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광객은 꼴불견일까?
“에든버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관광객들이 가장 꼴불견인 순간은?” 〈에든버러 이브닝 뉴스(Edinburgh Evening News)〉가 내보낸 낚시성 기사에는 예상하듯이 수많은 불평이 이어졌다. 그들은 인도를 막아선다. 그들은 멈춰서 사진을 찍어댄다. 그들은 카페로 몰려든다. 그들은 에든버러성(Edinburgh Castle)이 어디에 있는지, 또는 에든버러성에 있는 ‘한 시의 대포(One O'Clock Gun)’가 몇 시에 발사하는지를 묻는다.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는 이곳에 몰려드는 관광객과 언제나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곳의 부유한 님비(NIMBY)들은 군중을 향해 혀를 차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게 해주는 레스토랑과 술집, 문화생활은 마음에 들어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로운 불평이 생겨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제공할 수도 있는 도시 중심부의 주거 시설을 관광객이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관광이 점점 더 간편해지고 주거에 대한 압력은 거세지는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흔히 들리는 주장이다.
스코틀랜드에서 뭔가 변하고 있다. 고개를 젓던 사람들은 기뻐할 것이고, 내년에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고자 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왜 갑자기 이곳에서 머물 곳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가격은 더 비싸졌는지 궁금하게 될 것이다.
이는 에어비앤비(Airbnb) 방식의 민박 시설에 대한 단속을 요구해 온 활동가들이 에든버러 시의회(City of Edinburgh Council)를 움직이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러자 스코틀랜드 정부도 개입했다.
그 결과, 오는 10월 1일부터 스코틀랜드 내의 모든 민박 시설, B&B
[1], 게스트하우스는 면허를 취득하거나 최소한 면허를 신청해야 한다. 면허 없이 운영하면 불법 시설로 분류되어 최대 2500파운드(약 42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단기 임대업에 대한 새로운 법안으로 인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스코틀랜드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유명 관광지에서 멀리 벗어난 지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거의 관계없는 논쟁에서 부수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불평한다.
관광 분야의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은 이 법안이 그들을 업계에서 밀어내기 위해 계획됐다고 생각한다. 시의회가 인가할 의도도 없는 소급 건축 허가(retrospective planning permission)
[2]를 포함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법안이 사실상 방문객에게 값비싼 호텔에 머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한다. 아니면 민박을 구하고자 하더라도 스코틀랜드 남쪽 잉글랜드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현재 미국계 회사 한 곳이 내년 페스티벅 기간 동안 에든버러 북부인 리스(Leith) 항구에 정박할 예정인 크루즈 선박의 선실 티켓을 판매하고 있어 사안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 티켓의 가격은 1인당 1박에 179파운드(약 3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3끼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주로 기차를 타고 에든버러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레스토랑들에게는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다.
관광업계는 또한 스코틀랜드 정부가 최근의 참패로 저지른 실수를 반복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빈 병에 대해 시행하는 재활용보증금제도(DRS)로 인해 6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8600만 파운드의 부채를 떠안은 것과, 스코틀랜드 정부가 추진한 젠더자가결정개정법안(Gender Recognition Reform Bill)이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에 의해 저지된 것을 가리킨다.
이런 프로젝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목소리가 큰 활동가 그룹과의 논의에서 영향을 받아 도입됐지만, 그로 인해 현실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깨달은 유권자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었다는 점이다.
단기 임대차 법안의 잠재적인 악영향은 아직 대중의 인식에는 스며들지 않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민박 업종이 2주택 소유와 결부되어 있어 대중적인 공감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부분적으로 민박 소유주가 건물주와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에어비앤비에 머물고 있지만, 이 플랫폼에 대한 수많은 부정적인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벌써부터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신규 법안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수천 파운드를 지불하기보다는 업계를 떠나고 있다.
시의회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민박 시설 가운데 약 3분의 1의 주택이 위치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껏 에든버러에서 단독 민박 시설에 대해 발급된 면허는 단 두 건에 불과하다. 1만 개 이상의 민박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하이랜드(Highland)에서는 현재까지 2000건의 신청이 접수되었는데 그중 약 1000건에 대해서만 면허가 발급되었다.
스코틀랜드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제출된 5287건의 신청서 가운데 약 2652건의 면허가 승인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스코틀랜드 정부의 자체적인 조사에 의하면, 2019년 당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가 스코틀랜드에서만 3만 1884개에 달했다. 따라서 수만 개의 사업이 지금까지 망설이고 있거나 포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2. 무언가를 되돌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임대 숙소를 예약해서 휴가를 즐기는 건 대중적이면서도 저렴한 휴식 방법이 되었다. 내가 그것이 얼마나 대중적이 되었는지를 아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스코티시 보더스(Scottish Borders)에서 소규모의 민박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담보 대출을 받아 민박집을 꾸몄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다른 수천 명과 마찬가지로 이 일이 과연 꾸려갈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 민박집에 들르는 손님 절반 정도는 스코틀랜드 사람이다. 이 업계의 수많은 사업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한 지붕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머물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공간을 찾는 대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상적인 숙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이곳에 머문다.
피드백에 따르면 손님들은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공간을 즐겨 찾는다. 우리는 손님들이 현지의 가게를 이용하고, 자전거를 빌리고, 낚시를 즐기거나 패들 보드를 해보고, 개인 요리사를 예약하고, 훌륭한 현지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아 보라고 권장한다. 이런 방문객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마을을 위한 지역 삼림을 조성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으며, 지금은 지역 학교에 자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무언가를 되돌리기 위해 애쓰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경멸적인 용어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매년 수백만 명이 민박 시설에 머문다. 분명히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이 일부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생활비 위기의 시기에 민박업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가성비를 제공한다. 비수기의 경우, 우리 민박집에 여덟 명이 일주일 동안 머문다면 1인당 1박에 16파운드(약 2만 7000원)라는 비용이 산출된다. 그 비용으로 과연 호텔을 구할 수나 있을까?
그런데 대체 왜 스코틀랜드는 단기 임대업과 절연을 하게 되었을까? 결국 스코틀랜드에서 관광업은 핵심 산업이다. 스코틀랜드 정부에서 운영하는 비지트 스코틀랜드(Visit Scotland)에 따르면, 2019년에 346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으며, 그들은 모두 2730만 박을 체류하며 25억 3000만 파운드(약 4조 3000억 원)를 지출했다.
성공의 배경에는 대형 호텔이 장악한 기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민박 시설의 증가가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스코틀랜드에 등록된 에어비앤비 숙소는 3만 1884개로, 전체 주거지의 1.2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에어비앤비가 소비와 일자리 증가를 포함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이는 또한 주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도 가져 왔는데, 특히 에든버러 전통 가옥에서 그 정도가 심했다.
저렴한 주거지가 점점 줄어들고 재정이 빠듯해지면서 시의회는 단기 임대 시설을 단속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활동가들과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