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역보건의사(GP)인 사이먼 고든(Simon Gordon)은 비만 환자들에게 오젬픽이 “효과가 좋다”라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감량에 성공한 많은 사람, 그들이 혈압약 복용을 멈추게 된 사례를 목격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지만, 그것을 체중 감량의 만병통치약으로 선언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과거의 격랑을 고려하자면 더욱 그렇다. 지난 60년 동안 의료 당국으로부터 승인된 약품은 최소 25개에 달하지만, 심장 판막 손상부터 뇌졸중, 자칫하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폐 질환인 원발성폐고혈압(PPH)에 이르기까지 각각 부작용이 명확히 확인되면서 유통이 금지되었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 때문에 제약 회사들이 손쉬운 금광에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억 명의 성인이 과체중이다. 1975년 이후 세 배 늘어난 수치다. 그리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영국에서 처방받을 수 있던 약품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는 그러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반영한다.
그러나 1930~1960년대에는 상황이 달랐다. 암페타민(amphetamine) 기반의 체중 감량 약품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혼란 및 환각’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테뉴에이트 도스판(Tenuate Dospan)이다. 도널드 트럼프도 1980년대 초에 이 약을 처방받았다. 정신병 역시 그런 약물이 초래하는 장기적인 문제점 가운데 한 가지로 여겨졌다. 단기적인 문제로는 ‘불안감, 불면증, 과대망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자 식욕 억제제인 펜플루라민(fenfluramine), 암페타민 종류의 각성제인 펜터민(phentermine)을 조합한 알약인 펜펜(Fen-Phen)과 함께 의료적으로 살을 빼기 위한 경쟁이 최악의 상황에 달했다. 121명의 환자를 조사한 한 건의 연구에 의하면, 펜펜을 복용한 사람들은 34주 동안 평균 14.2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반면 플라시보(placebo) 약물을 복용한 대조군은 4.9킬로그램을 뺐다. 펜펜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단지 그러한 수요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체중 감량 클리닉이 개설될 정도였다.
600만 명의 환자들이 1800만 건의 처방을 받고 난 2년 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도덕극(morality tale)
[2]”이 되었다. 펜펜을 복용한 사용자 30퍼센트가 심장 판막 이상 증세와 원발성폐고혈압(PPH)을 경험했고, 이로 인해 이 약품에 대한 면허는 취소됐다. 그러나 메리 린넨(Mary Linnen)과 같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출신의 30대 여성이었던 그녀는 결혼식을 위해 살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는 석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997년에 PPH로 사망했다. 이 약품의 제조사인 와이어스(Wyeth)를 상대로 수만 건의 법적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청구된 보상금은 210억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그 결과가 엄청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후 10년 동안 새로운 다이어트 약을 허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