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겸 제작자 겸 사업가
유튜버에게 기획의 기본은 스치듯 떠오르는 생각이나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막 던지는’ 것이다. 비록 엉뚱할지라도,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의외의 생각을 해내야 한다. 여기서 유튜버의 창의력이 발현되고, 새로운 콘텐츠의 가치가 생긴다.
오!마주: 평소에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생각을 하다가 영상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들을 그때그때 노트에 기록하죠. 예를 들면 ‘부채살로 부채 만들기’ 같은 거요.
오!마주는 평소 꾸준히 정리해 온 아이디어 노트를 보여 주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잊어버리기 전에 적고, 때로는 그림도 그려 넣는다. 레고로 피짓 스피너(fidget spinner)[1] 만들기, 먹을 수 있는 액체 괴물[2] 만들기 등이 적혀 있었다. 무작위로 던져진 아이디어들은 소재 선택 단계에서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이 과정에서 영상의 대본을 쓰거나 콘티(continuity)[3]를 그린다는 팀도 있었다. 파뿌리 팀의 경우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막 던지’되, 검증된 인기 포맷을 결합해 세밀하게 계획한 후에 제작한다.
파뿌리: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쫙 펼쳐 놓고 영상에 담을 것들을 하나씩 정해서 들고 가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저희 채널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이 ‘옥탑방’이라는 장소에서 느껴지는 ‘짠내’예요. 여기에 트렌드 하나를 가지고 옵니다. 한때 ‘돈스파이크 스테이크’[4]가 실검[5]을 장악했었죠. 그럼 그걸 가지고 옵니다. 또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쿡방이라는 포맷을 가지고 와요. 그런 다음 한마디로 정리해 보는 거죠. ‘옥탑방에서 돈스파이크 스테이크를 쿡방하는 영상’ 이렇게. 그리고 디테일을 짜는 거예요. 안 그러면 중구난방이 되거든요. 그냥 막 찍고 싶은 대로 찍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저희는 장기적으로 보는 입장이고, 프로페셔널하게 이 채널을 이끌어 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니까. 우리 채널 색깔을 담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런 체계를 만들었어요.
유튜버들은 자신의 콘텐츠의 일관성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다. 시청자가 본인의 채널에서 어떤 콘텐츠를 기대할지 고민해 정체성을 구축하고, 그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획하는 것이다. 일정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채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은 사업체를 경영하는 비즈니스맨과 닮아 있었다. 유튜버는 채널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경영하는 사업가로서 어떤 아이템이든 본인 채널에 맞게 자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유튜버들이 같은 아이템을 다룰지라도, 콘텐츠는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파뿌리 팀은 본인 채널의 정체성에 맞게 비싼 소고기 대신 저렴한 돼지고기 앞다리로 ‘짠내’나는 돈스파이크 스테이크 먹방을 했다면, 많이 먹는 것으로 유명한 먹방 유튜버들은 3킬로그램, 8킬로그램에 달하는 거대 돈스파이크 스테이크 먹방을, ASMR 유튜버들은 돈스파이크 스테이크로 이팅 사운드(eating sound) 콘텐츠를 제작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은 곧 다른 유튜버들과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자신의 채널 내 콘텐츠에 일관성을 만들기 위한 각 유튜버의 노력은 유튜브 플랫폼 전체에서는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대한다.
유튜버는 채널의 수익을 확장하기 위해 광고 의뢰 여부와 상관없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하기도 한다. 광고 의뢰를 받은 경우에는 광고주와 함께 일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기획 방향을 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설령 광고 의뢰가 없었더라도 잠재적 광고주들과 간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방식이다.
D: 저희는 한 영상당 한 브랜드를 정해서 그 브랜드의 제품만 리뷰해요. 그래야 저희가 전달하는 정보가 깔끔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그러는 거기도 한데, 사실 ‘우리가 당신들의 제품으로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줄 수 있어요~’ 하는 거죠. ‘광고 부탁하시면 잘 만들어 드릴게요~’ 이런 거요.
