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파이닝 REDEFINING
5화

오늘의집, 내 마음에 들어야 인테리어다

인테리어와 취향을 잇다


일상적인 것들을 꾸준히 바꾸어 가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 기업이 있다. 서비스의 시작은 단지 ‘내 집’을 사진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각자의 취향이 담긴 내 집 사진들이 모이자 자연스레 일상적이지만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들이 됐다. 이렇게 모인 인테리어 콘텐츠는 인테리어 분야의 커머스와 시공 업체 중개로 점차 더 넒은 서비스를 향해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나갔고 하나의 앱에서 인테리어라는 카테고리의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바로 취향 기반 인테리어의 대중화 시대를 연 ‘오늘의집’이다.

오늘의집의 성공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에서 가치를 창출해 종국에는 기존 서비스보다 높은 혁신을 이루어 냈다는 데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은 전자를 ‘존속적 혁신’ 후자를 ‘파괴적 혁신’이라고 지칭했다.[1] 파괴적 혁신은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시장 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방편으로 제시됐다. 일상적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무기로 카테고리 일부를 잠식하고 나아가 기존의 시장 지배 기업을 이겨 나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는 곳을 내 취향을 중심으로 꾸미는 건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오늘의집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일반인이 취향 관련 인테리어를 현실화하기까지 다양한 진입 장벽이 존재했다. 집을 마음대로 꾸민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 대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을 통해 간단하게 인테리어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다면,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사진을 수집하기 전에는 레퍼런스용 인테리어 사진을 구하는 게 어려웠을까? 사실 오늘의집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인테리어 참고용 사진은 넘쳐나고 있었다. 심지어 인테리어 전문 잡지 또한 존재했다. 오늘의집이 수집하고 제공하는 인테리어 사진은 무엇이 달랐을까? 바로 ‘살고 있는 집의 사진’이라는 점이다. 인테리어 전문가가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 낸 연출용 사진이 아닌, 내 집, 나의 옆집, 우리 동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들이 모여 기존 인테리어 시장의 허들을 무너뜨린 것이다.

더불어 오늘의집에서 볼 수 있는 ‘실제로 살고 있는 집’ 사진 공유 서비스가 흥미로운 또 다른 포인트는 고객이 콘텐츠의 소비자가 되기도 하지만 생산자이기도 한 프로슈머(prosumer)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사용자 제공 콘텐츠를 기반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오늘의집 등장 이전의 인테리어 시장은 어땠을까? 고객의 취향을 높은 수준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고가의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를 의뢰해 소품 선정, 구매, 인테리어시공까지 전 과정을 맡기는 방법과 고객이 발품을 팔아 직접 인테리어 과정의 일부를 담당해 취향을 반영하는 방법이 있었다. 만약 고객이 비용이나 시간 부문에 대한 노력의 투입 수준이 낮고 정보나 지식이 많지 않은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동네 인테리어점에 인테리어를 의뢰하게 되는데, 이 경우 취향을 세세하게 반영하기 어려웠다. 30평대, 40평대형 인테리어라는 용어로 인테리어 스타일은 정형화됐다. 집의 크기에 따라 기성품 제작하듯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의집을 만든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는 우연히 지인 집을 방문했다가 취향이 담겨있는 인테리어를 보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취향이 담긴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이 대표는 아파트 시공사에서 제공한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를 보급하고 이를 통해 나의 취향이 담긴 주거 공간의 손쉬운 실현이라는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했다. 전등과 같은 작은 인테리어 소품이 변해도 공간의 느낌이 바뀌고, 공간의 느낌이 바뀌면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집이 등장하기 전엔, 인테리어는 삶에서 필수적인 의미를 지니지는 않았다. 인테리어라는 것은 ‘내 취향’이 담기지는 않았어도, 그럭저럭 살 수 있다면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중 하나였다. 하지만 건축학적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논의를 제시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실제로 학교를 포함한 많은 공공기관이 혁신이라는 개념을 공간에 도입해 공간에서 혁신이 촉발된다는 전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승재 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의 단위인 주거 공간이 변하면 삶의 가치와 질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의집을 창업했다. 이 대표가 본 취향 기반 인테리어 시장의 가능성은 무엇이었을까?

