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주인공은 단연 보쉬였다.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보쉬는 디지털 홍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선보였다. 독일 소도시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보쉬의 IoT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해 위험 상황이 닥치기 전, 지역 주민들에게 실시간 문자 메시지로 경보를 발령한다.
한국에서 보쉬는 전동 드릴과 배터리로 유명한 자동차 부품 업체다. 그런 보쉬가 각종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CES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한국에서 제조업은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된다. 신기술이라 하면 대다수가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ICT 기업만을 떠올린다. 이들 기업을 롤모델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자는 여론도 거세다.
그러나 2015년 한국의 총 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9.7퍼센트로 OECD 회원국 평균(15.4퍼센트)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서비스업의 비중은 계속 하락해 OECD 평균(72.4퍼센트)을 밑도는 59.3퍼센트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업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프랭크 필러 박사와 송희경 국회의원은 독일의 제조업 혁신에 주목한다. 독일은 제조 공정에 ICT 기술을 접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CES 2017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뿐만 아니라 다보스 포럼에서도 논의될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쉬, 지멘스 등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한 독일의 제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발휘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제조업 혁신의 중심에는 플랫폼이 있다. 제조업에 적용된 플랫폼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ICT 기술을 생산 현장과 연결해 제조 과정의 완전 자동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제품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 이전에 제공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채택한 기업들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제조업체 GE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났다. 보쉬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과거의 성공을 버리고 과감하게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강점과 자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제조업에 있다. 지금,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송수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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