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y란 속어가 있다. 소프트웨어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먹통이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혹은 품질이나 인터페이스에 일관성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단어가 처음 미국 속어 사전에 등록된 건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대표 망작으로 꼽히는 윈도우 비스타가 발매된 해다. 이듬해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더 큰 재앙이 찾아오는데, 바로 애플의 아이폰 출시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혁신 상품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 총액 1위 탈환 소식을 듣고도 믿기 어려웠던 이유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 부활의 핵심으로 3대 최고 경영자 사티아 나델라의 새로 고침 리더십을 꼽는다. 브라우저 화면의 새로 고침 버튼을 누르면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더라도 페이지의 일부 내용은 남아 있는 것처럼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존 강점을 버리지 않으면서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새로 고침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분석과 과감한 실천이 결합돼야 한다. 나델라가 최고 경영자로 선출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궁지에 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 경영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사정을 잘 알았던 나델라는 냉정한 현실 분석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보란 듯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왕좌에 앉혔다.
사티아 나델라 체제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롭게 시작한 것은 별로 없다.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사업도 나델라가 최고 경영자가 되기 전부터 이미 하고 있던 것이다.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모두 외치는 혁신이 천지개벽할 변화를 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나델라는 단지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었을 뿐이다.
리더의 위치에서는 알 수 없는 언더그라운드 정보가 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일수록 이러한 정보에 취약하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의 소통에서 일찍이 경청의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나델라는 수백 명의 직원에게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잘 들으니 누구보다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 됐다. 경청은 한번 하고 마는 이벤트가 아니다. 나델라의 말처럼 리더에게 경청은 매일 실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혁신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진형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