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
2화

밀레니얼 부모가 온다

요즘 밀레니얼 부모


밀레니얼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은 어떨까? 2020년 3월 구글 소비자 인사이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형적인 밀레니얼 부모는 아파트에 거주하고(80퍼센트) 한 명의 자녀를 둔 3인 가구로(63퍼센트) 맞벌이를(65퍼센트) 한다.[1]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 손에 자라면서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 열풍을 겪으며 성장했다. 덕분에 밀레니얼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70~80퍼센트대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들은 학력은 높지만, 저성장 시대에 사회로 진출하면서 극심한 취업난을 겪었다. 대졸 신입 기준 신입 사원 연령도 2008년 금융 위기 시절 27세 대비 2020년 31세로 나타난다. 30대 초반이 돼서야 겨우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치열한 스펙 경쟁을 경험하며 어렵게 사회에 첫발을 들였다.

취업하고 직장에서 자리 잡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결혼하고 출산하는 시기도 미뤄졌다. 요즘 신혼부부의 절반 이상은 맞벌이다. 부부 모두가 각자 직장에서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요즘 부모의 평균 나이는 2022년 기준 아빠는 36.0세, 엄마는 33.5세다. 2012년 기준 평균 나이가 아빠는 34.3세, 엄마는 31.6세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모두 약 2세 증가한 숫자다. 연령대별 출산율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20대 중후반 여성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35~39세 출산율이 20대 중반 출산율을 추월했다. 반면 40대 초반 여성 출산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대 초중반에 첫아기를 낳는 비율이 대부분인 70퍼센트를 차지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기준 서울 엄마 평균 초산 연령은 34.4세로, 고령 산모 기준인 35세에 가깝다. 고령 산모들이 많아지면서 자녀를 여러 명 낳을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결혼 후 바로 부모가 되지 않는다. 결혼하고 ‘요즘 부모’가 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 결혼 5년 차 30대 C씨는 결혼 선물로 아기 육아 용품을 선물 받았다.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니고, 실제 아기가 생긴 것도 아니다. 지인은 결혼했으니 곧 아기가 생길 것이라는 축복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줬다고 한다. 받은 육아 용품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이사 다닐 때마다 다른 짐과 함께 실려 옮겨 다니고 있다. C씨는 주변에서 ‘아기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면 “마음의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결혼 후 바로 아기를 가졌던 과거에 비해, 결혼 후에도 아이를 갖기까지의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2년 통계청 기준, 신혼부부가 결혼해 첫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2.5년이다. 2012년에는 결혼 후 2년 내 자녀를 가진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40.5퍼센트), 2020년 기준 2~5년 미만이 40.6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즉, 요즘 신혼부부의 대부분은 결혼 뒤 2~5년 사이에 자녀를 갖게 된다. 취업, 결혼도 쉽지 않았지만, 맞벌이로도 힘든 밀레니얼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결심은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명만 낳아도 애국자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간절하게 갖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고령 임신이 늘면서 매년 난임 부부는 10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8년 불임 환자 수는 22만 7922명에서 2022년 23만 8601명으로 4.7퍼센트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임 환자가 많은 연령은 71.8퍼센트인 30대, 그중에서도 30~34세가 많았고, 그다음은 35~29세 36.4퍼센트, 40~44세가 31.1퍼센트에 해당했다.

행여 어렵게 부모가 되더라도 둘째는 없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외동 선호 현상은 이미 보편적이다. 30대 초반에 결혼해, 약 2년간의 신혼 생활을 지낸 후 아이를 낳게 되면 이미 30대 중반이다. 실제 출생아 중 첫째의 비중이 점점 늘면서, 그 비중이 60퍼센트에 가까워졌다. 첫째의 비중은 2002년 48.7퍼센트, 2012년 51.5퍼센트, 2022년에는 58.2퍼센트로 사상 최대치다. 2002년에는 출생아 중 둘째 이상 비중이 첫째 비중보다 더 높았지만, 2022년에는 출생아 중 첫째 비중이 둘째 이상 비중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2]

