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바이오 지도
4화

바이오의 미래를 만드는 기업들

시장 지배자, 빅파마


바이오의 흐름을 지배하는 기업들

‘-3퍼센트’.

헬스케어 셀렉트섹터 XLV ETF(SPDR 상장지수펀드)의 2022년 성적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속에서 긴축 고삐를 죄었던 해다. 같은 해 미국 S&P500 지수가 19.4퍼센트 추락한 것과 비교하면 제대로 ‘선방’했다.

XLV ETF가 대표적인 성장주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시장 금리가 들썩일 땐 성장주는 취약하다. 기업의 미래 가치는 할인율(시장 금리)에 따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가만히 있어도 몸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구 개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오르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좋은 실적을 내는 게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바이오 대형주인 ‘빅파마(글로벌 제약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산다. XLV의 상위 투자 종목을 살펴보면, 유나이티드헬스(9.8퍼센트), 일라이 릴리(9.0퍼센트), 존슨앤드존슨(7.8퍼센트) 등 세계적으로 손꼽는 제약사다. 바이오라고 하면 신약 개발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들 빅파마는 대부분 이미 시판 중인 약으로 대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의 2022년 매출은 1000억 달러(135조 원)가 넘는다. 한마디로 빅파마의 ‘빅파워’다.

빅파마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과거엔 주로 1년 동안 지출하는 R&D 규모로 순위를 매겼다. 최근에는 매출액 또는 시가 총액으로 구분한다. 이런 기준으로 상위 10개 기업을 빅파마로 규정하기도 하고, 범위를 20위까지 확대하기도 한다. 매출이나 R&D 규모뿐 아니라 파이프라인의 영향력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일단 빅파마라고 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R&D 규모다. 2022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R&D 비용을 지출한 곳은 로슈Roche다. 대략 20조 원(147억 1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투입했다. 그 뒤를 존슨앤드존슨(146억 달러), 머크(135억 5000만 달러), 화이자(114억 3000만 달러) 등이 잇는다. 같은 해 국내 제약·바이오 R&D 지출 상위 10개 기업의 총 R&D 규모는 2조 1589억 원(16억 달러)이다. 상위 10개 기업을 합쳐도 로슈의 10퍼센트 정도인 셈이니 체급 차이가 엄청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약 개발이 성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조 원에서 3조 원 정도로 추산한다. 개발 기간도 10년 이상 걸린다. 임상의 최종 관문인 3상은 특히 장벽이 높다. 여러 국가에서 수백,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는데 보통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니 국내 기업 정도의 규모라면 자체 역량으로 3상 하나만 진행해도 회사의 명운을 걸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와 달리 빅파마는 임상 단계별로 수십 개의 파이프라인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한다. 빅파마의 경쟁력이다. 상위 10개 빅파마의 파이프라인은 약 1100개에 달하는데 이중 약 3분의 1은 3상 단계에 진입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이프라인이 172개로 가장 많고, 로슈(157개), 노바티스(129개) 등이 뒤를 잇는다. 빅파마의 연간 매출 규모는 대략 300억~600억 달러 수준인데 매출액 대비 R&D 지출액이 대략 20퍼센트 전후다. 이러한 재투자 비중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부분의 빅파마가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원천은 그들이 보유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 신약에서 찾을 수 있다. 통상 연간 10억 달러(1조 3500억 원) 이상 판매되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로 분류한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거나, 경쟁 약물이 없는 분야에서 다른 기업을 따돌리고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엄청난 규모의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이 제약사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머크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와 애브비의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휴미라가 대표적인 블록버스터다.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지 8년 만인 2022년 209억 달러(28조 원)를 웃도는 매출을 올렸다. 5년 뒤엔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면 2029년부터는 휴미라를 제치고 누적 판매 기준 글로벌 1위 의약품에 오른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액 1위를 기록 중인 휴미라는 2003년 첫선을 보였다. 20년 동안 누적 매출액이 2190억 달러(295조 원)에 이른다. 하나의 신약 물질이 임상 최종 관문을 통과해 상업화에 성공할 확률은 모달리티(Modality·치료 수단) 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10퍼센트 미만이다. 대부분의 물질이 개발 과정에서 실패한다는 뜻이다. 투입한 자금은 회수할 수 없다. 블록버스터의 존재는 그래서 중요하다. 실패할지 모르는 파이프라인, 동시에 성공 가능성을 가진 프로젝트에 투자할 돈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가 모든 것을 획득하는 제약·바이오의 냉혹한 속성을 응축한 단어가 바로 블록버스터다.