광고주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면서 유튜버는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한다. 어떻게 해야 광고 의뢰가 들어올지, 광고의 수요자인 광고주 입장에서 생각한다. 즉 유튜버가 광고나 협찬을 받는 것은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철저한 기획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 수주를 위해서는 시청자들과의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영상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유튜버도 있었다.
A: 화장품 협찬을 받고 싶어서 내가 실제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두 개를 리뷰하는 영상을 찍었어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거죠. 실제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보여 주고 리뷰하는 영상으로 신뢰를 쌓아 가는 거예요. 그러면 내가 나중에 광고를 해도 (시청자들이) 불쾌해하지는 않죠. 여러 콘텐츠로 (협찬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닦아 두는 거예요.
A는 원하는 광고 제품의 리뷰 영상을 협찬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해 업로드했다. 이런 영상은 광고주에게는 광고를 맡기면 자신의 제품을 어떻게 광고해 줄지 예상할 수 있는 트라이얼(trial) 영상이 되고, 시청자에게는 유튜버가 협찬 영상을 제작하더라도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시청자와의 신뢰는 채널이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면서 비즈니스의 성격을 띠게 되었을 때,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껴 채널을 떠나는 리스크를 줄인다. 수익을 위해서는 광고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광고는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과장하라
유튜버는 다양한 촬영 및 편집 장비를 사용해 영상을 제작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문 프로듀서가 사용하는 장비 못지않게 좋은 성능을 가진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조명, 마이크 등 영상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듀서와는 달리, 유튜버는 연예인처럼 카메라 앞에서의 퍼포밍도 직접 한다. 연예인들이 어떤 채널에서든 본인의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처럼, 유튜버도 카메라 앞에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데 신경을 쓴다. 전문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특정한 말투를 사용하고, 어법을 지키며, 신뢰를 주는 외관을 연출하는 데에 공을 들이기도 하고, 유머러스한 채널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엽기적인 표정을 짓거나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영상 콘텐츠에 출연하는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셈이다.
파뿌리: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주위에 물어봐요. “야, 내가 어때?” “너 치사해.” 그럼 ‘치사함’, ‘비열함’……. 이렇게 쭉 써보는 거죠. 그리고 그중에서도 (영상 촬영 때) 극화시킬 수 있는, 좀 더 과장할 수 있는 걸 골라요. 그러니까 얘(파트너)가 되게 불쌍해 보이고 짠내난다는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 제가 얘를 구박하고 놀려야 그게 더 극대화된다는 것을 저희가 알고 있기 때문에 촬영 때 그런 부분을 전면으로 내세워요. 이런 우리의 캐릭터를 극화시켰을 때, 우리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생각하는 거죠.
파뿌리 팀의 말처럼, 유튜버가 연예인처럼 퍼포먼스한다는 것은 자신의 본래 성격을 더 극적으로 연출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없는 이미지를 거짓으로 만들어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튜버에게는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코넛 채널: 저희는 리뷰할 때 최대한 정말로 사전에 안 보고 하려고 하거든요. 그냥 시작! 해 가지고 처음 보는 게 막 나오는 거죠. 그래서 가끔은 틀어 놓고 아무 말도 못할 때도 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럼 아무 말 안한 채로 그냥 나갈 때도 있고요. 그래서 아무 말 안 하는 리뷰도 많아요. (웃음)
유튜버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우러나는 솔직함은 유튜브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예를 들어 뷰티 유튜버들은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 촬영을 위해 과감하게 화장기 없는 얼굴을 공개한다. 홍조나 피부 트러블이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거침없는 유튜버의 솔직한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고 팬이 된다. 뷰티 유튜버라고 해도 마냥 예쁜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유튜버의 촬영은 개성 있는 퍼포먼스를 하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었다.