 

지인의 집에서 얻은 아이디어


‘취향 기반’이라는 키워드를 전통 산업인 인테리어에 도입한 지점이 흥미롭다. 어떤 계기로 개척에 나섰나?

지금도 ‘모든 건 이용자로부터 시작하자’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결국에는 오늘의집이라는 아이디어도 이용자 경험으로부터 시작이 됐다. 사실 나 자신이 첫 번째 이용자다. 2013년에 우연히 지인의 집에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집이 원래는 그냥 평범한 오피스텔이었는데 너무 멋졌던 거다. 지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이 너무 잘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한국은 대부분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에서 살지 않나. 이미 만들어진 방식대로 살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고,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었는데 그런 공간이 바뀔 수 있다는 걸 그때까지 한 번도 생각을 못 해봤다.

그전까지는 해외의 멋진 주택을 보면서 저기는 개인 주택이라서 저렇게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집에 딱 가고 나니까 우리나라의 공동 주택 공간들도 충분히 각자 취향을 담은 공간들로 탄생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나도 그런 집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사진: SBS
그 감탄이 어떻게 창업으로 연결됐나?

나도 꾸미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너무 좋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면 나도 충분히 따라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즉,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면 좋은 프로덕트(product)가 되겠다는 생각을 이용자로서 하게 돼 오늘의집을 시작
하게 됐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문제 해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이런 프로덕트를 잘 만들게 되면 결국에는 이 온라인 프로덕트를 넘어서 실제 세상, 물리적인 공간들을 바꿔 나가게 되고 그 물리적인 공간이란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집’ 아니겠나. 그러면 그 공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삶도 바뀔 것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고 나니 에너지와 열망이 막 폭발하더라.

지인의 집에 간 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게는 운명의 날 같았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은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떤 문제들이 있고, 그걸 어떻게 잘 풀어줄까?’를 계속 이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켜 왔다.

세입자인데도 그렇게 놀라우리만치 고칠 수 있던 것인가?

보통 인테리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큰 공사를 하는 것으로만 인식돼 오지 않았나. 그런데 사실 공간이라는 게 그렇게만 바뀔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작은 소품들만 잘 조화시켜도 얼마든지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집에서 그걸 처음으로 느꼈던 것 같다.

일상적인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도 많았을 터다.

전 세계 다양한 창업가들을 보면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집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의 장점은 실제로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고 그걸 이용자로서 굉장히 잘 알고 있기에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만 잘하면 된다는 점이다. 또 창업할 때 많이들 하는 말인데 “다른 사람들이 아직 모르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게 좋은 기회가 된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내 경우도 잡지에서나 봤던 좋은 공간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운 좋게 남들보다 더 빨리 알게 된 것 같다.

 

콘텐츠에서 커머스, 중개로


오늘의집의 출발점은 인테리어 버티컬 플랫폼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보통 브랜드 파워와 자본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아 특정 분야에서도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라는 분야에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 전략으로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일반 소비자들이 인테리어를 어렵게 여겼던 이유는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에 맞는 소품을 찾는 것부터, 특정 컨셉의 인테리어 시공을 잘하는 시공사를 찾는 데까지, 비용도 부담이 되지만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많이 필요했다. 일반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였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장 마찰을 놓치지 않았다. 인테리어 정보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용품 판매와 시공 연결까지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사진에 나오는 러그를 어디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정보 검색과 구매의 과정을 오늘의집 서비스에 통합시킨 것이다. 이렇게 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 ‘콘텐츠-커머스-중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오늘의집은 취향을 실현해 주는 인테리어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 냈다.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오늘의집은 2022년 5월 기준 23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성수기 월 거래액 1800억 원, 가구 시장 점유율도 5퍼센트 이상으로 추정된다.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 또한 상승해 현재 2조 원에 달하고 있다. 가구 부문 시장 1위라고 평가받는 한샘의 시가 총액 1조 5000억 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취향 기반 인테리어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창업했지만, 회사 운영과 인테리어 실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오늘의집은 성장의 모든 과정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좋은 콘텐츠를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의집이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에선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매출이 없는 상태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면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지속했지만 투자 유치엔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콘텐츠 서비스에서 ‘커머스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커머스 시장으로 난관을 극복하고자 한 계기엔 사실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다. “이 사진에 있는 테이블 어디서 구매할 수 있어요? 오늘의집에서 구매하게 해주세요”와 같은 요청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먼저 확인한 후 서비스를 론칭했기에 서비스를 오픈하면 고객의 구매 요청이 쇄도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서비스를 론칭한 초기 일주일 동안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커머스 서비스를 오픈하기 전 소품을 판매하는 베타 버전의 테스트를 할 때 이틀 간 1000만 원 정도의 거래가 발생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커머스 오픈 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통해 이승재 대표는 콘텐츠와 커머스는 성공을 위해 각기 다른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고객의 니즈가 있다는 것과 실제 구매로 연결되기까지는 또 다른 과정이 존재하고 이를 위한 효율적인 구매 서비스 과정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의집은 “왜 고객들이 구매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콘텐츠 서비스를 사용하는 맥락과 커머스를 사용하는 맥락이 다르다는 답을 얻게 된다. 즉, 콘텐츠에서 커머스의 경로까지 따라가서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 수년간 무수히 많은 것들을 실행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좋은 파트너와 제품들을 입점하는 것은 물론 커머스 강화를 위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해 보기도 했다.