블록버스터를 포함해 모든 의약품은 특허를 바탕으로 독점 기간(20년)을 인정받는다. 특허 기간이 중요한 건 수십조 원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블록버스터도 특허가 만료되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출시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애브비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출시된 2023년부터 매출 감소세가 나타났다. 애브비의 전체 매출에서 휴미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42퍼센트(2021년)에 달했다. 애브비는 수년 전부터 복제약 출시에 대비해 전략을 고심해 왔지만, 아직 확실한 대안은 찾지 못했다.

블록버스터의 출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캐시카우)인 건 분명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기간(특허 기간)은 한정돼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 역시 ‘특허 절벽’을 앞두고 고심이 많다. 머크가 출시한 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기간은 2028년까지다. 최근엔 정맥 주사형인 키트루다를 간편한 피하 주사형 방식으로 바꿔 임상을 진행 중이다. 환자를 더 편리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하지만 실제로 노리는 건 제형 변경을 통한 특허 기간 연장이다.

신약 물질에 대한 특허 기간은 20년이다. 물질 특허를 받은 후 신약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리니까 실제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은 대략 7~8년 정도다. 5년간의 연장을 활용하면 최대 12~13년 정도로 늘릴 수 있다. 개발 기간을 줄이는 게 관건인 셈인데 임상에 성공한 뒤 의약품을 상업화해도 현금을 회수할 기간이 짧아지면 사실상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2019년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일본 교와 기린Kyowa Kirin의 파킨슨병 치료제 누리안즈Nourianz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R&D를 진행한 약물로 꼽힌다. 연구 개발에는 총 272개월, 22년 6개월이 소요됐다. 고생 끝에 신약으로 빛은 봤지만, 특허 기간은 만료된 거나 다름없으니 저가 복제약의 공세로 인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각 빅파마는 경쟁 기업의 시장 진입을 늦추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특허 연장 전략을 취한다.

최근엔 빅파마의 생존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통상 빅파마는 장래 회사를 먹여살릴 블록버스터를 개발하기 위해 수십 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 빅파마의 파이프라인 확보 유형을 살펴보면 2017년 이전엔 내부 개발 비중이 65퍼센트(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달할 정도로 자체 역량에 의존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20년엔 32퍼센트까지 하락했다. 빅파마도 내부 R&D 비중을 줄이고, 인수 합병(M&A)을 통해 외부 기술을 흡수했다는 뜻이다.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런 변화엔 2010년대 들어 달라진 생명 공학 연구 흐름이 깔렸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보급과 유전자 가위 발명 등으로 대학 연구소나 바이오 벤처도 적은 자본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간파한 빅파마는 2018년 이후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내부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합성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신약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 의약품은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어 환자 친화적이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인력·자본력을 갖춘 빅파마라도 자체 개발만으로는 급변하는 기술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약 바이오 업계의 연구 개발 틀이 다양한 기업과 기술을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바뀌게 된 배경이다.

빅파마 합종연횡, 오픈 이노베이션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역사상 가장 활발한 M&A가 이를 입증한다. 2022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암젠이 호라이즌 테라퓨틱스Horizon Therapeutics를 278억 달러(37조 5000억 원)에 사들인 것이었다. 호라이즌은 갑상선, 안구 질환, 통풍 치료제 등 2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희귀 질환 분야의 강자다. 희귀 질환의 경우 암 치료제보다는 시장이 작지만, 성공만 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임상 진행도 빠르다. 빅파마가 M&A 대상으로 선호하는 이유다.

2023년 들어서도 머크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Biosciences를 108억 달러에, 화이자가 씨젠Seagen을 430억 달러에 인수하는 대형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산의 최대 수혜자였던 화이자는 백신으로 번 자금을 ADC 관련 기업과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빅파마의 M&A 전략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에 대해 경쟁을 저해하는 반시장적 계약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고, 이는 암젠과의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 FTC와 암젠이 화해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 M&A는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과 그에 따른 약가 인하 정책은 빅파마를 긴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약가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IRA에 따라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가 협상권을 갖게 됐다. CMS는 약가 협상 대상 리스트 10개 품목을 발표하고, 최대 공정 가격(Maximum fair price)을 도출한 뒤 2026년 개정된 약가에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에 빅파마는 소송으로 대응 중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는 매출의 25퍼센트(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항응고제 엘리퀴스Eliquis가 약가 협상 대상 리스트에 포함되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특허 기간으로 약가를 관리하는 현재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추가적인 약가 협상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는 충분히 논쟁거리다.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1986년부터 2022년까지 37년간 산업별 장기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건 헬스 케어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바이오 산업은 당분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게 확실하다. 과점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으나 빅파마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목과도 같다.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기술 이전이나 M&A를 통해 신약 R&D를 지원한다. 빅파마의 움직임이 산업의 움직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파마의 위상도 수시로 바뀐다. 2023년 급부상한 일라이 릴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면서 존슨앤드존슨을 제치고 빅파마 시가 총액 1위(750조 원)에 올라섰다. 당뇨병 치료제이자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인 마운자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잘 나가는 빅파마의 주가도 임상 성공 여부와 M&A 등에 따라 출렁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 1년만 봐도 머크·아스트라제네카·사노피 등은 오름세를 보였지만 존슨앤드존슨·화이자 같은 전통의 강자들은 부진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파운드리 No.1을 노리는 한국


