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작은 최고의 영화일까. 그런 기대는 필패를 불러올 것이다.
올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중국계 말레이시아 배우인 양자경에게 주어졌다. 유색 인종으로서는 두 번째, 아시아계 배우로서는 최초였다. 1929년부터 2023년까지, 100회 가까이 개최된 시상식에서 양자경이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2015년부터 해시태그를 타고 ‘백인 위주’인 아카데미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2019년에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는 로컬(지역 시상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위적이라는 평가에서 탈출하고 싶은 오스카는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프리 맥너브를 비롯해서 오스카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람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권위는 자발적인 복종에서 나온다. 복종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세지만, 권력에 의한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기에 그 의미는 권력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 사람이 자기가 속한 영역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그 영역 혹은 영역에 속한 사람들의 권위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것과 같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후 “다음 날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는 말로 기분 좋음을 표현했고, 배우 양자경은 “큰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영화의 도시로 꼽히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는 매년 아카데미 후보작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하기도 한다. 영화계에서 아카데미는 어떤 잡음에도 불구하고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 권위에 아무도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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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dependent × BOOK JOUR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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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