사람들은 둘째를 안 낳는 것일까, 아니면 못 낳는 것일까? 한국개발연구원의 2021~2022년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5~49세 미혼 청년들은 2.09명을 이상적인 자녀 수로 답했다. 즉, 사람들은 4인 가구를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만혼이나 경제적 부담, 돌봄 부담으로 인해 ‘못 낳는’ 게 현실이다. 당시 24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40대 직장인 여성 D씨에게, “둘째는 안 낳으세요?”하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기가 크면 보내 달라는 학원도 보내야 하고. 저희 노후도 대비해야죠. 아기 한 명 낳아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무려 몇억 원이라고 하는데, 저희 부부 둘 다 나이도 있고 부담이 돼서 둘째 생각은 접었어요. 나이만 조금 더 젊었다면 도전해 봤을 것 같아요.”

향후 들어갈 사교육비, 부모 자신의 노후 자금까지 마련하려면 둘째를 낳아 기를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둘째를 기르려면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을 다시 써야 하는데 그 돌봄 시간,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둘째를 갖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다자녀의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넓혀 이들에게 교통, 문화 시설 이용, 양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에서도 2자녀도 ‘다자녀’로 규정하고, 공영 주차장 할인 혜택을 준다.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과 같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도 있다. 올해부터는 주택 청약 시 다자녀 특별 공급 신청 자격도 2자녀 이상 가구로 확대했다. 이젠 두 명만 낳아도 애국자다.

 

요즘 부모들의 육라밸


아이를 위한 무조건적 희생 대신, 요즘에는 부모 자신의 행복도 중요한 시대다. 밀레니얼 부모는, 부모로서의 삶과 자신의 삶 간의 균형을 추구한다. 마치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이 직장에 무조건 충성하기보다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듯, 육아에서도 육아와 라이프의 밸런스인 ‘육라밸’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법이 바뀌었다. 이제는 아기가 행복해야 부모가 행복한 게 아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다.

밀레니얼 부모들이 자기 자신의 행복과 취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은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밀레니얼의 유튜브 관심사가 가장 직관적이다. 부모가 된 후 가족 관련 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두 배 늘기는 했으나 그 외에도 뷰티, 아웃도어, 게임 등 개인의 관심사 콘텐츠 소비 경향 또한 부모가 되기 전과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즉, 요즘 부모는 부모가 돼서도 자신의 취미, 관심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me-time)을 갖는다.

이들은 육아뿐 아니라 일과 취미 생활을 동시에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요즘에는 육아하면서도 SNS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거나, 네이버 스토어를 열어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재테크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 육아와 N잡을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운용하는 것이다.

특히, 밀레니얼 부모들은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22년 기준 산후조리원 2주 평균 비용은 300만 원을 상회하지만, 대부분의 요즘 부모가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회차당 10만 원이 훌쩍 넘는 산후 마사지, 산후 관리 프로그램, 산후 필라테스, 요가 등 몸매 관리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기존 ‘아줌마’, ‘엄마’에 대한 편견을 깨는 ‘젊줌마’도 나타났다. 젊줌마는 ‘젊은 아줌마’의 줄임말이다. 자기 계발, 커리어, 자기 관리는 뒤로하고, 가족과 자녀를 최우선시하며 헌신적이었던 전통적인 아줌마의 이미지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도 챙기고 힙한 취향, 최신 트렌드도 따라가는 요즘 엄마들이 바로 젊줌마다. 요즘엔 철저한 몸매 관리 후 배가 드러나는 크롭 티를 입고 아이와 함께 문화 센터에 가는 것이 유행이다. 외모로만 보았을 때 자녀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운 젊줌마가 많아지고 있다. 요즘에는 엄마라는 이유로 자신의 다른 정체성을 포기하기보다, 엄마라는 정체성과 함께 원래 갖고 있던 자신의 정체성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



요즘 부모들은 친구 같은 부모를 추구한다. 이전의 전통적인 부모들은 가부장제에 기반해 자녀에게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강조했다. 이에 어긋나면 체벌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권위적인 부모상이 지배적이었다. 최근에는 맞벌이가 늘어나고 가부장제가 옅어지면서, 권위적인 부모상에서 자녀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친근한 부모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을 자녀에게 상세히 설명해주고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렌디 대디(Friend+Daddy), 친구 같은 아빠처럼 자녀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녀의 시선에 맞추는 부모가 대세다.

