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절반 가까이는 졸업식 전날의 비공식 행사에서 다음과 같은 맹세를 했다. “지극히 정직하게 행동할 것, 내 좁은 야망을 채우기 위한 결정과 행동을 거부할 것, 내 사업으로 사회에 창출할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일할 것” 등. 그들의 맹세는 기업에게 요구하는 ESG와 같은 맥락이다. ESG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시작해 공유 가치 창출(CSV)과 연결된다. 각각의 정의는 시대와 쓰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사회적 책임 의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공공성은 동일하다.
이러한 ESG 경영은 공공디자인과도 밀접한 개념이다. ESG 침술이란 영리 기업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협치(Governance)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공공디자인의 한 방식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2011년 자사가 제작한 의류를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와 함께 《뉴욕타임즈》 광고란에 실었다. 환경을 위한다는 기업의 철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하나의 사건이다. 광고에 실린 R2 재킷은 친환경 소재의 제품이었지만 그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 135리터가 쓰인다. 소재의 원산지에서 창고까지 배송되는 데 20파운드, 약 9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2022년 9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자신과 가족이 소유하던 자사 지분의 100퍼센트를 기부하기도 했다. 약 4조 원가량의 지분은 환경 단체와 비영리 재단들의 활동에 사용될 것이다. 진실함을 실천하는 파타고니아는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79퍼센트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 추천하는 회사이며, 자발적 이직율은 연간 3퍼센트에 불과하다.
[1]
기업이 책임감 있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일 때 소비자는 물론이고 근로자와 투자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업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아진다. 파타고니아와 같이 최근 기업들은 현실로 다가온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ESG의 가치를 절대화한 기업이나 브랜드만이 지속 가능한 시대가 왔으며 이는 브랜드 액티비즘의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란 기업이나 브랜드가 가치 소비를 주도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맞춰 정치, 경제, 환경 등의 사회적 이슈에 ‘하나의 인격체’처럼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즉, 브랜드가 사회적 주체로서 소비자 의식 변화와 사회적 문제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2] 이는 “사회를 유지하고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들을 살려내고 유지하는 역할에 관심을 둔다.”
[3] 브랜드 액티비즘은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맞닿아 있으며, 기업은 공공디자인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자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4]
지속 가능성에서 답을 찾다
마이크로소프트 나틱 프로젝트
나틱 프로젝트(Project Natick)는 데이터 센터를 수중에 구축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다. 지난 2018년 여름,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근처 해저에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 센터를 설치했다. 바다 마을 주민의 50퍼센트 이상이 해안가 주변에 거주하는 점을 고려할 때, 가까운 바닷속에 서버를 설치할 경우 주민은 신호를 대기할 필요 없이 빠르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가운 바닷속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서버 냉각도 이전보다 쉽고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가능하다. 발열이 높은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전력 발전을 위한 탄소 배출량도 줄게 된다. 나틱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점점 심각해지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 등에 의한 문제를 자연과 함께 해결할 방도를 찾고자 한 것이다. 또한 데이터 센터의 구성품은 소모품으로 이용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일정 기간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원 낭비와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철 압력 용기, 열 교환기, 서버 등 나틱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 혹은 기구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단순히 재화를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만들 수 있는 가치 소비를 택하기 시작했다. 나틱 프로젝트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한 혁신적인 시도다.
아모레퍼시픽 업사이클링 벤치
최근 뷰티 업계에서도 친환경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먹어도 되는 화장품’, ‘자연에서 추출한 재료’ 등 제품의 자연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내용물을 둘러싼 포장재다. 화장품 패키지는 대부분 보관의 용이성과 심미적 디자인을 위해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그 재활용률은 매우 낮다.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는 의미로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아모레스토어 광교’를 연 바 있다. 고객이 각자 재사용 용기를 들고 오면 리필 스테이션에서 샴푸와 바디 워시를 골라 담고 무게당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다.
[5]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은 공병을 수거해 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작품을 만들거나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일례로 글로벌 환경 기업인 테라사이클(TerraCycle), 그리고 건축 공예적 콘크리트를 만드는 예술 집단 디크리트(DCRETE)와 함께 키엘(KIEHL’S) 화장품 공병을 잘게 부수어 업사이클링 테라조 타일을 만들었다. 이 테라조는 키엘 신세계백화점 매장 인테리어 자재로 활용됐다. 또 삼표그룹과의 협력으로 폐플라스틱을 섞은 UHPC라는 새로운 소재의 콘크리트를 만들었고 이 소재로 업사이클링 벤치를 제작했다. 폐플라스틱 조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업사이클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