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5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유튜버로 활동했다. 단순 취미로서가 아니라, 철저히 수익을 목적으로 유튜브에 입성했다. 다양한 콘텐츠 장르를 시도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먹방부터 커버 댄스까지, 안 해본 콘텐츠가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더 이상 유튜버로 활동하지 않는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유튜브 활동을 지속했음에도 큰 성공을 얻지는 못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구독자가 팍팍 늘지 않지?’ ‘조회 수는 왜 안 오르지?’ ‘콘텐츠가 재미없나?’ ‘나만 재미있는 건가?’ 노력에 비해 저조한 성과는 의문을 키웠다. 쌓이는 의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서, 그리고 유튜버로 성공하고 싶어서 유튜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해 유튜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의문에 대한 해답은 유튜버들의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유튜버가 즐겁게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꿈의 직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마냥 재미있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기획 작가, 프로듀서, 연예인, 마케터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직업적 역할들을 혼자서 혹은 소수가 수행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유튜버가 미래 지향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튜버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율성과 동시에 다양한 직업적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직업만큼이나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유튜버들은 시청자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일정한 업로드 주기를 지키는 것과 시청자의 의견을 영상에 반영하는 것은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내가 만나 본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의 요청 댓글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에 가장 신경 쓰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즉각적인 소통에서 유튜버의 진정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유튜버로 활동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본업과 유튜브 활동을 병행했던 탓에 정기적인 촬영이 어려웠고, 한 달에 걸쳐 업로드될 콘텐츠를 하루에 몰아 촬영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의 반응에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특정 영상을 요청하는 댓글이 올라와도, 요청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다시 한 달이 걸렸다. 며칠에 걸쳐 만든 영상을 올려도 조회 수 100을 넘기기가 어려웠고, 댓글을 달아 주는 시청자들은 한정돼 있었다. 구독자 수도 좀처럼 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자신감은 사라지고, 주변에서도 왜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스트레스를 사서 받느냐며 핀잔을 줬다. 그래서 활동을 중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튜브 활동을 그만둔 지 1년이 넘은 지금, 주변 사람들은 다시 말한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 ‘왜 그만뒀어?’ ‘그땐 너무 시기가 일렀던 것 같아.’ 직업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암흑기’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이 기간은 운 좋게 짧을 수도, 아주 길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시기를 이겨 내야만 유튜버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만약 그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활동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유튜버는 채널의 지속 가능성과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사업가, 팬덤을 형성하는 연예인, 관심을 진심으로 즐기고 그것을 동력 삼아 경제 활동을 하는 ‘관종(관심 종자)’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직업이다.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을 오가며 묵묵히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해 나가는 유튜버들의 끈기, 항상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시청자 입장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이겨 내야 하는 유튜버에게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그러니 관심 가는 콘텐츠가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을, 영상이 재미있었다면 ‘좋아요’와 구독 버튼을, 그리고 알람 설정을 눌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