바이오 TSMC를 꿈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반도체 업계엔 독특한 용어가 있다. ‘팹리스’다. 반도체 공장을 의미하는 ‘팹Fab’과 없다는 뜻인 ‘리스less’의 합성어다. 반도체에는 설계도를 그리는 회사와 제품(반도체)을 만드는 회사가 따로 있는 셈이다. 특성상 제조 공정을 갖추는 데 워낙 큰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은 대표적으로 설계에 특화된 회사다. 이들의 주문을 받아 대신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게 파운드리(위탁 생산), 여기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TSMC다.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61퍼센트(2023년 4분기)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반도체 좀 만들어 달라고 넣는 주문의 절반 이상을 한 회사가 소화한다는 뜻이다. 설계대로 만들 능력이 있고, 약속을 잘 지키고, 가격도 적당하니 일을 맡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훈을 내세워 혹시 모를 기술 유출 걱정까지 덜어 주니 이만한 을乙도 없다.

이쯤 되면 을의 파워가 어느 정도일지도 짐작할 만하다. 위탁받은 것이니 계약상으론 을이 분명하지만, 어느 날 ‘당신네 회사 주문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이라도 하면 큰일이다.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인공지능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TSMC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떠받드는 수퍼 갑甲이 된 이유다.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위탁 생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약의 무게 중심이 합성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이동하면서다.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같은 합성 의약품은 성분과 배합 방식만 정해지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생산 라인이 단순해 공장을 짓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덜 든다. 맡길 필요 없이 개발사가 직접 약을 만들어 공급하는 패턴이 주를 이뤘던 이유다.

인체에서 생성된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과 비교해 독성이 적고 특정 질환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게 강점이다. 하지만 비싸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항체 치료제는 특정 항원에 대응해 생성된 항체가 다른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특징을 이용해 만든다. 세포를 배양한 뒤 불필요한 물질을 정제하는 게 제조의 시작인데 공정 내내 난이도가 있다. 살아 있는 재료를 다루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그러려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수한 제조 시절을 갖춰야 한다.

자체 생산 역량이 부족하거나 신약 연구 개발에 집중하려는 제약사가 바이오 위탁 생산(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CMO)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나아가 시장은 위탁 개발 생산(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CDMO)으로 진화하고 있다. CMO뿐만 아니라 후보 물질 개발, 임상 시험, 상용화 준비 등 신약 개발 과정을 위탁하는 개념이다. 경험과 능력을 갖춘 CDMO 업체와 일종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셈이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조사 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는 3890억 달러(527조 원)에 달한다. 전체 제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30퍼센트를 넘어섰다. 바이오 의약품은 이후에도 연평균 10.1퍼센트의 성장세를 보이며 2030년엔 시장 규모가 올해의 두 배로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항체 치료제가 중심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비중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사실 CDMO를 둘러싼 최근의 움직임은 한 회사의 성장사를 복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설립은 2011년, 상장은 2016년이니 주요 상장사와 비교하면 신생 업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 7년 만에 코스피 시가 총액 순위 4위에 올라섰다. 상장 당시 공모가(13만 6000원)가 비싸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2021년 8월 보란 듯이 100만 원 고지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제 회사의 가치를 의심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고, 앞으로도 지배력을 키워갈 게 분명해서다.

삼성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꼽은 건 그리 특별할 게 없다. 진짜 놀라운 건 애초에 신약 개발이 아닌 CDMO로 방향을 정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도 없이 공장부터 지었다. 아무런 전력도 없는 회사에 “우리 약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할 제약사도 없었지만, 하나둘 포트폴리오를 쌓아 가며 버텼다. 그 와중에 공장은 계속 증설했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성장할 게 분명하고, CDMO의 시간이 반드시 올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다른 안목과 삼성 특유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상장하던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3000억 원도 안 됐다. 하지만 2022년엔 3조 원을 돌파했다.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건 국내 바이오 업체 중 처음이다. 더 놀라운 건 영업 이익이었다. 3조 원어치를 팔고, 약 1조 원을 남겼다. 일감만 있으면 쉽게 돈 버는 구조란 얘기다.

