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을 직접 목격하고 싶다면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베이(Transbay) 버스 터미널 옥상에 새로 문을 연 공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양의 건물 자체가 신화 속 동물과 많이 닮아 있어서(모비딕 같은 모습) 그곳에 유니콘이 자리를 잡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거나, 꽃을 사랑하는 캘리포니아의 고유종들로 이루어진 우아한 식물군이 심어져 있어서 특히나 이런 매력적인 말이 거주하기에 적당한 환경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는 샌프란시스코 산업 지구에서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공원이, 기업 본사들을 내려다보기에 아주 적당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기업 하나의 가치가 10억 달러(1조 1415억 원)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만 88개가 있는데,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수이고, 그중에서도 기업 메시징 서비스 업체인 슬랙(Slack)이나 배송 서비스 업체인 인스타카트(Instacart)가 특히 트랜스베이 터미널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이곳 옥상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의 두 강자인 리프트와 우버의 본사가 보이지는 않지만, 인근에 있는 호화로운 밀레니엄 타워에 올라가면 이 업체들도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이 공원은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개장한 지 불과 6주 만에, 두 개의 철골 구조에서 균열이 발견되는 바람에, 트랜스베이 터미널의 다른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광스런 공원도 폐쇄되고 말았다. 밀레니엄 타워에는 올라갈 수 있지만,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빌딩인 이곳 수직 건축물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송사가 발생하고 있는데, 단순히 성가신 소송에 그치는 것들이 아니다.
위와 같은 결점들로 인해 이런 고급스런 건축물이 가졌어야 하는 상징성이 훼손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명성을 풍부하게 채워 주고 있다. 건물이나 비즈니스나 모두 마찬가지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빛나고 새로워 보인다. 유니콘들은 알파벳(Alphabet, 예전의 구글)이나 애플(Apple),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의 마구간들에서 태어난 흥미로운 사업체들이다. 실제로 유니콘들의 상품들이 현재 실리콘밸리를 주름잡고 있다. 그리고 전례 없는 수의 괴물 업체들이 기업 공개를 통해 자신들의 주식을 세계에 내놓거나(리프트가 3월 29일에 상장을 했고), 또는 그렇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우버는 5월 10일에 상장할 예정이다). 말의 행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중국의 유니콘들 또한 IPO에 동참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중국 기업의 투자자들 중에는 알리바바의 화려했던 증시 데뷔 기억에 영향을 받아 호기로운 전망치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펀드 겸 연구소인 르네상스 캐피털(Renaissance Capital)의 캐슬린 스미스(Kathleen Smith)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만으로도 1000억 달러(114조 1500억 원)를 끌어모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문제는 일어나고 있다. 시장에 발이 묶인 유니콘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들여다보면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하지만은 않다. 모든 말들이 경주에서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듯, 어떤 말들은 사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시용으로 길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약점은 어떤 특정한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약점과 불균형을 가진 채로 사업을 시작하는 이런 괴물들을 만들어 내는 데에 특화된 이 산업계가 가진 문화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규제
투자 펀드인 카우보이 벤처스(Cowboy Ventures)의 설립자 에일린 리(Aileen Lee)가 2013년에 현재 사용되는 ‘유니콘’이라는 말을 언급했을 때, 그녀는 이 용어에 뭔가 놀라우면서도 진기한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합당한 표현이었다. 2013년 리가 알고 있던 유니콘들은 미국에 겨우 38개에 불과했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현재 그 숫자는 156개에 달한다(이는 다른 곳의 집계보다 약간 더 많은 수치다). 유니콘이 성행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막대한 수의 이용자를 거느린 기업들을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의, 아마도 유일하게 가능한 사업적 전략이라고 보는 사상이 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실현하기에 전에 없이 쉬워진 인프라 배경이 있다. 게다가 최근까지의 환경에서는, 이러한 신생 기업들을 기업 공개로 내모는 압박이 거세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법은 낙관적 미래 지향성과 통제의 논리가 기묘하게 결합된 것이다. 우선은 그 풍부성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먹어 치운다’라는 것과, 아직까지도 세상에는 먹어 치워야 할 산업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원자들이 비트들로 대체되면서, 조금 평범하게 표현하자면 실제 물품과 활동이 화면을 통한 주문으로 대체되면서, 여러 산업들이 스타트업들에 의해 혼란이 발생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혼란의 본질은 어떤 산업에서라도 좋은 성공을 거두는 스타트업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용자들을 가지고 있을수록 시스템에서 새로운 이용자들을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네트워크 효과는, 소규모 업체를 여전히 작게, 거대 업체는 더욱 커다랗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더 일찍 대규모가 될 수 있다면 더욱더 거대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굳이 독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차량 호출 서비스와 같은 분야를 보면, 큰 물고기도 있지만 작은 물고기도 먹여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빠르게, 가능한 한 크게 성장하는 것, ‘블리츠스케일링’이라 부르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리츠스케일링에 관한 책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벤처 캐피털 업체 그레이록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의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이 이렇게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긴밀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어떤 이는 아마존을 설립할 것이다. 다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바탕으로, 스타트업들이 태어나고 육성되는 방법들이 변화되어 왔다. 1990년대의 닷컴 붐 기간에 벤처 캐피털은 확실히 장인 정신이 있었다. 사업가들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타나서,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예상 실적치를 만들어서 벤처 캐피털 측에 제시했다. 그 아이디어가 팔리면, 스타트업들은 그들이 거둔 수백만 달러의 잭팟 가운데에서 상당 부분을 자신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지출했고, 기업 공개는 성장을 위해 훨씬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얻어 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일어나는 그다음의 일이었다.