스토리, 스토리, 스토리
촬영된 영상은 편집을 통해 퀄리티를 높인다. 편집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단계다. 유튜버들은 적게는 두 시간부터, 많게는 며칠을 편집에 매달리고 있었다. 기성 미디어 업계 프로듀서들의 편집 과정만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편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A가 대표적이다.
A: 촬영한 영상들 중에서 쓸 것, 안 쓸 것을 추려 내요. 그렇게 엄선한 것을 타임라인(편집 툴)에 넣고 말이 반복되거나 씹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다 잘라 내요. 앞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오프닝 영상을 넣어요. 또 너무 똑같은 각도에서 계속 말을 하면 지겹단 말이에요? 그래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쓰거나, 화면을 확대, 축소해 가면서 각도 변화를 줘요. 적당할 때 이미지도 검색해서 넣고, 부연 설명이 필요하면 하단에 자막을 넣고 효과음도 넣죠. 뿅뿅! 띠리링~ 같은 거요. 재미지게! 마지막엔 아웃트로를 넣습니다. ‘구독해 주시고,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와 같은 영상이죠. 그럼 영상 자체는 일차적으로 완성된 거예요. 여기서부터 영상 밝기와 분위기를 조정해요. 정면 밝기는 225, 측면은 230, 105 값을 넣는 게 보통이에요. 계속 똑같으면 지겹잖아요. 색감을 바꿔 가면서 분위기를 바꿔 주죠. 다음엔 배경 음악을 넣어요. 배경 음악은 영상당 서너 개 정도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달라질 때마다 다른 걸 써요.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고, 또 고칠 것은 고치고 렌더링(rendering)해서 영상을 추출합니다.
A는 이 단계에 대한 자신만의 기술적인 노하우와 매뉴얼을 만들어 낸 사례다. 하지만 영상의 퀄리티가 편집의 기술적인 측면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기술 없이 단순히 영상을 잘라 내고, 붙이는 과정만 거쳐도 충분히 재미있고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기본적인 편집 기술을 배우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다. 유튜버 대부분은 편집 관련 도서를 구입해 독학으로 편집 기술을 익히거나, 편집 프로그램을 이 버튼 저 버튼 눌러 가며 직접 사용해 보고 편집 방식을 익힌다.
그럼에도 모든 유튜버들이 편집을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는 영상을 어떻게 잘라 내고 붙여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해야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끝없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집은 기술에 익숙하고 경험이 많아도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 영상 관련 전공을 해서 편집에 익숙한 D 또한 편집이 가장 지난한 과정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겸업 유튜버 중에는 수익이 줄거나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외주 인력을 고용해 편집 일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선택받는 영상은 따로 있다
영상 제작이 완료되면 홍보가 필요하다. 영상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크게는 영상을 업로드하기 전에 하는 사전 홍보, 업로드한 뒤의 사후 홍보가 있다. 영상을 올리기 전에는 유튜브의 메타데이터(metadata)[6]를 활용하고, 시청자 생활 패턴을 파악하여 도달을 늘리고, 효과적인 섬네일(thumbnail)[7]을 제작해 시청자의 환심을 사는 데에 집중한다. 영상을 업로드한 후에는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이용해 콘텐츠를 홍보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검색창에 입력된 내용과 관련이 높은 동영상을 순서대로 나열해 시청자들에게 노출한다. 동영상 제목과 동영상 설명에 쓰여 있는 단어, 즉 메타데이터가 얼마나 검색어와 관련이 있고 적합한가를 따져 순위를 매기고, 그 결과를 보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동영상의 제목과 설명 내용을 사람들이 검색할 만한 단어들로 구성하면 시청자들이 검색을 통해 채널에 유입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검색할 만한 단어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A: 예를 들어서 저희가 영국 발음을 배우는 영상을 올린다 하면, 유튜브(검색창)에다가 ‘영국’이라고 치는 거죠. 그럼 ‘영국 남자’, ‘영국 음식’ 쫙 나오잖아요? 그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단어들을 발췌해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검색을 다 쳐보는 거죠. 처음에는 유튜브에 치고, 구글에도 쳐봐요. 유튜브는 사람들이 영상으로 보고 싶은 것을 검색하잖아요? 그런데 구글은 정보를 얻고 싶을 때 많이 사용해요. 그래서 구글에 쳐 보면 더 확장된 개념의 단어들을 많이 발췌할 수 있어요. 이렇게 얻은 단어들로 해시태그도 달고, 영상 제목이랑 내용도 작성해요. 이런 걸 메타데이터라고 하죠. 특히 내용은 문법에 맞지 않아도 발췌한 검색어들로 글을 써요. 그래야 검색이 잘 되니까.