보통 제약사가 CDMO와 계약을 맺고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려면 기술 이전, 시험 생산, 규제 기관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 2년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통상 5~10년 단위의 장기 계약이 많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20곳 중 14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최근에도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로부터 2억 7064만 달러(3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2023년엔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주 금액이 3조 원을 넘어섰다.

항체 치료제 CMO 시장은 상당히 견고하다. 기존 항체 의약품의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 확대, 알츠하이머·비만 등 신규 항체 의약품의 등장, 항체 기반 새로운 모달리티(ADC, 이중 항체 등) 등장, 빅파마 자체 생산 시설 노후화 등이 요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격을 낮추며 수주하지 않고 있다. 가격은 중요하지만, 첫 번째 경쟁력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경쟁력은 생산 능력과 품질, 납기를 맞추는 생산 속도, 그간의 수주 실적(트랙 레코드)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6월 송도 4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면서 총 60만 4000리터의 생산 능력(케파·capacity)을 확보했다. 5공장(2025년 4월 완공)까지 가동하면 전체 생산 능력은 78만 4000리터로 늘어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시장에서 1위인 스위스 론자를 비롯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 후지필름 등과 경쟁 중이다. 생산 능력만큼은 압도적인 세계 1위다. 현재 3위권인 매출 순위도 머지않아 바뀔 전망이다.

다만, 전반적인 바이오 투자 심리 악화에도 80만 원대를 유지했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경쟁사의 부진한 실적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23년 7월 론자는 초기 약물 개발 및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프로젝트 진행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론자의 생산 설비 증설이 성장과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을 거란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CEO의 사임 또한 우려를 키웠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역시 프로젝트 감소 등의 이유로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한 실적 성장이 주가 상승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CDMO 국내 추격자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계 CDMO 시장 규모가 2023년 191억 달러(26조 원)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12.2퍼센트씩 성장해 2026년 270억 달러(36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약 개발 트렌드에 맞춰 최근엔 항체 치료제뿐 아니라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로 관심이 옮겨 가는 분위기다.

CGT는 T세포·B세포·NK세포 등을 활용해 우리 몸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 시스템을 강화하는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를 제거·편집·절단·삽입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핵산 치료제를 두루 일컫는다. 항체 치료제로 해결할 수 없는 희귀 난치병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를 여는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2023년 SK팜테코는 CGT CDMO 미국 CBM을 인수했다. SK팜테코는 SK그룹의 CDMO 자회사다. 당초 SK팜테코는 다국적 제약사인 BMS의 공장을 인수하는 등 합성 의약품 공급망에 관심이 컸는데 최근 움직임을 보면 CGT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 2021년 프랑스 CGT CDMO 업체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CBM까지 사들이며 북미·유럽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CBM은 펜실베이니아주 바이오 클러스터에 CGT 단일 생산 규모론 세계 최대 시설(6만 5000제곱미터)을 건설 중이다. 이미 일부 가동을 시작했고, 완공은 2026년이다.

하이브리드 항체 기술인 ADC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2023년 6월 론자는 1억 6000만 유로(2300억 원)를 투자해 네덜란드 ADC 개발사 시나픽스Synaffix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래 CDMO 사업의 중요한 축 중 하나로 ADC를 지목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ADC CDMO 서비스를 위해 새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심이 커진 mRNA 백신 역시 CDMO 시장을 키울 유력 후보다.

1983년 문을 연 삼천리제약으로부터 출발한 에스티팜은 합성 의약품 CDO부터 축적된 오랜 경험이 강점이다. 주력은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CDMO다. 뉴클레오타이드는 핵산 치료제의 원재료다. 핵산 치료제는 DNA나 RNA 단계에서 잘못된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이 과정에서 뉴클레오타이드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자연적인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는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형태로 변형시켜 핵산 치료제 제조에 활용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mRNA와 같은 핵산 치료제 연구가 활발한데 그 덕에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일찌감치 이 시장에 뛰어들어 일본 니토덴코, 미국 애질런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엔 경기도 안산 반월 캠퍼스 부지에서 제2올리고동 기공식을 개최했다. 올리고 CDMO 분야 세계 1위를 향한 첫발이다. 제2올리고동을 완공하고 두 차례 증설을 마치면 생산 규모는 약 14몰(2.3~7톤)까지 늘어난다.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는 2030년 올리고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다.

