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여러분이 집계하고, 협력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구글 페더럴의 영업 부문 대표 스콧 치아바타리(Scott Ciabattari)가 2013년 와이오밍에서 열린 정부 계약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그는 회의장을 가득 메운 공무원들에게 자사를 홍보하면서 구글은 정보 분석가, 지휘관, 정부 관리와 경찰 등이 적시에 올바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그는 몇 가지 실례를 들었다. 독감 전염 추이를 추적하고, 홍수와 산불을 감시하고, 영장을 안전하게 발부하고, 감시 카메라와 얼굴 인식 시스템을 통합하고, 심지어는 경찰관들이 교내 총격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식의 요청을 점점 더 많이 받습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평면도를 인터넷에 올리는 걸 도와주실 수 있나요? 만약에라도 학교에서 총기 난사가 일어나면,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그에 대처할 것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거든요.’ 스마트폰에 이런 기능을 탑재하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신속히 볼 수 있으니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되는 겁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이 발표가 있고 나서 몇 달 뒤, 치아바타리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의 공무원과 만나 도시에 방범 감시 센터를 세우는 데 구글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논의했다.
군대, 경찰, 정부, 공공 교육, 비즈니스와 소비자 대면 시스템이 결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모든 정보가 구글을 통해 흐르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은 지메일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면책 특권을 침해할까 봐 조마조마해 한다. 부모들은 구글이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얻은 정보로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구글은 자신의 시스템을 통해 지나가는 데이터로 뭘 하고 있는 걸까? 그 모든 정보가 구글의 거대한 통합 감시 체제에 공급되는 걸까? 구글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규제는 가능할까? 그런 게 있기는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하여 구글은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놓을 뿐이다.
물론 이런 우려는 구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회사들의 내부에는 어떤 식으로든 국가와 협업하고 국가에 권한을 넘겨주는 거대한 사설 감시 시스템이 존재한다. 더 높은 수준에서 볼 때, 구글이 미국 정부와 맺는 관계와 다른 회사들이 미국 정부와 맺는 관계 사이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저 정도 문제에 불과하다. 구글의 기술이 미치는 폭과 너비가 광범위한 탓에, 구글이 기타 나머지 상업적 인터넷 생태계를 대신하는 완벽한 총알받이가 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구글의 규모와 야망을 보면 그들을 단순한 정부 계약 업체로 볼 수는 없다. 구글이 정부 기관과 동등한 파트너로 발을 맞춰 일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자원과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막대한 군비를 투입한 기업을 시장에 내놓는다. 2008년 ‘지오아이-1(GeoEye-1)’이라는 이름의 민간 감시 위성이 NGA와 제휴 관계를 맺었는데, 발사 로켓에는 구글의 로고가 찍혀 있었으며, 구글은 위성 데이터를 자신들의 온라인 지도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한 구글은 실험적인 군용 노새 로봇을 제작한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사들였다가 펜타곤이 노새 로봇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다시 팔아 치웠다. 구글은 군사 정보 사이버 방위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에 1억 달러(1130억 원)를 투자했는데, 이 업체는 2016년 민주당 전국 위원회를 대상으로 벌어진,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사건 조사를 주도한 바 있다. 더불어 구글은 싱크탱크/테크놀로지 융복합 인큐베이터
‘직쏘(Jigsaw)’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목표는 테러리즘에서부터 검열, 사이버전에 이르기까지 해외의 온갖 골치 아픈 외교 문제들을 인터넷 기술을 지렛대 삼아 해결하는 것이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밑에서 모두 일한 바 있는 스물아홉 살의 국무부 출신 귀재 재러드 코헨(Jared Cohen)과 에릭 슈미트가 2010년에 설립한 직쏘는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직쏘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소말리아가 새로운 헌법의 초안을 마련하는 것을 미국 정부가 돕도록 하기 위해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국제 무기 시장의 판매 상황을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이란과 중국 사람들이 인터넷 검열을 우회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국무부가 돈을 댄 스타트업과 협업을 했다.
또한 직쏘는 온라인에서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행위와 과격화에 맞서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 주제에 흥미를 보이는 구글 사용자를 식별한 다음, 그들을 국무부 웹사이트로 이동시켜서 사람들이 그 방향을 따르는 걸 단념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을 보여 준다. 구글은 이를 ‘리다이렉트(redirect) 기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디지털 대(對)게릴라전’을 수행하고자 하는 코헨의 큰 그림 중 일부다. 2012년에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고 반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증가하면서, 직쏘는 바샤르 알 아사드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데 보탬이 될 방법이 뭐가 있는지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그중 하나는 아사드 정부의 고위급 관리들이 이탈하는 광경을 지도 형태로 시각화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코헨은 ‘반대파에 힘을 실어 주는’ 선전 활동의 일환으로 그걸 시리아에 방송하고 싶어 했다.
직쏘는 공공 외교와 기업 정책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고, 최소 한 명의 전직 국무부 직원은 직쏘가 중동에서 정권 교체를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구글은 백악관과 국무부를 지원하며 공중 엄호를 해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그들은 CIA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국제 정보 플랫폼인 스트랫포(Stratfor)의 간부이자 국무부 보안 부서에서 정보 요원으로 활동했던 프레드 버튼(Fred Burton)이 어느 글에서 쓴 내용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릭 슈미트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권 교체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스마트폰과 정보를 통해 힘을 얻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조국에서 변화를 일으킨 거라면…… 글쎄요, 그건 좋은 일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직쏘와 국무부의 협업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구글이 계속 이 길로 나아간다면 현재 구글의 움직임은 미래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구글은 NSA와 새로운 거래를 트고 미국 정보기관과 계속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고, 설립자들은 구글이 국제 사회에서 보다 큰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회의 목표가 우리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우리는 항상 구글과 함께하자고 말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조직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 같은 질문 말이죠. 정말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어떻게 우리의 민주주의를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2014년 래리 페이지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가졌던 드문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100년 후를 내다보았다. 그리고 진보의 중심에 구글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인간이기에 갖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우리는 아마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