2021년, 시장 조사 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2퍼센트가 ‘요즘은 친구 같은 부모가 대세’라고 답했다.[3] 그만큼 부모와 자녀 간 친밀한 관계를 맺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김용섭은 《라이프 트렌드 2020》에서 요즘 밀레니얼 세대 부모를 “친구 같은 아빠와 엄마, 의사 결정에서 수평화가 이루어진 가족 관계, 자녀 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이나 투자 대신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부모상”이라고 진단했다.[4]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이 생각하는 자녀의 가치도 달라졌다. 자녀는 전통적으로 대를 잇는, 혹은 노후를 보장하는 생산재였다. 이제는 가부장적 의식이 옅어지고, 개인의 노후는 사회가 부담한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자녀는 더 이상 생산재가 아닌 고비용 소비재에 가까워졌다.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만 남은 것이다. 가업을 잇거나, 부모를 부양한다는 자녀의 ‘경제적 역할’보다도 부모와 공감할 수 있고, 삶을 나눌 수 있는 ‘정서적 가치’, ‘관계적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자녀를 많이 낳아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했던 시기가 지나가고 자녀의 질적이고 정서적 측면이 더 중요하게 되자 부모의 자원을 소수의 자녀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육아도 마치 일하는 것처럼


밀레니얼 부모에게 일이 중요한 것처럼 육아도 중요한 과제다. 밀레니얼 부모에게 육아는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아닌 하나의 인생 과제다. 육아라는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 마치 대학교에서 학위를 따고,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듯 끝없는 자녀의 발달을 위한 양육 과제를 열심히 해결해 나간다. 밀레니얼 부모는 육아하면서도 일하는 것처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 육아의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밀레니얼 부모가 육아를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최근 밀레니얼 부모들 사이에서는 ‘육아 퇴근’, ‘빠른 육퇴 기원’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쓴다. 이는 육아는 일상, 자연스러운 것에서, 이제는 육아가 업무의 일종이 됐음을, 즉 부담스럽고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육아 퇴근’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육아와 개인 자유 시간의 구분은, 즉 부모로서의 자신과 자녀와의 정체성이 분리됐음을 의미한다. 요즘 육아는 엄마, 아빠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하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일로 인식되고 있다.

요즘 부모는 아기가 잠들고 난 육아 퇴근 후에도 바쁘다. 일과 시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육아 질문들을 열심히 인터넷, 유튜브 전문가를 통해서 검색하고 해결한다. 때로는 수많은 전문가가 전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떨 때는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얻을 때도 있다. 육아 관련 정보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업데이트된 정보인지 따지기도 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살피다 보면, 오히려 불안하고, 혼란스러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요즘 부모들이 육아 퇴근 후에도 바쁜 이유는 육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부모는 이전의 방식대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걸 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답을 찾고 싶다. 밀레니얼 부모는 육아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이들은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육아 전문가가 주관하는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책을 찾아 공부한다. 사회적 상황과 문화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예전의 조언과 방식을 따르기는 퍽 불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엄마와 아기가 동시에 나타났을 때 연관되는 감성 단어 중 ‘걱정’, ‘스트레스’, ‘불안’, ‘실패’가 높은 순위로 나타난다.
요즘 부모들은 육아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과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다. 아이가 영유아인 시절부터 요즘 부모들은 각종 수면 교육 컨설팅, 모유 수유 컨설팅, 공감 발달 교육 등 부모 교육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아 받는 경향이 있다.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 바로 영유아 수면 교육이다. 수면 교육이란 아기를 업거나 안아서 재우는 것이 아니라 아기 혼자서도 누워서 잠들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기가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자기 전에 책을 읽어 주거나 자장가를 틀어 주는 등 일정한 행동을 반복해 줌으로써 자야하는 시간을 알려 주는 수면 의식을 정하고, 월령별 적정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앱을 통해 몇 시에 자고 먹고, 놀고 깨는지를 기록한다. 깨어 있는 시간, 먹는 양, 낮잠과 밤잠 시간 및 양을 매일매일 수시로 체크한다.

