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우주에 간다는 것은 오랜 세월 픽션의 영역이었다. 사람들은 SF 영화를 통해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그렸고 소설을 읽으며 종말 이후의 지구를 상상했다. 그런데 불과 5년 새 판도는 바뀌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며 발사 비용을 급감시켰다.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갑부 제프 베이조스는 2021년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를 여행했다. 2022년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계획을 재개했다. 다가오는 2028년엔 달에 사람이 사는 기지가 생길지도 모른다. 인류의 생활 반경이 지구라는 하나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 2018년 2월 6일, 팰컨 헤비(Falcon Heavy) 동시 착륙이었다. 인류가 화성에 가기 위해선 작은 로켓이 아닌 크고 무거운 로켓이 필요하다. 팰컨 헤비는 그 고중량 발사 능력을 시험하고자 스페이스X가 만든 핵심 로켓이다. 2018년 2월 6일, 팰컨은 수만 명의 기대와 긴장을 등에 업고 궤도에 올랐다. 보조 추진 로켓 두 대로 성공적으로 분리되던 순간 스페이스X 팀은 탄성을 질렀다. 지구에 안정적으로 동시 착륙했을 때, 이를 지켜보던 세계 관중은 전율에 휩싸였다.
국내 최초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한 박재필 대표는 이 사건을 두고 “올드스페이스에서 뉴스페이스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던 순간”이라 평했다. 단일 영상 조회 수 560만 회, 팰컨 헤비의 착륙은 우주 산업의 지평을 어떻게 바꿨을까. 현재 세계 우주 개발 산업은 어디에 쓰이고, 무엇에 집중할까.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우주는 이미 미래를 내다보는 논픽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팰컨 헤비 동시 착륙
한 가지 사건으로 2018년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동시 착륙을 꼽았다. 왜 이 사건을 꼽았나?
재사용 발사체는 스페이스X가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숙원의 아이템이었다. 2016~2017년에 접어들며 어느 정도 안정화되다가 2018년에 팰컨 헤비가 동시 착륙에 성공하는 걸 보며 이젠 완전히 안정화됐다고 생각했다. 즉 올드스페이스 패러다임에서 뉴스페이스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당시 로켓 안에 테슬라 차를 넣어 발사하며, 우주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도 주목하게 됐다.
쉽게 말해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자기 차를 보낸 거다. 로드스터(Roadster)라는 빨간 테슬라 차량을 로켓에 넣어 우주로 쏘아 올렸다. 머스크가 인류를 화성에 보내고자 솔라시티(SolarCity)에도 힘을 쏟고, 우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호언장담하지 않았나. 진짜 그 목표를 실행하겠다는 선언적인 행동이었다.
재사용 발사체는 왜 대단한가?
말 그대로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일부나 전체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발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옛날엔 발사체 1킬로그램 쏘아 올리는 데 10억 원이 들었다면 지금은 스페이스X 기준 300만 원이면 한다.
[1] 발사 비용이 낮아진다는 것은, 과거엔 국가만 추진할 수 있던 사업 영역에 민간 기업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걸 뜻한다.
그중에서도 팰컨 헤비 착륙의 성공은 왜 특별한가.
소자 기술 향상은 말할 것도 없고 메인 시장에서 투자가 활성화되는 기폭제였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아크인베스트먼트 캐시 우드(Cathie Wood) 대표가 관련 산업들을 한 그룹으로 묶는 우주 ETF를 만든 것도 팰컨 헤비 착륙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금융 시장에서도 우주 산업이 많이 화제가 됐다. 2019년 이후 국내 VC들이 ‘우리나라엔 스페이스 X 같은 회사 없냐’며 투자처를 막 찾기 시작했다. 그 판을 깔아 준 게 팰컨 헤비 착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