실제로 지아나 에크하트(Giana Eckhardt)라는 영국의 경영학자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선 상품・서비스의 특징과 유통 방식의 유형에 따라 각각의 시장에는 다른 로직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제시했다.[2] 요지는 무료인 콘텐츠와 유료인 커머스 시장에 모이는 고객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을 만들어 가는 로직과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집의 경우 콘텐츠를 보는 것은 무료지만 커머스와 연결하는 것은 수익 모델과의 결합이 필요했다. 에크하트의 설명은 오늘의집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결과와 동일하다.

결국 2년여간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오늘의집은 커머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투자 유치에 성공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후속 커머스 카테고리로 확장하면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분석에도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오늘의집은 이러한 시행착오의 결과다.
지금은 커머스에서 중개까지 성공적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했지만 애초에 인테리어 시장은 알아주는 레드오션 분야다. 이미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판이 구성된 인테리어 시장을 오늘의집은 어떻게 공략했을까?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넘어가기까지의 과정과 매출이 없던 보릿고개 시절, 성장에서의 변곡점에 대해 이승재 대표에게 물었다.

 

인테리어 레드오션 공략하기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인테리어 시장은 몇몇 대형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 아니었나. 파고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공략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인테리어 시장은 가구 업체, 인테리어 시공 전문가 등 굉장히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산업이다. 대형 업체뿐 아니라 크고 작은 업체가 이미 많았다. 반면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게 큰 숙제였다. 인테리어라는 게 살면서 몇 번 안 해보는 일 아닌가. 그러다 보니 갑자기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거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얼마가 드는지, 무엇을 사야 하는지, 그걸 사려면 어디에 가야 하는지 등 알 수 없는 것투성이인 시장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첫 번째도 이용자, 두 번째도 이용자 입장을 생각했다. 좋은 공간을 갖고픈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하려고 할 때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정리해 보고 이용자들을 계속 만나 보면서 니즈를 찾았다. 심지어 어떨 땐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옆 테이블에 잠재 이용자로 보이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생각하는 서비스를 보여 드리고 피드백을 듣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확인했던 건, 맨 처음 ‘나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지?’, ‘내가 집을 어떻게 바꿔야 하지?’라고 생각했을 때, 그걸 미리 생각해 놓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작부터 막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봤을 때 이 영역의 가장 첫 순서이기도 하고, 또 가장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영역이었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하는 문제부터 잘 풀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콘텐츠를 쉽게 탐색할 수 있게 풀어 보자는 걸로 문제를 좁혔다.

좋은 가구를 입점시키는 것보다 일단 취향을 먼저 찾게 만들자는 접근 방식을 취했던 것인가.

그렇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방향이 잘 잡힌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사업을 시작할 때 흔히 하는 실수다. 꿈이 너무 커서 대단한 서비스를 만들고자 엄청난 기획서를 쓰는 등 계획을 부풀린 것이다. 당시 잠재 이용자와 투자자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났는데 한 투자자께서 지금 우리의 플랜은 너무 이상적이라 이뤄지기 어렵다며 하나씩 작은 성공을 만들어 보라 말씀해 줬다. 지금 당장 그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 하나를 먼저 잘 해결하자는 말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 그날 사무실로 돌아와 어떤 문제를 풀까 고민을 하다가,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서 살지를 고민하는 데 답을 줄 수 있는 콘텐츠 문제를 집중해 풀어 보자고 결론을 냈다. 초기에 콘텐츠에 집중하게 된 이유다.

