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쿠팡은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선 이커머스 회사인 동시에, 경쟁력 관점에선 차량과 창고를 직접 보유한 물류 회사이며, 여기에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IT 회사로 볼 수 있다. 추가로 물류 관점에서 2021년 1월, 쿠팡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가 택배사업자 자격을 취득하며 쿠팡 택배 비즈니스를 계속해서 확대할 전망으로 보인다. 2022년 12월 쿠팡 배송 조직 개편은 그 일환으로, 오픈마켓에서 입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를 곧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자사 물류에서 입점사 물류, 그리고 타사 물류까지 이미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대할 전망이며 이는 쿠팡의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의 위기
4년새 10배 성장
배달은 배달 대행과 퀵 서비스로 나뉘지만 여기선 배달 대행, 흔히 음식 배달로 불리는 시장을 중심으로 다루겠다. 음식 배달은 매체와 기관에 따라 측정하는 시장 규모 편차가 크다. 국내 음식 배달 서비스의 대부분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사 플랫폼에서 발생한다.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코로나19를 통한 비대면 거래의 영향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7년 기준 인터넷 쇼핑과 모바일 쇼핑을 합해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2조 7325억 원이었던 반면, 2021년 기준 거래액은 25조 6783억 원에 이르며 4년새 거의 10배 규모로 성장했다.[2]
여기에 배달 수수료 비율을 곱하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다만 업체마다 수수료 정책과 거리, 시기에 따른 차이를 감안할 때 오차 범위를 배제할 수 없다. 쿠팡이츠는 주문 중개 수수료가 일반형에서 9.8퍼센트, 배달비 포함형에서 27퍼센트로 책정돼 있으며 둘의 평균인 17퍼센트로 계산할 수 있다.[3] 배달의민족의 경우 3만 6500원어치 음식 거래액에서 6600원의 배달비를 요하는 것으로 보아 대략 18퍼센트 내외로 배달비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4] 추가로 몇 가지 사례를 참고해 평균 배달비 비중과 프로모션 할인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배달 업체의 수수료는 대략 16~25퍼센트로 산정된다. 이를 기반으로 음식 배달 시장의 규모는 2021년 기준 연간 4조 1000억~6조 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배달 기사의 수익, 즉 배달료를 기준으로도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배달 기사의 인당 매출 혹은 인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부재하나 통계청 자료 및 매체 보도를 참고하면 국내 음식 배달 기사 수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근로 계약서 작성 여부에 따른 전업, 부업 기사의 비중을 나누면 전업이 55퍼센트, 부업이 45퍼센트로 추정된다. 전업 배달 기사의 월 평균 배달 운임료는 348만 원으로 드러났으며 부업 기사의 매출은 이것의 절반인 170만 원으로 상정한다.[5] 종합하여 배달 기사 수와 전업, 부업 기사의 비중 및 각각의 운임료를 기준으로 살펴볼 경우, 국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6조 47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배달비가 비싼 이유
2010년,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통이 배달앱을 도입하며 국내 배달업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전화 주문에서 모바일 주문으로 음식 주문의 혁신이 일어났다. 과거의 음식 배달은 소비자-음식점-배달 기사의 3자 구조로 단순했고, 배달 기사는 보통 음식점에 종속됐다. 이 3자 구조는 현재 소비자, 배달앱, 음식점, 배달 대행앱, 배달 대행업체, 배달 기사의 6자 구조로 복잡해졌다.
배달앱은 고객이 모바일로 음식 주문부터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주로 음식 주문 기능만 있고 직접 배달 기능은 없다. 우리가 아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쿠팡이츠 등이 여기 해당한다. 추가로 배고파, 배달114, 배달365, 먹깨비, 배달의신을 포함해 국내엔 10여 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상위 3사가 전체 주문 중개 시장의 대다수를 과점하는 상황이다. 2021년 7월 기준 주요 3사의 시장 점유율은 96.9퍼센트에 달한다.[6]
반면 배달 대행업체는 음식점과의 B2B 계약을 통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수수료를 받고 대신 배달해 준다.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제트콜 등 국내 100여 개 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상위 업체는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3사다. 이들은 전국 망과 본사를 두고, 전속 라이더를 고용해 사업한다. 주목할 만한 사업자는 다음과 같다.
• 바로고 : 단일 규모로 일 배달 대행 건수 1위. 2021년 1월 기준 시장 점유율 11.9퍼센트.
• 생각대로 : 국내 퀵 서비스 프로그램 시장 1위인 인성데이터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네이버 지분 취득 10퍼센트 내외.
• 만나플러스 : 국내 중소 배달 대행사 일곱 개가 연합해 만든 브랜드.
• 매쉬코리아 : 이륜차 배달 대행업체 중 최대 투자금 유치. 한때 약 8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도 했으나, 2023년 4월 hy가 매쉬코리아 지분 66.7퍼센트를 800억 원에 취득.
한편 일부 배달앱은 자회사 형태로 배달 대행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배민 라이더스, 배민 커넥터, 요기요 익스프레스, 쿠팡이츠 치타배달라이더 등이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배달 기사를 모집하는 크라우드 소싱 형태다. 앞서 말한 배달 대행업체가 관여하는 분리 배달 방식과 달리, 배달앱이 배달 기능까지 연결한 통합형 배달 방식이다. 이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퍼센트다. 배달 대행 서비스는 음식점에 한정되지 않고 화장품, 커피, 책, 생활용품, 신선 식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어, 다양한 투자처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2022년부터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및 코로나19 종료를 맞이하며 최근 투자 분위기가 많이 위축돼 있다.