닷컴 광풍의 붕괴 이후, 상황들이 훨씬 신중해졌다. 사이즈가 점점 더 중요해짐에 따라서, 그것을 구축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유니콘, 체셔 고양이, 그리고 기업 금융의 새로운 딜레마〉라는 논문의 공동 저자인 UC데이비스의 마틴 케니(Martin Kenney)와 UC버클리의 존 지스만(John Zysman)에 따르면, 현재는 ‘기업 형성의 새로운 기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유니콘을 설계하고 제작해 내는 것이 산업화되었고, 그에 필요한 많은 요소들은 온라인 서비스와 같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국내와 해외에서도 제공할 수 있고, 소셜 미디어가 그들에게 시장을 열어 주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해서 그들은 수요량에 발맞추어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유니콘들이 거침없는 속도로 만들어져 모여들었던 반면에, 그것을 처분하는 일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아서 증시에 공개되는 기업들의 비율은 줄어들어 왔다. 2013년에는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미국 기업들이 IPO에 나서기까지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2018년이 되자 그 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났다.
그 원인의 하나가 규제다. 닷컴 광풍의 붕괴 이후,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들이 생겨났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1]인데, 기업 공개를 더욱 부담스러운 작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2012년의 일자리 법안은, 스타트업들이 스톡옵션 보유자를 제외하고 금융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주주의 수를 5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렸다. 이는 기업을 비공개 상태로 보다 더 오래 남겨 두는 결과로 이어졌다.
뿔의 문, 상아의 문[2]
그렇다고 해서 민간 캐피털들의 투자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른 흥미로운 대체 투자처도 딱히 없었던 상황과 함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고질적인 두려움들이 있는 가운데, 종종 헤지 펀드나 국부 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을 원하는 상황과 만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의 벤처 투자가 랜디 코미사르(Randy Komisar)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규모의 확대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욕망은 혁신에 대한 요구라기보다는 자본의 욕구로 인한 결과물이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1142억 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은 경우는 120회 이상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회계 감사 및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Deloitte)의 IPO 전문가인 배럿 대니얼스(Barrett Daniels)에 따르면, 몇 가지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이러한 침묵의 시간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수많은 벤처 캐피털 펀드들이 2010년경에 생겨났는데, 그들 대부분의 운용 기간, 그러니까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시점은 10년이었다. 작년에 공개된 몇몇 자료들을 보면, 주식 시장에서는 테크 기업들의 주식에 대한 선호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회의 문은 곧 닫혀 버릴지 모른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몇몇 유니콘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IPO들이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실패할 경우에도 이런 결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 크고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이 다시 한번 더 독려된다. 모두가 투자 회수를 위해서 몰려들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고 차라리 걸음걸이라는 표현이 맞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대열은 어쨌든 결연하게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235개 정도의 미국 기업들이 올해 기업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캐슬린 스미스는 말한다.
현재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 및 다른 지역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열두 곳의 전·현 유니콘들을 살펴봤다(표1 참조). 이 업체들은 임의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 인지도와 접근 가능한 데이터 모두를 고려해 목록을 추렸다. 그럼에도 이 목록은 주요 예상치와 업종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교통 분야에서는 우버와 리프트, 음악 스트리밍 분야에서는 스포티파이, 부동산 분야에서는 위워크, 중국의 이커머스에서는 메이투안(Meituan)과 핀뚜어뚜어(Pinduoduo)가 보인다. 미국 기업 여섯 곳, 아시아 기업 다섯 곳, 유럽 기업 한 곳이다. 대부분의 유니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설립된 지 평균 10년 정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