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을 단순히 기술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기술과 함께 사회 전반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행히도 주거지 치안에 민감도가 높은 1인 가구를 위해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안심 귀가 서비스의 일환으로 ‘1인 가구 안심 동행 서비스’, ‘안심 골목길 음성 통화 비상벨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이러한 서비스들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혼삶의 연결고리
삶의 필수 요소가 채워지면 그다음은 외로움, 삶의 효능감 등의 문제가 따라온다. 1인 가구는 학교, 직장 등 공적인 일과를 제하고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혼자다. 아침에 눈 뜨고 잠들 때까지 하루에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를 혼자 생각하고 선택하며 생활한다. 그 과정에서의 외로움 해결과 자기 강화(self-reinforcement)를 위해 1인 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거나 사회·취미 활동을 한다. 자기 강화는 스스로 설정한 삶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 다그치거나 보상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0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에게 현재 걱정하는 것을 묻자, ‘외로움’이란 응답이 특히 20~30대 남성에서 높게 나타났다. 같은 보고서에서 혼삶을 하는 이들이 결혼 대신 그들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분야는 개인의 취미 활동과 여행, 여가가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3] 그렇다면 1인 가구의 이런 욕구와 수요는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1인 가구가 결혼 대신 비용·시간을 할애하는 분야
연령대 |
순위 |
남성 |
여성 |
20대 |
1 |
자유로운 생활 |
취미활동 |
2 |
생업에 더욱 충실 |
생업에 더욱 충실 |
3 |
취미활동 |
자기계발 |
4 |
취미용품 구입 |
국내·외 여행 |
30대 |
1 |
취미활동 |
취미활동 |
2 |
취미용품 구입 |
국내·외 여행 |
3 |
국내·외 여행 |
건강·미용 |
4 |
생업에 더욱 충실 |
생업에 더욱 충실 |
40대 |
1 |
자유로운 생활 |
국내·외 여행 |
2 |
취미활동 |
자유로운 생활 |
3 |
국내·외 여행 |
생업에 더욱 충실 |
4 |
취미용품 구입 |
취미활동 |
50대 |
1 |
생업에 더욱 충실 |
취미활동 |
2 |
취미활동 |
생업에 더욱 충실 |
3 |
건강·미용 |
자기계발 |
4 |
자유로운 생활, 여행 |
국내·외 여행 |
*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 2020.
사회관계의 측면에서 1인 가구는 원할 때마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느슨한 연대를 선호한다. 이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오프라인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는 취미·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문토(MUNTO)’다. 문토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 모임으로 취미나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운동·액티비티, 문화·예술, 푸드·드링크, 여행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소셜링 서비스는 아니지만 ‘트레바리(Trevari)’라는 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도 유명하다. 모두 1인 가구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어도 1인 가구의 사회적 욕구와 잘 어우러진다.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흐름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오프라인에서의 친분, 즉 사회관계를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 놓은 기성 소셜 미디어보다 익명 기반의 소셜 미디어가 주는 효과가 크다. 소셜 미디어의 문법을 흔들었던 ‘비리얼(BeReal)’은 진정성(authenticity)과 즉흥성(spontaneity)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을 위협하고 있다. 비리얼은 기존 사회 관계를 모바일에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공통의 놀이로 초대한다. 하루 한 번, 알람이 울리면 필터 없이 2분 내로 찍어야 하는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서구권의 Z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다. 사회적 가면을 벗어 던지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쉽게 ‘진실의 순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점점 익명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취향에 맞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늘어나고 있다.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1인 가구에게 적당한 거리감과 익명성은 매력적인 요소다.
한편 1인 가구 중에서도 자발적인 1인 가구들은 본인의 혼삶을 더욱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꾸려 가길 원한다. 따라서 건강 관리, 레저, 자기 계발, 여행 등 생산적인 활동에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우러지는 제품과 서비스도 많다. 대표적인 건강 관리 서비스로 홈 트레이닝·운동 앱, ‘AI 돌봄 로봇’, ‘알약 알리미’ 등이 있다. 이미 유명한 운동 앱인 ‘나이키 런 클럽(NRC·Nike Run Club)’은 달리기부터 코어 근육 홈 트레이닝까지 맞춤형 운동을 제안하고 그에 맞는 영상을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별적 건강 관리를 넘어 사람들과의 운동 모임, 레슨 등 또 다른 사회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외로움이나 효능감 문제의 해답을 꼭 인간관계나 자기 계발에서 찾지 않는 사람도 있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312만 가구다. 이 중 9.2퍼센트가 1인 가구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 많은 조건이 요구되지만 키울 환경이 된다면 정서적으로 큰 의지가 된다. 상당수의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미국에선 이미 2017년부터 1인 가구 대상 ‘펫 케어(Pet Care)’ 서비스가 성장세를 보였다.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펫 시터Pet Sitter 시장이 커짐에 따라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 역시 늘고 있다. 구루아이오티의 펫 시터 로봇 ‘페디(Peddy)’가 대표적이다. 페디는 집에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의 식사를 챙기고, 놀이를 통해 교감한다. ‘와요(Wayo)’, ‘도그메이트(Dogmate)’ 등 앱으로 펫 시터를 예약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들은 액션캠을 통한 실시간 영상, 돌봄일지 등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Re-Opening)으로 사람들의 외출이 잦아지고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돌봄 기술 산업 역시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를 넘어, 반려 로봇도 있다. 소니(Sony)의 로봇 애완견 ‘아이보(AIBO)’는 인공지능 엔진과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주인을 인식하고 미소에도 반응하며 강아지처럼 감정을 표현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돌봄을 제공할 여력이 없는 1인 가구들에게 반려 로봇은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다.
혼삶이 겪는 다양한 문제에 기술은 나름의 솔루션이 되고 있다. 다만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폭넓게 이용하려면 재정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맹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의 1인 가구 연소득 분포 추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1인 가구의 소득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삶의 현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1인 가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을 직시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결국 주거 문제다. 다음 장에서는 이를 공간 솔루션 관점에서 살피고 대안으로 등장한 코리빙(Co-living)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