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탄이 어떻게 창업으로 연결됐나?
나도 꾸미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너무 좋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면 나도 충분히 따라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즉,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면 좋은 프로덕트(product)가 되겠다는 생각을 이용자로서 하게 돼 오늘의집을 시작
하게 됐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문제 해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이런 프로덕트를 잘 만들게 되면 결국에는 이 온라인 프로덕트를 넘어서 실제 세상, 물리적인 공간들을 바꿔 나가게 되고 그 물리적인 공간이란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집’ 아니겠나. 그러면 그 공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삶도 바뀔 것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고 나니 에너지와 열망이 막 폭발하더라.
지인의 집에 간 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게는 운명의 날 같았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은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걸 어떻게 잘 풀어줄까?’를 계속 이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켜 왔다.
세입자인데도 그렇게 놀라우리만치 고칠 수 있던 것인가?
보통 인테리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큰 공사를 하는 것으로만 인식돼 오지 않았나. 그런데 사실 공간이라는 게 그렇게만 바뀔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작은 소품들만 잘 조화시켜도 얼마든지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집에서 그걸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일상적인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도 많았을 터다.
전 세계 다양한 창업가들을 보면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집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의 장점은 실제로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고 그걸 이용자로서 굉장히 잘 알고 있기에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만 잘하면 된다는 점이다. 또 창업할 때 많이들 하는 말인데 “다른 사람들이 아직 모르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게 좋은 기회가 된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내 경우도 잡지에서나 봤던 좋은 공간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운 좋게 남들보다 더 빨리 알게 된 것 같다.
콘텐츠에서 커머스, 중개로
오늘의집의 출발점은 인테리어 버티컬 플랫폼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보통 브랜드 파워와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아 특정 분야에서도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라는 분야에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 전략으로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일반 소비자들이 인테리어를 어렵게 여겼던 이유는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에 맞는 소품을 찾는 것부터, 특정 컨셉의 인테리어 시공을 잘하는 시공사를 찾는 데까지, 비용도 부담이 되지만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많이 필요했다. 일반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였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장 마찰을 놓치지 않았다. 인테리어 정보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용품 판매와 시공 연결까지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사진에 나오는 러그를 어디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정보 검색과 구매의 과정을 오늘의집 서비스에 통합시킨 것이다. 이렇게 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 ‘콘텐츠-커머스-중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오늘의집은 취향을 실현해 주는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냈다.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오늘의집은 2022년 5월 기준 23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성수기 월 거래액 1800억 원, 가구 시장 점유율도 5퍼센트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 또한 상승해 현재 2조 원에 달하고 있다. 가구 부문 시장 1위라고 평가받는 한샘의 시가 총액 1조 5000억 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취향 기반 인테리어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했지만, 회사 운영과 인테리어 실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오늘의집은 성장의 모든 과정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좋은 콘텐츠를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의집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에선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매출이 없는 상태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면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지속했지만 투자 유치엔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콘텐츠 서비스에서 ‘커머스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커머스 시장으로 난관을 극복하고자 한 계기엔 사실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다. “이 사진에 있는 테이블 어디서 구매할 수 있어요? 오늘의집에서 구매하게 해주세요”와 같은 요청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먼저 확인한 후 서비스를 론칭했기에 서비스를 오픈하면 고객의 구매 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서비스를 론칭한 초기 일주일 동안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커머스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 소품을 판매하는 베타 버전의 테스트를 할 때 이틀 간 1000만 원 정도의 거래가 발생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커머스 오픈 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통해 이승재 대표는 콘텐츠와 커머스는 성공을 위해 각기 다른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고객의 니즈가 있다는 것과 실제 구매로 연결되기까지는 또 다른 과정이 존재하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구매 서비스 과정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왜 고객들이 구매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콘텐츠 서비스를 사용하는 맥락과 커머스를 사용하는 맥락이 다르다는 답을 얻게 된다. 즉, 콘텐츠에서 커머스의 경로까지 따라가서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 수년간 무수히 많은 것들을 실행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좋은 파트너와 제품들을 입점하는 것은 물론 커머스 강화를 위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 보기도 했다.
실제로 지아나 에크하트(Giana Eckhardt)라는 영국의 경영학자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선 상품・서비스의 특징과 유통 방식의 유형에 따라 각각의 시장에는 다른 로직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2] 요지는 무료인 콘텐츠와 유료인 커머스 시장에 모이는 고객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을 만들어 가는 로직과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집의 경우 콘텐츠를 보는 것은 무료지만 커머스와 연결하는 것은 수익 모델과의 결합이 필요했다. 에크하트의 설명은 오늘의집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과와 동일하다.
결국 2년여간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오늘의집은 커머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투자 유치에 성공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후속 커머스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분석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행착오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