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한 사회적 생존 기술이다.[19] 반면 외로움은 사회적 유대감의 부재에서 온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위협이 되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1]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타현황〉의 계산법(1인세대 ÷ 전체세대 × 100)을 참고했다.
[2]
Eurostat, 〈Distribution of households by household size - EU-SILC survey〉, 2020.
[3]
통계청의 〈인구총조사〉다. 앞선 행안부의 수치와 다르다.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유학생 등 해외 체류자와 국내 거주 외국인 등에 대한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2008년 이전의 행안부 주민등록인구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1인 가구화의 긴 흐름을 보기 위해 통계청의 자료를 사용했다.
[4]
황두영, 〈정부는 ‘가족 다양성 포용’ 발표했지만, 여전히 높은 국회 문턱〉, 《시사IN》, 2021.05.18.
[5]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뜻의 긱(gig)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단기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이 있다.
네이버 오픈사전
[6]
조해언, 〈젊은 플랫폼 노동자의 초상〉, 《인문잡지 한편 5 - 일》, 5 민음사, 2021.
[7]
변미리, 〈도시에서 혼자 사는 것의 의미:1인 가구 현황 및 도시정책 수요〉,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21(3), 2015, 551-573쪽.
[8]
에릭 클라이넨버그(안진이 譯),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더퀘스트, 2013.
[9]
박미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정책 대응방안 연구〉. 《국토정책 Brief》, 665, 2018, 1-8쪽.
[10]
홍승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족정책 대응방안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8.
[11]
에릭 클라이넨버그(안진이 譯),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더퀘스트, 2013.
[12]
통계청,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2021.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2019.
[13]
김종숙, 〈세대별, 성별 1인 가구의 고용과 가구경제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4.
[14]
이상화, 《나 혼자서도 잘 산다》, 시그널북스, 2013.
[15]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 2020.
[16]
신미아, 〈1인 가구와 다인가구의 건강행태 및 정신건강 비교 : 국민건강영영조사 자료분석(2013, 2015, 2017)〉, 《한국웰니스학회지》, 14(4), 2019, 11-23쪽.
[17]
정단비, 〈[뉴스줌인] 늘어나는 중장년 1인 가구 고독사,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있나?〉, 《데일리팝》, 2022.03.30.
《데일리팝》은 국내 최초 1인 가구 전문 미디어다.
[18]
여성가족정책실,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지원 시행계획〉, 2021.
[19]
월간혼삶, 〈토크 시리즈 #3 :: <사회성이 고민인 울트라 소셜>〉, 브런치,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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