이용자로 하여금 사진을 계속 올리도록 한 이유가 그것인가?

그 지점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했다.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들을 볼 때 가장 영감을 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이다. 해외 사례도 있을 거고 인테리어 전문가들의 사례도 있을 거고 나와 비슷한 일반인들의 사례도 있을 거다. 그중 유저들이 가장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들을 찾기 위해 인터뷰와 테스트를 반복했다. 그래서 얻어진 결론은 정말 가까이 느끼고, 따라 해볼 수 있는 그런 인테리어 사례들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집은 내밀한 공간이다. 어떻게 사람들이 사진을 올리도록 유도했나?

처음엔 우리가 인지도도 없고 규모도 작으니 알아서 찾아와 올려 주시는 분들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공간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이런 좋은 공간을 다른 분들에게도 더 나누고 소개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의 목적을 말씀드리고 사진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을 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오늘의집은 여러 가지 소셜 미디어 채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프로덕트 말고도 외부의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채널들이었는데 거기서 함께 소개를 해드리니 더 즐거움을 느끼시더라. 이렇게 프로덕트와 외부 채널을 묶어 ‘좋은 공간을 소개하자’는 우리의 미션을 함께 나누자고 설득했고 다들 흔쾌히 동참해 주셨다. 그러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사진: SBS
콘텐츠 회사의 접근법과 닮았다. 다만 실제 인테리어 사업을 하려면 그 단계를 넘어야 했을 터다.

인테리어라는 영역은 단어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상황과 니즈가 다양하다. 예를 들면 가구 소품도 인테리어의 영역이다.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프라인을 보통 거치게 된다. 가구 소품 하나를 사더라도 많은 고민이 따르고 집에 놓아야 하는 고가의 제품인 경우가 많아 꼭 눈으로 보고 사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지역에서 고민하고 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먼 지역의 물건들은 알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게 된다.

그런데 오늘의집에서는 지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 내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어떤 제품들로 공간을 꾸몄는지를 볼 수 있다. 게다가 바로 정보까지 제공하니 구매로 이어질 수 있지 않겠나. 그런 관점에서 이용자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정말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좋은 제품들이 각자의 주인을 잘 만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편 가구 소품 업체 입장에서는 오늘의집이 온라인 쇼룸이 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어도 지역적으로 한정돼 있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업체들도 굉장히 많다. 기존엔 고객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에집에선 이 좋은 제품들로 잘 꾸며진 이용자들의 집 사진이 올라오니 자연스레 홍보될 수 있는 구조다. 그게 가구 소품 쪽에서 오프라인의 한계들을 확장했던 방식이었다.

인테리어 전문가분들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인테리어 시공 영역은 사실 굉장히 다양하고, 디자인 스타일도 다 다르다. 지역으로만 하게 되면 서로 잘 맞는 분들이 만나기 어렵지 않나. 이것을 온라인으로 넓히면, 내가 어떤 분야가 필요한지, 어떤 예산대인지, 어떤 디자인을 원하는지 다양한 분류 체계가 생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게 있을 거고 그에 잘 맞는 업체들이 있을 텐데 양쪽을 알맞게 매칭하려면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다.

파트너사를 구할 때 어떤 설득이 제일 잘 먹혔나?

처음부터 우리가 커머스나 중개를 목적으로 업체 혹은 인테리어 전문가들을 설득해야 했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다. 우리는 처음에 콘텐츠로 접근했기에 인테리어 수요가 있는 이용자들을 먼저 모으지 않았나. 가구 소품 업체나 인테리어 전문가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좋아할 만한, 그들의 전문성이 필요할 만한 고객을 원할 것이다. 그러니 그 고객들과 잘 연결될 수 있다면 당연히 동참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 모은 이용자로 설득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팀원들이 많이 고생했다. 처음 뜻에 동참해 주신 분들이 좋은 성공을 이뤄내면서 다른 분들도 계속 참여하시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콘텐츠 중심에서 커머스로 전환하는 시점으로 어느 정도의 볼륨을 생각했나. 일이 잘 풀리기 위한 회원 규모를 어느 정도로 상정했는지.