배달 시장은 이렇게 고도화되는데 배달비는 왜 내려가지 않는 걸까? 상술했듯 배달 시장의 이해 관계자는 3자에서 6자 관계로 넓어졌다.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면 누군가는 돈을 더 지불해야 하고, 누군가는 돈을 더 벌어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 이 부담은 소비자와 음식점에게 돌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3자 구도 시절 소비자는 별도 배달료는 지급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음식을 많이 먹던 시절이었고 식당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배달을 이용했을 뿐이다. 매장이 작은 음식점도 배달을 통해 큰 매장과 같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매장 식사보다 배달 주문이 선호되며 음식점에서 부담하던 배달료에 어느덧 소비자도 가담해 ‘배달료’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음식점 입장에서도 배달료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주로 매장에서 수익을 내던 시대를 뒤로하고 매출의 많은 부분이 배달로 옮겨 갔다. 이로 인해 매장에서 식사할 때 더 비싼 가격을 치루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더 높은 가격을 치른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음식의 가격에 대해 ‘배달앱이 더 비싸다’는 응답이 56.9퍼센트, ‘배달앱과 매장의 가격이 동일하다’는 응답이 38.5퍼센트였다.[7] 즉 배달로 인해 편익이 발생했으나 그에 따른 비용 일부를 점주가 음식값에 포함하고, 소비자도 별도 배달비를 지급하게 된다. 결국 배달 시장에 이해 관계자가 3자에서 6자로 늘어나고, 배달의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이해 관계자들에게 지급할 돈은 늘고, 소비자와 음식점들은 배달로 효용을 얻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배달료로 지급하고 있다. 또 배달앱이 배달 기사를 자사 플랫폼에 락인하기 위해 배달 건수나 구간당 별도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큰 비용을 감수하는 것 또한 배달비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엔 사람, 혹은 로봇
모빌리티 시장에서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자율 주행의 안정성이 높아져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사람이 공급력이 되어 배달 프로세스 전반을 이끈다. 공급 영역의 사람은 한정돼 있고 이들은 수익성이 더 높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최근 공급 영역에서 20~30대가 취업하거나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뛰어드는 곳이 바로 음식 배달 시장이다. 음식 배달은 향후 다른 모빌리티 사업들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꾸준히 발전할 것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영향을 받는 분야는 기타 라스트 마일 시장과 택시 시장이다.
이에 따라 기존 모빌리티 시장을 구성하던 다양한 영역에서 인력난은 심해지고 있다. 택시 기사의 감소 추이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동안 그 감소 폭은 훨씬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신규로 진입하는 택시 기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택시 기사 수는 지난 2020년 26만 5015명에서 2021년 24만 2662명으로 8퍼센트의 감소폭을 보였다. 택시 기사와 배달 기사의 수익을 비교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발행한 〈2021년 배달대행 운전자 조사 보고서〉와 〈2021년 택시 서비스 시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배달 대행의 월 평균 순이익은 239만 6000원으로 택시 운수 종사자 월 평균 급여 169만 4000원에 비해 70만 원가량 높다. 단순 급여 외에도 각종 근무 여건을 고려할 때 배달 대행의 근무 유연성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다만 최근 택시 요금 인상과 택시 기사 파트 타임 근무 허용 등, 택시 기사의 근무 조건 개선은 배달 기사 수의 증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배달 품목 또한 지금보다 다양해질 것이다. 2020년 배달 대행 시장에서 운송 품목의 99.7퍼센트는 음식물이었다. 하지만 2021년 음식물 비중은 96.8퍼센트로 2.9퍼센트 감소하고, 공산품의 비중이 0.3퍼센트에서 3.2퍼센트로 증가하며 전년 대비 10배 늘었다. 향후에도 배달 대행사는 지속적으로 배달 건수를 확보하기 위해 음식물 카테고리가 아닌 다른 상품 카테고리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안정적인 기사 인력은 배달 시장의 주요 경쟁 요소 중 하나로,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요인일 것이다.
특히 음식과 유사한 이동 패턴에 있는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해 주문 건수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배달 대행은 평균 1.3킬로미터 내외의 거리를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근 편의점 물품이나 생활용품, 화장품 등이 유사 카테고리에 해당된다.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며 플랫폼은 배달 기사가 지속적으로 이 시장에 머물도록 락인할 것이고, 이는 또다시 배달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충분한 기사 공급은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신규 배달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배송 시간대 차이를 활용한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음식 배달은 점심 혹은 저녁 시간 전후에 주문량이 몰리는 반면, 오전 9~11시 및 오후 2~5시에는 배달 건수가 많지 않다. 이 시간을 활용해 각종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2022년 5월 바로고는 리테일앤인사이트와 지역의 중소 마트 상품을 배달하는 신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즉 바로고는 배달 주문 건수를 확보하게 되고, 리테일앤인사이트 입장에선 배달의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마트 배달뿐 아니라 꽃, 화장품과 같은 기타 카테고리로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다만 국내 인구 감소 추이와 인력 해외 유출에 따라,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지점이 분명 올 것이다. 이때 배달 주체는 사람에서 로봇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최근 음식점에선 서빙 로봇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서빙 인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서빙 로봇 실증 기간 동안 로봇은 기존 서빙 인력을 최대 50퍼센트 대체할 수 있으며, 2023년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서빙 로봇이 더욱 빠르게 도입될 것이다.
이처럼 배달에서도 특정 구간에서 로봇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사옥 ‘네이버 1784’는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건물 내 각종 배송, 배달 프로세스가 로봇을 통해 이뤄진다. 지금은 사원들이 사무실로 음식을 주문했을 때 기사가 사무실 바로 앞까지 배달해야 하지만, 향후엔 건물 앞까지만 배달하는 등 구간에 따른 세분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