요즘 부모는 아기가 자는 시간, 자는 법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정 수면 시간을 지켜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아이를 재우고 깨우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4개월 아기의 경우 낮잠을 4시간마다 3회 자고 총 낮잠 시간은 3~4시간, 밤잠 시간은 총 11시간이 되도록 하는 스케줄을 짜고 이에 맞추는 것이다.

아이가 정해진 수면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라면, 부모들은 따로 수면 교육 컨설팅을 신청해 이용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수면 교육’을 검색하면 2024년 4월 기준 14만 개의 게시물이 존재한다. 2015년 출간된 영유아 수면 교육 내용을 담은 《똑게육아》는 100만 권이 팔릴 정도로 부모들 사이에 인기를 얻었다. 실제 수면 교육 컨설팅 서비스로 유명한 슬립베러베이비(Sleepbetter.Baby) 수면 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 보면, ‘우리 아이가 8개월인데 아직 통잠을 못 자요’, ‘우리 아이는 혼자서 못 자고 안아서 재워야 해요’, ‘수면 의식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부모들의 각종 질문이 쏟아진다.
아기의 생활 패턴을 기록하는 베이비타임 앱. 짙은 보라색은 밤잠, 옅은 보라색은 낮잠, 노란색은 분유 수유 시간을 의미한다.

육아도 효율성이 중요해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의 저자 송길영 작가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해주던 빨래는 빨래방이 해주고, 엄마가 차려주던 생일상은 배달 앱이 대신합니다. ‘엄마의 아웃소싱’이 시작된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주부 역할을 하던 엄마의 일들을 대신 맡아서 하는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5]

밀레니얼 부모는 육라밸을 중시하기에 육아, 일, 취미 생활도 다 챙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아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금보다 더 소중하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집안일보다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상호 작용의 질(Quality)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요즘 부모는 기술이나, 도구,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해 집안일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린다. 예전에는 전업주부인 엄마의 일로 여겨졌던 설거지, 빨래하기, 청소하기, 요리하기 등, 가사 대부분을 아웃소싱하거나 기술로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19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소비자들의 결제 건수를 분석한 결과, 가사 서비스의 주 이용 연령은 30대로 나타났다. 가사 서비스를 이용해 본 20대 이상 소비자 세 명 중 두 명은 가사 서비스 이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밀레니얼 세대답게 육아에도 시간이나 노력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나, 신제품이 있다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 청소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활용하며 가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가사 노동 관련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등·하원, 놀이, 세탁, 청소 대행 서비스를 주로 활용한다.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육아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들도 요즘 부모들에게 인기다. 예를 들어 자동으로 원하는 만큼의 분유를 타주는 자동 분유 제조기, 물을 끓여 분유 적정 온도인 43도로 유지해 주는 분유 포트, 아기를 좌우로 흔들어 주는 바운서, 책을 자동으로 읽어주는 스마트 펜 등 육아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이 인기가 많다. 요리도 배달을 이용하거나, 밀키트를 선호한다. 직접 재료를 다듬고 양념하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는 반찬 가게나 밀키트를 통해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한 이유식이나 유아식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유식, 유아식 반찬을 구매한다. 이유식, 유아식 정기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육아 용품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경향도 지배적이다. 실제 맘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글들은 육아 용품 쇼핑 핫딜 정보다. 육아 용품의 할인 혜택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정가보다 많이 할인된 경우 그 웹사이트 주소와 할인 가격을 알려 준다. 요즘 부모들은 이런 커뮤니티에서 할인 정보를 접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필요한 육아 용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자재 또한 온라인 앱을 활용해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장을 본다.

