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날씬하게
1화

위고비, 덴마크를 살찌우다

당뇨 치료제는 현대판 만병통치약이 됐다. 그러나 마법의 열쇠는 없다. 날씬한 몸에 대한 환상이 가리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Adobe Stock
만약 덴마크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다면, 모든 행운의 부적을 라스 프루어가르드 예르겐센(Lars Fruergaard Jorgensen) 방향으로 흔들 것이다. 또한 그에게 매일 감사를 표하고 그가 건강한지 확인할 것이다.

예르겐센은 나라 전체의 경제를 바꾸어 놓았다. 한 명의 개인이 그렇게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덴마크는 인구 600만 명에 국토 면적은 1만 6580제곱마일(4만 2943제곱킬로미터)로 세계에서 130번째의 크기를 가진 나라다. 수도 코펜하겐은 유럽 최대의 도시 가운데 하나다.

그런 나라를 한 명이 바꿨다니? 그렇다. 대머리에 안경을 쓰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예르겐센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CEO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 치료에 이용되는 오젬픽(Ozempic)과 비만 치료에 쓰이는 위고비(Wegovy)라는 대표 상품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연구소다. 그 결과 29억 크로네(4000억 유로 이상)에 이르는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덴마크의 GDP인 28억 크로네를 넘어섰다.

이번 주, 노보 노디스크는 글로벌 명품 대기업인 LVMH를 제치고 유럽 최대의 상장 기업이 되었다. 프랑스 LVMH는 지난 2년 반 이상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덴마크의 GDP는 1.7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의 기여분을 제외하면 그 수치는 0.3퍼센트 하락한다.

“만약 노보 노디스크가 아니었다면 성장 같은 건 없었을 겁니다.” 단스케뱅크(Danske Bank) 수석 경제학자인 라스 올센(Las Olsen)의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덴마크는 다른 나라를 제치고 앞서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 덴마크의 생산량은 40퍼센트 증가했다. 반면 유로존과 미국은 이제 겨우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 중이다.

한 나라 전체, 그리고 전 세계가 노보 노디스크 현상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모두 코펜하겐 북서쪽의 수풀이 무성한 중산층 교외 지역인 바우스베이어드(Bagsvaerd)에 위치한 예르겐센의 연구소 덕분이다. 이곳은 미국으로부터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제조사로 유일하게 승인을 받았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가 2017년부터 만들고 있는 제2형 당뇨 치료제인 오젬픽의 유효 성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사 후에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GLP-1이라는 호르몬과 동일한 감각을 유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위고비라는 세계 최고의 체중 감량 의약품을 자사 카탈로그에 올렸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제레미 클락슨(Jeremy Clarkson),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까지. 유명인들은 서둘러 이 약을 복용했다. 수요가 폭증했다. 예르겐센과 그의 동료들은 위고비가 심장 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2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선언했다. 판매량은 또 한 번 위로 치솟을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런 발견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대중의 환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고군분투해 왔다. 100년 된 소규모 연구 시설이었던 이곳은 이제 세상을 압도하는 우주 시대의 거대한 중심지로 거듭났다. 소규모였던 인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현재 노보 노디스크 직원들은 덴마크의 2만 2000명을 비롯해 전 세계에 5만 5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700명이 더 충원되었다.

이 회사는 덴마크 그 자체가 되었다. 덴마크의 모든 연기금이 이 회사의 자산과 연동되어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금리를 꾸준히 인하하고 있다. 크로네로 가격이 매겨지는 노보 노디스크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덴마크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약 회사의 성공은 덴마크를 경기 침체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있다.

위고비에 대한 열풍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것일지도 모른다. 위고비 열풍은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오젬픽 재고 확보 경쟁에 나서게 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의 사람들이 비만이다. 현재까지 노보 노디스크는 잠재적으로 막대한 가능성을 지닌 이 시장에 이제 겨우 발가락을 담갔을 뿐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직원들이 길거리에서 하이 파이브를 나누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슈퍼카를 몰고 다니며 철문으로 가로막힌 대저택에 거주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곳은 덴마크다. 거의 매일 역사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회사의 성공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신중하게 절제된 나라다.

화려한 소비를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현지 경제권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성장과 장악력을 가장 유사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사례로는 ‘노키아(Nokia)’가 있는데, 공교롭게도 노키아가 태동한 핀란드 역시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다.
©Adobe Stock
한때 노키아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휴대전화였다. 핀란드는 그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애플(Apple)은 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폰은 노키아를 망하게 만들었고, 경제적으로는 최상위권이었던 핀란드의 지위도 끝내버렸다.

이미 거대 기업의 지위를 확보한 다른 제약 회사들은 비슷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화이자(Pfizer)는 다른 추격자들을 떼어내고 앞서고 있다. 화이자가 노보 노디스크를 따라잡거나 추월하는 것은 가능성의 차원을 넘어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그때까지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는 주도권을 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수요는 너무도 강력해서 다른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있을 수밖에 없다. 캐나다의 투자 은행 BMO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가치가 연간 무려 1300~1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을 부추긴다는 암울한 이야기가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의 조사에 의해 둘의 연관성이 제기되었다. 마찬가지로 노보 노디스크에 매우 우호적인 소식도 나온다. 그들의 의약품이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신장 질환,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다른 심각한 질환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예르겐센은 일론 머스크도,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도 아니다. 그는 슈퍼 요트를 갖고 있지 않으며, 다만 자택 인근 호수로 카약을 타러 가는 걸 좋아한다. 그는 덴마크의 유틀란드(Jutland) 시골에 있는 가족 농장에서 성장했다.

금융과 경영을 공부한 그는 노보 노디스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991년에 입사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두루두루 경력을 키웠고, 미국, 일본, 네덜란드 주재원으로 근무했으며, 기술 부문과 사업 개발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노보 노디스크 동료 직원인 아내를 만났다. 그들은 두 명의 성인 자녀를 두고 있다.

예르겐센은 33세에 회사 임시 재무 책임자로 임명됐다. 이후 최고 재무 책임자에 올랐고, 그다음에는 CEO가 되었다. 위고비가 심장 마비와 뇌졸중의 발병 소지를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값비싼 임상 시험을 승인한 사람이 바로 예르겐센이다. 그가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직후였다. 이 연구에는 수억 달러가 소요됐지만, 덕분에 예르겐센의 대담함도 입증되었다.

그는 큰 목소리로 떠드는 무모한 사람이 아니다. 덴마크 정부는 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가가 미디어에서 도전을 제기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틀란드 농장에서 동물을 돌보며 묵묵히 책임을 다했던 것처럼, 그는 노보 노디스크의 운영 책임을 짊어지고도 고개를 낮추고 일해 왔다.

예르겐센은 스스로 세계적인 스타덤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는 화려함을 삼간다. 다보스 포럼이나 TED 강연과 같은 곳에서 중요한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의 단골 쇼에 나가려고 안달하지도 않는다.

그가 추구하는 방식은 조용히 지지하고, 여러 주장을 듣고(그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뭔가 꾸미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없다. 그는 조직 전체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의 힘을 강하게 믿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덴마크에서 좌파의 공격을 받는다. 덴마크 좌파는 오젬픽과 위고비의 가격을 낮추라며 그를 압박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도 없고 더욱 많은 공장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가 무엇을 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고, 이윤을 낼 수도, 새로운 생산 라인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난한 소비자에게는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그전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고 있지만, 노보 노디스크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채 배후에 머물러 있다. 회사의 대표 역시 주목받지 않는 걸 선호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는 전형적인 덴마크 사람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