AB 테스트를 한 것은 아니기에 과학적으로 어떤 숫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예를 들면 당시 방문자가 10만 명이 넘었을 때부터 유의미한 이용자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설득에 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성장통과 변곡점


커머스로 성공적으로 전환했지만 수익이나 매출에 한동안 큰 도움이 되진 못했던 것 같다. 어려웠던 시절은 어떻게 버텼나.

일단 우리 팀이 오늘의집을 시작하면서 처음 가졌던 목표는 우리만의 가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다음 생각한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가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든다면 비즈니스는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어떻게 보면 순수한 생각이었다. 초기부터 팀에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수익 비즈니스가 없을 때나 사업이 잘 안 풀리는 과정에서도, 그냥 가치 있는 걸 만들면 된다는 일념으로 버텨 왔다. 솔직히 당시 우리 팀이 운 좋게 20대분들이 많아 자기 한 몸만 잘 건사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 때문에도 운 좋게 더 잘 버틸 수 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결국 이용자가 맞닥뜨리는 인테리어의 첫 관문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집을 만들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일단 이 1단계 문제를 잘 풀면, 결국에 2, 3단계 문제들은 순차적으로 풀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해 한동안 1단계에만 집중을 했다. 그다음에는 2단계, 3단계로 한 단계씩 넘어오며 확장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마늘과 쑥을 먹으면서 버틴 것 아닌가. 본격적 수익이 막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부터였나?

매출이 발생한 시점은 2016년부터다. 그때 커머스가 처음 시작됐다.

좋은 콘텐츠를 서비스해서 회원들한테 양질의 정보를 주는 행위와 지갑을 열게 하는 건 자연스러운 연결 과정 같지만 다른 로직일 수 있다. 지갑을 열게 하는 데는 다른 동인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 있었나?

일단 뭘 잘 몰라야 시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도 그랬다. 그렇지만 미지의 영역인 만큼 먼저 테스트를 해 봤다. 본격적으로 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다른 외부 솔루션의 힘을 빌려서 한 2~3일 정도 소품을 판매하는 테스트를 해봤는데 당시 1000만 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했다. 늘 데이터와 숫자를 보는데 이렇게 명확한 데이터가 숫자로 나와버리니 이 정도면 그냥 커머스를 바로 해도 되겠다고 확신하고 자신감을 가진 채 준비해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커머스를 시작하니 일주일 동안 실제로 판매된 상품이 없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는 탐색 과정과, 탐색 후 구매를 원하는 상품을 정했을 때 어디서 어떻게 살지를 정하는 구매 과정은 사실 구별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우리는 전자에 집중하고 있었고 후자로 연결이 쉬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면서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엄청난 커머스의 세계가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어떤 부분이 걸림돌이 됐나?

일단 우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했다. 여기서 물건을 사본 적은 없는 셈 아닌가. 그러니 신뢰가 필요했고, 가격도 경쟁력 있어야 하며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없어야 하고, 결제 이후에도 이용자가 물건을 받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잘 이뤄져야 사람들이 믿고 살 수 있는 거였다. 그동안 이런 기반을 쌓아 오지 않고 시작했기에, 앞으로 이용자가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해 받기까지의 수많은 문제를 더 잘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우리가 몇 년간 해온 작업들은 탐색에서 구매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프로덕트도 수백 번 업데이트하고 다양한 실험을 거쳤다. 세일즈 팀에서는 더 좋고 훌륭한 가구 및 소품 업체들을 입점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서서히 개선을 거치며 지금의 오늘의집이 나오게 됐다.
구매 단계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뭔가?

우리 경험에선 사실 다 중요했다. 이용자가 실제로 온라인에서 어떤 물건을 구매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많은 고민의 과정과 요소가 들어가 있다. 뭐라도 하나 되게 안 좋은 경험이 있으면 소비가 잘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의사 결정 포인트들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잘 덜어주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름의 답이 찾아진 형태가 아닌가 싶다.