 

고립감을 넘어, 온라인 육아 공동체


밀레니얼 부모들은 육아를 일처럼 열심히 한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엔 홀로 육아하며 분투하는, 다소 독립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육아’라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항상 연결돼 있다.

2022년 5월, 배우 이시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들의 알몸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이후 국내외 팬들은 아무리 어릴지라도 블라인드 처리 없이 알몸을 그대로 공개한 것은 부적절한 사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 이후 쉐어런팅(Share+Parenting) 논란이 일었다. 쉐어런팅이란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찍은 일상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의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함으로써 자기 결정권과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나친 자녀의 일상 공유로 인해 자녀의 이름이나 거주지와 같은 개인 신상 정보가 유출되면서 범죄 위험에 놓이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쉐어런팅 논란은 요즘 부모들이 온라인으로 육아와 관련된 일상을 과도하게 공유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다. 왜 이들은 자신의 육아 일상을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싶어 할까? 육아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고립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육아 관련 긍정, 부정 단어를 분석해 보면, 부정 단어 중 가장 높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것은 ‘독박 육아’다. 예전에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옆집 아주머니가 대신 아기를 봐줬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끼리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편화한 핵가족, 무너진 공동체 사이에서 끈끈한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기대하기 어렵다.
 
느슨한 연결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지만, 이들에게도 육아를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육아 공동체가 필요하다. 연결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물론 예전과 같은 형태일 수는 없다. 밀레니얼 세대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SNS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공감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더 익숙하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은 고립감을 호소하는 요즘 부모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공간이다. 온라인 육아 동지는 이제 동네 이웃을 대체했다.

육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외로움을 잊고 함께 육아를 공유할 수 있는, 밀레니얼 부모들의 육아 일상의 돌파구는 바로 ‘육스타그램(육아+인스타그램)’이다. 특히 주변 도움 없이 육아한다면, 숨 돌릴 틈도 없을 뿐 아니라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탁하거나 물어볼 곳도 없는 경우가 많다. 무사히 아이를 재우고 육아 퇴근 후 개인의 시간을 가지며 온라인상에서 육아의 일상을 기록하고, 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밀레니얼 부모에게 큰 기쁨이고 위안이다. 그런 점에서 SNS는 단순히 그들에게 육아 사진을 올리는 공간만이 아니다. 육아로 인한 시간적 물리적 제약 속에서 찾은 이들의 소통 창구이자 사회적 지지의 기반, 소중한 육아 정보를 나누는 곳이다. 요즘 부모들의 쉐어런팅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쉐어런팅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부모들이 육아 일상을 공유하고, 지지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으로 봐야 한다.

밀레니얼 부모들은 이전과 달리 일과 육아를 성공적으로 병행하고자 노력하며, 이를 위해 육아에서 답을 찾고 효율성을 따지고, 각종 기술을 활용한다. 요즘 부모들이 예전보다 육아를 더 힘겹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부모들은 맞벌이 부부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내 집 마련, 안정적 직장 등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1명이라고 한다. 2023년 출산율이 0.7명이므로 1.4명의 격차(Gap)가 발생하는 셈이다. 밀레니얼 부모들은 왜 자신들이 이상적인 자녀 수라고 생각하는 두 명을 낳지 못하고 한 명의 자녀로 만족하게 되는 걸까? 부모들이 실제로 육아에 뛰어들면서 심리적으로 가장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부분은 어디일까? 돌봄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것, 날로 커지는 양육 비용 부담이 그 원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돌봄 문제’와 ‘양육비 문제’에 대해서 각각 살펴보고자 한다.
[1]
Think with Google, 〈밀레니얼 부모, 두 얼굴의 페르소나〉, 2020.
[2]
통계청, 〈2022년 출생·사망 통계〉, 2023.
[3]
트렌드모니터, 〈가족의 의미 및 세대 간 인식 차이 관련 설문 조사〉, 2021
[4]
김용섭, 《라이프 트렌드 2020 : 느슨한 연대》, 부키, 2019, 157쪽.
[5]
조영태 외 6인,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김영사, 117쪽.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