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계에 연결된 인간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서 공학 분야는 생물학 및 신경과학과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살아있는 조직에는 그 자체의 특성이 있으며, 이것들이 전자기계 장치와 상호작용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제는 이런 관점이 변하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실험실에서 인간이 고안한 하드웨어가 우리의 대뇌피질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두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적어도 50년 동안 존재해왔다. 그것은 특정한 유형의 공상과학 소설에서는 흔한 소재이며, 전 세계의 많은 연구시설에서는 이미 과학적인 사실로 간주되고 있다.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그러한 공통적인 비전에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1]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 설명하고 있다. 인체 조직의 연약함을 컴퓨터 과학으로 증강(augmented)하려는 시도이다.
그것은 너무도 매혹적인 개념이라서 빌 게이츠(Bill Gates), 일론 머스크(Elon Musk),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를 포함하여 전 세계 기술계의 여러 거물의 관심과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억만장자들이 손을 대고 있는 연구자금의 규모는 유럽 대부분의 정부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다. 진취적이며 주도적인 개인으로서, 이들은 특정한 연구 주제들에 자신의 자원을 투입할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주류의 펀드 매니저들이라면 ‘이런 수준의 투자가 과연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치부할 만한 것들이다.
가장 유명한 기술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Neuralink)라는 회사의 대주주이다. 뉴럴링크는 이식 가능한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머릿속에 외과 수술로 삽입 가능한 전자장치를 개발하여 사람의 신경계와 외부의 컴퓨터 사이에 데이터 링크를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많은 진취적인 기술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뉴럴링크는 미국 서부 바닷가에 설립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뉴럴링크 본사에는 약 9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과 몇 년 안 되는 기간에 이미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그중에는 매우 가는 실을 두뇌에 이식하기 위해 설계된, 마치 재봉틀 같은 장치도 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는 간단치 않은 과정이다. 개개의 신경세포는 놀라울 정도로 작다. 현재 세대의 과학자들이 두뇌에 삽입하기 위하여 내놓는 전선은 우리 두뇌를 구성하는 작은 뉴런들의 섬세한 네트워크에 비하면 거대하면서도 번거로운 장치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각각의 전선들은 삽입된 지점으로부터 가까운 뉴런 집단에서 방전되는 전기 신호들을 감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의 두뇌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로 도움이 될까? 그것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재로서는 인간의 두뇌가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다만, 운동피질 및 감각피질의 상당 부분과 우리의 근육으로 지시사항이 전달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다.
만약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팬이라면, 많은 등장인물 두개골 뒤쪽에 콘센트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만약 이런 형태의 전자적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을 노트북에 연결해서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다운로드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쁜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그 반대 방향으로 메시지를 보내서 우리의 생각 몇 가지를 주입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좀 더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규율을 그들이 따르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른 생각을 주입한다는 아이디어는 최근 개봉한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의 마지막 부분에 잠시 나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다른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면 주입되는 나노(nano) 크기의 이식 장치를 개발한다. 이것이 일단 다른 사람의 신체 내부에 들어가면 그 사람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고, 심지어 그 사람을 복종하게 만들거나 어떤 암시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세계를 장악하려는 최후의 시도는 결국 무산되고 만다. 마지막에 제임스 본드가 화려한 폭발과 함께 이 사악한 연구소를 가까스로 처리한다.
그러나 이것은 억지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이러한 악몽으로부터 정확히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2. 트랜스휴머니즘의 과제
두뇌와 척수는 특히나 연구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 인간보다도 토끼의 중추신경계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두뇌 및 척수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결국엔 조사 대상인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끼는 ‘처분’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이러한 연구를 인간 대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윤리적 문제들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럴링크는 2023년부터 인간 대상의 실험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의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개발한 새로운 장치가 “두뇌에 장착하는 핏빗(Fitbit)”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럴링크의 설립 당시 자본금은 1억 달러였다고 한다. 이후 뉴럴링크의 과학자들은 수많은 마카크(macaque) 원숭이들을 도살했는데, 마카크는 이런 유형의 연구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동물 모델이다. 미국인들이 전 세계에서 마카크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그들은 전통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실험용 마카크들을 얻어왔다. 좀 더 최근에 와서 미국의 연구자들은 캄보디아를 통해서 마카크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주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뉴럴링크의 직원들은 돼지, 양, 원숭이를 포함하여 1500마리의 동물들을 죽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수치는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자들은 매년 약 1억 마리의 실험용 동물들을 죽이고 있는데, 동물들을 안락사시키는 관행이 뉴럴링크만의 일이라거나 또는 사실상 신경과학 분야 전반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연구는 마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을 비롯한 수많은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흥미진진하게 들리지만, 이것이 완전히 이타적인 목적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 질병들에 대한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이라면, 신경과학이 특히나 다루기 힘든 분야라는 점이다. 오래전에 독일인들이 뇌파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EEG(electroencephalography·뇌전도)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심장을 모니터링하는 ECG(electrocardiogram·심전도)와 비슷한 것이며, 두피에서 전기적 신호를 포착해낸다. 당시에는 이 기기에 대해서 엄청나게 열광했다. 그것이 심리학처럼 종잡을 수 없는 분야와 자연과학 사이를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실망하게 되었다.
EEG는 전기 신호를 피부에서 포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그 신호는 두개골과 그것을 둘러싼 연조직에 의해서 이미 약해진 상태이다. 좀 더 최근의 일부 연구에서는, 과학자들이 실제로 두개골 안쪽에 칩을 넣어놓고 두뇌와 직접 접속하려고 시도한 경우도 있다. 뉴럴링크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기적 활동을 감지하기 위하여 약 1500개의 작은 전극들이 두뇌 조직을 누를 것이다. (1500이라는 숫자가 많은 것처럼 들리지만, 그것들 모두를 합친 굵기는 겨우 4~6마이크로미터(㎛)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신경외과의 수술 기법을 활용하여 두개골을 열어야 한다. 만약에 나라면 자원하고 싶지 않은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