1년 넘게 하면서 실험을 많이 했어요. 이 영상은 왜 사람들이 유입이 많이 안 될까. 이건 왜 이렇게 잘됐고, 이건 또 왜 이렇게 잘 안됐을까. 계속 생각하면서 알아낸 것들이죠.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의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기입하면, 그 아래로 관련 검색어들이 리스트 형태로 추천된다. 이것은 해당 플랫폼이 오랜 시간 동안 사용자들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쌓아 놓은 데이터베이스다. 따라서 유튜브 영상이 검색 결과에 더 많이 노출되기 위해 필요한 단어를 구성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유튜브 측에서도 메타데이터를 구성할 때 전 세계 검색어 동향을 살펴보며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구글 트렌드(Google Trend)를 참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튜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메타데이터를 활용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다. A처럼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면서 스스로 깨닫거나,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교육 동영상을 공부하거나[8], 관련 서적을 읽고, 행사에 참가해서 다른 유튜버나 유튜브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듣는 식이다. 유튜버가 메타데이터와 관련한 정보를 얻고, 더 잘 활용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선택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일단 시청자의 눈에 띄어야 한다. 노출조차 되지 않는다면 선택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채널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청자의 연령대와 생활 패턴을 파악해 영상 업로드 시간을 설정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유튜브 콘텐츠는 스마트폰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고, 연령대에 따라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10대의 경우에는 등교 시간인 오전 7~8시, 점심시간인 오후 12~1시에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오!마주: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본인 채널을 분석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나와요. 그걸 다 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린애들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까 아침 일찍 영상을 올리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부지런한 부모들은 애들을 일찍 재우고 일찍 깨우잖아요? 저희 삼촌네 애들도 6시, 6시 30분이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때 깨어나면 애들이 핸드폰을 하나 봐요. 그래서 아침에 조회 수가 많이 올라가요. 그래서 저는 업로드를 아침 6시 30분에 해요. 멋모르는 사람들은 오후 5시나 6시에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그때는 너무 많은 영상들이 업로드되는 시간이거든요. 그럼 제 영상이 뒤로 밀리는 거예요. 핸드폰은 (다음 영상을 보려면 스크롤을) 쭉쭉 내려야 하잖아요? 언제까지 내릴 거야. 귀찮아져서 어느 정도 내려가다 또 만단 말예요. 그래서 아침에 영상을 올려도 된다는 기준을 갖게 됐어요.
오!마주는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통계 자료를 활용해 본인 채널의 타깃인 아이들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등하교, 출퇴근 시간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은 오히려 콘텐츠가 묻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지양하고, 의외의 시간대를 전략적으로 찾아 콘텐츠를 업로드함으로써 타 유튜버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피했다. 이 또한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영상 노출은 최대화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선택받을 확률은 높이는 영리한 방법이다.
마지막 사전 홍보 방식으로 섬네일 제작이 있다. 시청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선택의 권한을 쥐고 있다. 영상의 시청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섬네일이다. 시청자들은 섬네일을 보고 대략적인 영상 내용을 짐작한 후, 콘텐츠가 유용하거나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을 때 해당 영상을 소비한다. 따라서 매력적인 섬네일을 만들어 시청자가 자신의 영상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유튜버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오!마주: 섬네일에 유독 시간을 많이 들여요. 영화의 포스터 같은 거니까. 섬네일을 보고 시청자들이 자기 판단을 통해서 영상을 클릭하는 거잖아요? 내가 영상을 기껏 만들어 놔도 사람들이 클릭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니까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요. 섬네일 없이 그냥 영상을 올리면, 영상 프레임 중 아무거나 섬네일 이미지로 잡혀서 올라가는데, 그렇게 하면 확실히 조회 수가 많이 안 나와요.