월 판매액이 1800억 원 수준까지 뛰었다. 누적으로는 2021년 기준 1조 7000억 원 정도로 아는데 매출에 비해 영업 적자 폭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오늘의집의 지난 몇 년은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오늘의집의 밸류를 알려보자는 관점에서 일정 적자 폭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을 해 왔던 시간들이다. 그런데 결국 이 IT 프로덕트라는 건 더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게 되고, 또 여러 가지 밸류가 계속 붙으며 이용자 한 명이 만들어 내는 ‘고객 생애 가치(Lifetime Value)’가 계속 더 많아지게 된다.

반면에 프로덕트를 만드는 비용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완성된 그림에서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끔 계획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이용자들의 문제를 잘 해결해서 결과적으로 비즈니스까지 연결되는 종결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계획을 하나씩 실행 중이다. 몇 년 안에는 이것들이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오늘의집은 재구매율이 높더라. 70퍼센트 이상이던데 재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 따로 있나?

이런 서비스에서 제일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리텐션(retention)이다. 사람들이 한 번 쓰고 나서 안 들어올 수도 있고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리텐션을 주요 지표 중에 하나로 보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오늘의집을 방문하고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굉장히 많은 프로덕트 실험과 비즈니스 실험을 계속 진행해 왔다.

그게 어떤 한 가지의 키 액션(key action)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오늘의집에 정말 내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들이 많아야 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공유돼야 한다. 또, 내 취향에 맞는 상품들을 잘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그걸 발견했을 때,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을 하고 있어야 하며 구매하기도 쉬워야 한다. 이런 모든 포인트가 강화됐을 때, 하나로 연속된 최고의 경험이 나온다고 믿고 있다.

창업자로서 돌이켜 봤을 때 가장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나 사건이 있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기간은 콘텐츠 서비스에서 커머스를 도입하는 기간이었다. 수익 모델이 없다가 처음으로 생긴 지점이었다. 그게 생기며 우리에게 일어났던 중요한 변화는, 실제로 이용자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어떤 가치를 얼마나 느끼는지를 숫자로 명확히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표현하기 어려운 가치이지 않나. 그게 비즈니스적으로 딱 환산이 되니까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치를 현실적으로 직시하게 됐다.

그때를 기점으로 사업과 프로덕트를 발전시키는 과정의 프레임이 아예 바뀐 것 같다. 그전에는 그냥 좀 더 이용자들의 문제를 잘 풀어 보자, 결과적으로 만족을 하는지를 보자는 관점에서 계속했다면 이후엔 데이터로 더 정확하게 계산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마케팅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고 또 이용자들이 거기서 느끼는 가치가 얼마큼인지, 우리가 얼마큼 개선이 됐고 정말 잘 개선이 되었는지 등을 말이다. 사업부 프로덕트를 소위 더 과학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변곡점이었다.

두 번째로는 그 과정에서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이 세 가지가 잘 결합한 독특한 서비스로 오늘의집이 발전했던 2016년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영역에서 콘텐츠와 커뮤니티, 커머스가 잘 연결돼서 뭔가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 낸 서비스들을 찾기가 어렵다. 이를 종합한 서비스로 발돋움했던 시기가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라 하겠다.

 

버티컬 플랫폼에서 슈퍼 앱으로


‘인테리어’라는 카테고리를 혁신해 온 오늘의집은 클러스터를 확장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인테리어였다면, 그다음은 함께 하는 존재 즉 가족이나 반려동물까지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의집은 이용자들이 집 사진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 있는 사진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인테리어 용품들 사진이 늘어났고 사용자 문의 역시 많아졌다. 이처럼 사용자들의 니즈가 커지자 오늘의집에는 ‘반려동물’ 카테고리가 생겼다. 이외에도 홈트레이닝, 캠핑, 제품 렌탈 등 라이프 스타일의 여러 분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버티컬 플랫폼으로 출발한 오늘의집이 공간과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슈퍼 앱’으로 도약하기 위해 보이는 행보는 거침없다. 2021년 8월 집수리 업체인 ‘집다’를 인수해 생활 집수리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2022년 1월 이사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인테리어와 관련한 분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LG전자와 손잡고 가전제품을 빠르게 배송하고 설치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가전 카테고리까지 강화하고 있다.

