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철들지 않은 부모, 그 위의 그림자

젊은 세대는 자라지 않을 것만 같다.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젊은 세대는 현명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이상했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들이 무언가를 케어하고, 돌보고, 결과물을 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들리는 이유다. 지금껏 젊은 세대는 돌봄받아야 할 존재였지, 돌보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MZ세대는 사회의 골칫거리로 평가받아 왔다. 쉼없이 이직하는 존재,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존재로 말이다. 최근 겹친 일련의 학부모 사건들은 ‘자기 중심적 MZ세대’라는 서사에 힘을 보탰다.

실제 MZ 부모들의 생활상은 어떨까. 매번 아이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자기 자신의 삶과 더해 가족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최고의 방법을 찾아 나선다. 논란의 중심에 선 ‘쉐어런팅’과 인기를 끄는 육아 플랫폼, 살림을 도맡아 해주는 서비스의 등장이 이를 방증한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MZ 부모들에게는 유사한 페인포인트가 있다.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양육비와 교육비, 돌봄 문제만이 다가 아니다. 육아 과정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스트레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양보해야 한다는 딜레마 등이 그렇다.
이런 죄책감과 압박감에도 그림자처럼 드리운 이유가 있다. 지금이, 좋은 부모만 돼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부모는 좋은 부모 노릇은 물론, 좋은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 사회는 이 소망과 점차 더 멀어지는 중이다.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자리 잡은 지금, 그 불가능한 꿈을 좇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지금 살펴야 하는 것은 MZ세대가 포기한 경제적 비용만이 아니다. 저출산의 이면, 그리고 요즘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의 이면에는 심리적 기회비용이 있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아 프리미엄 용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국내 아동용 의류 시장은 8.6퍼센트 성장해 2조 4488억 원을 기록했고, 아동 신발 시장 역시 14.7퍼센트 성장한 4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출생률 0.72명인 나라에서 아동 용품 시장이 성장하는 건 어불성설 같다. 젊은 세대는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겨우 부모가 된 이들도 통장 잔고를 걱정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더 많은 옷과 신발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를, 어린이의 입맛과 권장 영양 섭취량에 맞춘 라면을 포기할 수 없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육아하기 어려운 요즘 상황에서도 가장 최선의 길을 찾아 나선, 요즘 세대, 요즘 부모의 선택지다.

현재 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돌봄과 교육비 등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 상황 위에서는 출산이 가장 좋은 선택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 자기 자신을 그럼에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믿음 위에서 요즘 부모는 말라가고 있다. 그런 요즘 부모를 읽어야만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법이 보인다.

MZ세대이자 요즘 부모인 저자는 회의 자리에서 ‘왜 아직도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MZ세대이면서, 부모가 아닌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는 지금껏 MZ세대를 무수히 많이 말해왔지만, 아직도 MZ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된 그들의 모습, 그들의 속내에서 우리는 미래를 위한 해결책의 단서를 찾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김혜림 에디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