섬네일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자극적이고, 콘텐츠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며,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그 외에도 A는 섬네일에 유튜버 본인의 얼굴이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소개하는 영상 섬네일에 해당 가수들의 얼굴만을 넣은 적이 있는데, 유독 조회 수가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유명인보다도 유튜버 본인의 얼굴을 넣었을 때 더 높은 조회 수가 나오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는 중요한 발견이다. 시청자들이 유튜브 콘텐츠에 기대하는 것은 유명인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독특한 재미를 주는 유튜버다. 섬네일에는 흥미를 끄는 내용과 함께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유튜버 본인의 모습을 넣는 것이 좋다.
업로드 후에도 홍보는 계속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와 같은 제3의 플랫폼에서 맞춤형 홍보를 해야 한다.
A: 페이스북은 지인을 통해 장사하는 것이고, 인스타그램은 조금 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나에게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영상이라면 페이스북에 홍보를 많이 하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나 그저 웃긴 영상이라면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닿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편이죠. 커뮤니티 사이트도 많이 이용해요. 제가 만든 영상과 관련 있는 커뮤니티에 제 영상을 올리는 거죠. 그럼 사람들이 엄청나게 (채널로) 유입돼요. 예를 들어 네이버는 네이버 자체의 동영상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 영상을 최대한 배제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네이버를 많이 사용하니까, 네이버 카페에 저희 영상이 올라가고 반응을 얻으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그 경로로 유입돼서 저희 채널로 들어오거든요.
사후 홍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조회 수를 일시적으로 올리기에 용이할 뿐, 장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커뮤니티 사이트에 영상을 공유하는 것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홍보 방식에 피로를 느끼는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많은 유튜버들이 커뮤니티 사이트 홍보를 지양하고 있었다.
오!마주: 홍보 목적이 뚜렷하게 보이면 커뮤니티 측에서 제재가 들어오기 때문에 홍보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냄새를 잘 맡아요. 이게 홍보라고 생각하면, 영상 클릭 자체를 안 해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올리면 또 무조건 조회 수는 나와요. 그런데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무조건 구독자로 이어지지는 않죠.
결론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기 전에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이미 영상이 올라온 뒤의 홍보보다 효과적이다. 영상을 선택할 권한은 시청자에게 주되, 그들의 선택지에 놓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튜버들은 나름의 실험을 통해 유튜브 알고리즘을 파악하고, 자신의 채널을 찾아오는 시청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언제, 왜 자신의 콘텐츠를 시청하는지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고,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시청자와 친구가 되는 방법
방송 작가에서 사업가로, 사업가에서 프로듀서로, 프로듀서에서 연예인으로, 연예인에서 스스로를 홍보하는 마케터로……. 다양한 직업 정체성을 오가는 유튜버의 일에서 최종 단계는 시청자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유튜버는 시청자들과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파뿌리: 저희는 댓글을 기록해 두는데요, 올라온 댓글을 파일로 옮겨서 ‘이 사람이 언제 어떤 영상에 어떤 내용의 댓글을 단 사람이다’를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 예를 들어서 자기가 저번에 고3 수험생이라고 했다 하면, 그 사람이 다시 댓글을 달았을 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힘내라’ 식으로 댓글을 달아요. 물론 지금 팬이 엄청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나중에 팬이 정말 많아지면 거기에 맞는 방법이 또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큰 규모에 맞는 팬 서비스가요. 소통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팬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팬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는 거잖아요.