버킷플레이스가 이처럼 오늘의집 카테고리 확장에 나선 것은 거래 금액 기준 인테리어 시장 1위에 오른 오늘의집의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가구 판매 중개 이외에도 인테리어, 이사, 집수리 등으로 서비스를 다변화하며 수익성이 확대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를 원하는 일자에 배송받을 수 있는 ‘오늘의집 배송’ 서비스는 2021년 론칭 이후 적극적으로 기술 분야에 투자를 유치하며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물류 네트워크를 혁신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전에 없던 ‘취향 기반의 콘텐츠 공유’라는 서비스에서 시작해 라이프 스타일의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오늘의집은,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준비하고 있어 이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승재 대표에게 그가 그리는 큰 그림부터 해외 시장의 비전까지 물어봤다.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하다


일본을 첫 해외 시장 공략지로 택한 이유는 뭔가?

현재 우리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서비스를 오픈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환경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경제 수준이나 사람들의 생활 방식 등도 그렇고 일본도 많은 이들이 공동 주택에 살기에 좋은 시작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멀리 봤을 때 꼭 우리 서비스가 비단 한 국가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지도 않을뿐더러 세계적인 가구 회사들도 많지 않나. 내 취향에 맞는 공간을 만들고픈 마음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유니버설universal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린 의식주와 관련된 공통된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을 넘어 더 다양한 국가들에서도 오늘의집의 가치들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빠르게 실행해 나가며 하나씩 답을 풀어가게 될 것 같다.

집수리 업체를 인수하고 이사 서비스도 시작하고 가전 수리 업체도 인수해 서비스하는 걸 보면 어떤 의도가 있는지 큰 그림이 궁금하다.

팀에서 오늘의집 미션을 함께 나눌 때,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영감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실제로 사람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자는 말을 하곤 한다. 이사·수리 서비스, 가전제품 설치 등 다양한 서비스들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역시 좋은 공간에서 사는 것과 연결되어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데서 오는 어려움을 해결하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서의 문제로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 ©사진: SBS
콘텐츠와 커뮤니티에도 지속해 신경을 쓰고 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반려동물, 홈트, 캠핑 등 분야도 다양하던데 이것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뭔가?

그건 미션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영감을 나눌 커뮤니티 말이다. 우리가 이런 생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가 있다. 사실 오늘의집이 시작하던 시점에는 집이란 게 보통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오늘의집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는 내 취향에 맞는 공간, 잘 쉴 수 있는 공간이 집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에 일어난 변화는 쉼을 넘어 내가 뭔가를 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 같다. 집의 기본 역할에 새로운 기능이 여러 층으로 추가된다는 의미의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란 단어도 나오고 있다.

이용자들께서 집을 꾸며가는 과정이 곧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같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집을 꾸미다 보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내 공간을 꾸며가게 된다. 그렇게 내가 만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내는 것이 즐거운 삶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

오늘의집도 처음 인테리어를 할 땐 가구, 소품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에 집중해 왔지만 어느덧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영감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돼 보자는 관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떤 분들은 집에서 일도 하시고, 어떤 분들은 파티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식물도 키우시고, 다양한 활동과 취미가 일어나고 있지 않나. 오늘의집에도 공간과 일상이라는 키워드로 재미있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더 편히 나눌 수 있는 서비스가 되고자 한다. 그게 오늘의 집이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다.

스브스프리미엄의 공통 질문이다. 어디선가 또 다른 개척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늘의집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0년 전 내게도 그렇고 지금의 나 자신에게도 그렇고, 오늘의집 팀에서도 제일 많이, 여전히 이야기하는 문장이 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영화 〈인터스텔라〉 속 대사다. 우리 팀과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오늘의집을 키워오면서 느낀 건, 정말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들도 결국 하나둘씩 풀리고, 이게 정말 될까? 우리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도전들이 결국엔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팀도, 주변 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경험한 일들이다.

이를 직접 겪고 느끼다 보니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월드컵 한국 경기에서도 ‘중꺾마’라고 해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았나. 우리의 신념과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문제를 풀고 도전을 한다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질문과 의구심이 계속 들겠지만 결국 해결하기 전까진 해결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아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1]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이진원 譯), 《혁신기업의 딜레마》, 세종서적, 2009.
[2]
Eckhardt. G. and Bardhi. F., 〈The Relationship between Access Practices and Economic Systems〉, 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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