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이버 보안 관계자들은 이런 모든 우려들을 불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코어 네트워크’와 같은 중요한 부분이 아닌, 전송 장비와 같은 네트워크의 말단에 있는 덜 중요한 장비들에서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5G에서는 이것이 말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다. 5G 네트워크에서는 망 전체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데이터 고속 처리가 네트워크의 주변부 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활동을 모니터링하면 뭔가 의심스러운 행위를 포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화웨이의 언변에 대한 회의론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 NCSC의 기술 책임자인 이언 레비(Ian Levy)의 말에 따르면, NCSC는 중국이 영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의 모든 기업들에게 원하는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문제들
영국의 이런 경험과 무엇이든 결론을 공개하는 문화는 화웨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나라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미국에서 증거 비슷한 어떤 것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말이다. 하지만 화웨이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닥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화웨이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이자 창립자 런정페이(Ren Zhengfei)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Meng Wanzhou)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었다. 그녀와 화웨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회피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녀는 현재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될 위기에 처해 있다. 화웨이는 또한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의 미국 내 자회사인 T모바일(T-Mobile)로부터 영업 기밀을 훔치려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절도 혐의는 별것도 아니다. 혐의라고 해봐야 스마트폰 화면을 테스트하는
‘태피(Tappy)’라는 로봇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제재 위반 사건의 경우 심각한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첨단 기술 기업인 ZTE가 2017년에 비슷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8년에는 ZTE가 처벌을 피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관계 당국은 미국 기업들이 ZTE와 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로 인한 영향은 치명적이었다. ZTE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퀄컴(Qualcomm)이나 스마트폰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는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의 기술에 의존을 하고 있다. ZTE는 생산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고, 주식 거래는 중지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일종의 ‘호의’를 베풀어서 금지령을 해제함으로써 파산은 겨우 면할 수 있었다. 미국의 의원들은 화웨이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 이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론토 대학교의 재니스 스타인(Janice Stein)은 사이버 보안, 제재 위반, 태피 사건은 테크놀로지와 지정학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의 측면에서 테크놀로지와 권력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못 판단하지 않았다. 역시나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화웨이는 중국의 국가 챔피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의 첨단 기술력 향상을 위한 국가 주도 프로젝트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에서 화웨이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