유튜버는 사업가인 동시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 친구여야 한다. 파뿌리 팀뿐 아니라 다른 유튜버들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시청자와 대화하고, 팬 서비스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채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A는 공간을 대여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팬미팅을 연 적이 있고, 김메주 또한 오프라인에서 시청자들과 직접 만나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채널들도 협찬받은 제품을 시청자들에게 헌정하거나, 추첨을 통해 작은 선물을 전달하기도 하고, Q&A 영상을 제작해 댓글에 달리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기도 한다. 유튜버마다 자신의 채널 규모와 성격에 맞는 방식으로 팬들을 기억하고, 친밀하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유튜버와 시청자의 소통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에서 이뤄진다. 시청자는 이 과정에서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고 유튜버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더 자주 보게 되고, 오래도록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지는 것처럼, 유튜버와 시청자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면 시청자는 충성도 높은 구독자이자 팬이 될 수 있다. 콘텐츠 하나를 소비하고 채널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채널을 찾고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유튜버에게 시청자와의 꾸준한 소통은 채널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아무도 다시 찾지 않는 유튜브 채널의 존재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D: 저희 채널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까 댓글 하나하나에 다 대댓글[9]을 달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다 달았어요. 하나하나. 그런데 제가 대댓글을 달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사람들은 다음 동영상에도 댓글 달고, 그다음 동영상에도 댓글 달고 하더라고요. 그때 대댓글의 중요성을 알았죠. ‘아! 내가 대댓글을 달아 주면 계속 내 채널을 찾아와 주는구나!’ 했어요. 그래서 아무리 댓글이 많이 달려도 틈틈이 대댓글을 다 달아요.
모든 인터뷰이들이 실시간으로 시청자 댓글을 확인하고, 다시 댓글을 달고 있었다. 관심을 수익화하는 유튜버에게 충성도 높은 시청자인 구독자는 채널의 안정적인 수익과 직결된다. 그리고 시청자들과의 소통은 관심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몇몇 겸업 유튜버들은 근무 중 화장실에 가는 시간까지 활용해서 댓글을 단다. 수익과 직결되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관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즐겁기 때문이다. 관심을 즐기는 유튜버들에게 시청자들과의 소통은 유튜브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기쁨이고, 원동력이다.
D: 업로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댓글이 하나둘씩 달려요. 그거 보려고 계속 새로 고침 누르면서 기다리거든요. ‘오늘 영상은 이래서 재미있었어요!’ 식으로 되게 구체적으로 올라온단 말이에요? 영상 하나 올리겠다고 며칠 촬영하고 편집하고 딱 올렸는데 그런 댓글 보면 힘도 나고, 빨리 또 영상 올려야겠다 싶어요. 진심 고마워요. 댓글 달아 주시는 분들. 그래서 저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대댓글 달죠.
유튜버와 시청자 사이에 진정성 있고 끈끈한 관계가 생겼을 때, 그 채널은 수익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튜버는 사람들의 관심이 즐겁고 감사하다. 그래서 그들의 소통에는 진정성이 있다. 유튜버의 진정성은 콘텐츠 제작 자체를 시청자들과의 소통이라 여기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파뿌리: 소통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영상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데이터에서 나오는 소통이라는 게 있거든요. 업무적으로 얘기를 해 보자면 영상이 처음 시작할 때 오프닝부터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는 경우가 있단 말예요? 그러면은 이건 우리 팬들이 보기에 이 오프닝은 재미가 없구나. 그럼 오프닝을 바꾼다든지,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든지. 그런 걸 통해서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상에 점점 다가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소통인 거죠. 유튜버니까 영상으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죠. 유튜버다운 소통, 유튜버니까 가능한 소통이죠.
유튜버들은 시청자와 가까워지고, 그들의 개인적인 영역을 파고 들어가 친구 같은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소통은 댓글과 대댓글, 오프라인에서의 만남 등을 통해 친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기도 하고, 시청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 영상에 적용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수익과 직결되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며 즐기는 일의 과정이었다. 시청자들과 서로를 기쁘게 하는 친구가 된다는 것은 유튜버가 기성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