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문화유산에 새로운 쓰임새를 입히는 것 외에, 새로운 형태를 더하는 증축도 재생 침술에 해당한다. 1838년 세워진 네덜란드 즈볼러(Zwolle)시 법원 건물은 현재 조각이나 그림 같은 국제 예술 작품 및 흥미로운 수집품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됐다. 즈볼러 재단 박물관(Museum de Fundatie)은 박물관의 면적이 부족해 증축을 계획했으나, 법적으로 건물을 측면이나 후면으로 증축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지붕에 마치 럭비공처럼 생긴 공간을 수직으로 덧붙이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신고전주의 양식을 따른 본래 건물은 완벽한 대칭을 띄고 있었기에, 설계를 맡은 비어만 헨켓(Bierman Henket) 건축 사무소는 그 대칭을 유지하기 위해 럭비공 같은 디자인을 도입했다. 고전적 건축물에 유기적인 디자인을 접합해서 탄생한 박물관은 매우 미래적이고도 기념비적인 인상을 준다. 증축 건물의 외부는 5만 5000개의 반짝이는 3차원 입체 타일로 덮여 있으며, 여기 사용된 타일은 푸른 배경에 흰색 유약을 덧칠해 하늘과 건물이 동화되는 듯한 효과를 준다. 2013년 더치 디자인 어워드(DDA·Dutch Design Awards)는 이 박물관에 공간프로젝트상을 수여했으며, 선정위원회는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 엄청난 영향을 주며, 믿을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평했다.
[5]
2018년 4월, 서울 홍익대학교 앞 40년 이상 자리를 지킨 국민은행 영업점 또한 새로운 청년 문화 공간 ‘청춘마루’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현대 건축가 1세대 김수근 씨가 설계한 작품으로, 현존하는 국민은행을 대표할 수 있는 홍대 앞 지점을 복원해 문화적 공간으로서 소비자에게 다가가자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 이 목소리는 공감을 얻었고, 홍익대 건축과 교수들이 설계에 참여했다.
홍대 앞은 주말이면 서울 주민은 물론 세계 각지의 관광객을 비롯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그런데 편히 앉아서 쉬거나 약속 장소로 특정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많지 않다. 이에, 청춘마루 리노베이션의 목표는 ‘쉼표’가 됐다. 홍익대 교수팀
[6]은 설계의 초기 단계부터 건물 외부는 과거 흔적 보존을 위해 최대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평범하던 내부 공간은 지하부터 옥상까지 지그재그 형태의 경사 계단으로 바뀌어 다이내믹한 공간이 됐다. 그러나 외관은 평범함의 역사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평범과 다이내믹,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이 청춘마루의 상징이다. 1층의 계단은 모두 KB금융그룹의 브랜드 컬러인 노란색을 입히고 거리에 노출되도록 개방하여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계단은 2층의 실내 갤러리를 지나 옥상의 루프탑 외부 계단으로까지 이어진다. 청춘마루의 노란 계단은 이제 사랑받는 홍대 앞 아이콘이 됐다. 이 쉼의 공간에선 자연스러운 버스킹도 일어나고, 간단한 음식이나 커피를 가져와 먹고 마실 수 있고, 잠시 비를 피할 수도 있다.
[7] 기업이 소유하던 오랜 역사의 건축물에 재생 침술을 도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시킨 것은 물론, 대중을 위한 쉼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