바이오 산업에서 신약 개발이 꿈이라면, CDMO는 현실이다. 최근 새로운 캐시카우로 CDMO를 꼽고, 도전장을 내민 제약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조금 과장하면 너도나도 CDMO를 외치는 형국인데 CDMO의 성패가 ‘규모의 경제’에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한 대목이다. 돈을 벌려고 CDMO를 하겠다는데 정말 투자할 여력은 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폭발적인 성장을 고려하면 이런 움직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관련 기업의 움직임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고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


연초 제과 업체 오리온은 5500억 원을 들여 레고켐바이오 지분 25퍼센트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다만, 기존 경영진과 운영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한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투자는 레고켐바이오의 기술력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레고켐바이오와 ADC 치료제 개발을 위한 CDO(위탁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ADC의 핵심인 항체 개발에 참여하는 계획이다.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했거나 관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의 국내 최강자다. 2022년 12월 레고켐바이오는 미국 제약사 암젠과 최대 1조 6000억 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암젠이 레고켐바이오가 보유한 ADC 플랫폼 원천 기술을 이전받아 치료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2023년 12월에는 또 다시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얀센과 2.2조 원대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에는 기술 이용료와 임상 개발·허가, 상업화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약이 출시되면 별도의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암젠과의 계약은 레고켐바이오가 ADC와 관련해 기술을 수출한 10번째 사례인데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레고켐바이오가 처음 ADC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던 2015년 후보 물질 한 개당 가격은 약 15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암젠과의 계약에선 물질 1개당 약 2600억 원 수준이 됐다. 7년간 아홉 개 기술을 이전한 성과와 함께 임상에서 안전성 결과가 확보돼 플랫폼 가치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플랫폼 기술 이전 시, 더 높은 금액의 기술 이전 계약을 기대할 만하다. 여러 후보 물질의 전임상 진입 소식도 남아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의 특정 부위에 원하는 수량의 약물을 결합했다가 암세포에 도달해 효율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전 과정을 조절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톡신 부분의 기술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ADC는 환자의 혈중이나 정상 세포에서는 비활성화 상태를 지속하다가, 암세포의 특정 환경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는 결합 화합물이 분리돼 활성화가 시작된다. 배달 사고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톡신 기술이 꼭 필요하다.

레고켐바이오가 이전한 기술을 활용한 여러 항체 치료제는 이미 상용화에 다가가는 중이다. 2015년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을 이전한 LCB14는 현재 중국에서 유방암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상용화에 성공한 ‘엔허투’처럼 ‘HER2’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권리는 영국 익수다에 기술을 이전했는데 최근 호주에서 임상 1상에 착수했다.

작은 바이오테크 입장에서 기술 이전만으로도 큰 성과지만 사실 어느 단계에서 이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유망한 후보 물질이나 기술이라도 임상을 통해 체급을 높이면 훨씬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레고켐바이오가 꾸준한 기술 이전으로 실력을 검증하면서도 독자 개발 역시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2023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은 레고켐바이오의 고형암(세포로 이루어진 단단한 덩어리 형태의 종양을 총칭) 치료제 LCB84의 1·2상 임상 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LCB84는 ‘TROP2(영양막 세포 표면 항원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ADC 시장의 개화가 ‘HER2’에서 시작했다면 앞으로는 암세포 표면에서 많이 관찰되는 ‘TROP2’로 전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는 곧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성 고형암 환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첫 독자 임상인 만큼 기대가 크다.

관련 시장의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고, 기술력도 가지고 있으니 꽤 오래전부터 투자자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현재 주가는 이전 고점의 약 70퍼센트 수준이다. 전반적인 바이오 주가 하락세에 따라 부침을 겪긴 했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물론 치료제의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 수출 소식이 주가 흐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중 항체 분야도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보통의 항체 치료제는 하나의 항원에만 결합하지만 이중 항체는 두 개의 항원을 인식해 동시에 결합한다. 단일 항체 대비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개발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예를 들어 한쪽 부위로는 T세포와 결합하고, 다른 한쪽은 암세포와 결합해 살상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바비스모가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국내에선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설립한 지 7년, 상장한 지는 5년밖에 안 된 작은 바이오테크지만 짧은 기간 이뤄낸 성과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2022년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와의 기술 이전 계약이 대표적이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이중 항체 치료제인 ‘ABL-301’로, 10억 6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 항체 플랫폼은 ‘그랩바디Grabody-B’. 여기서 B는 뇌혈관장벽(BBB)을 의미한다. 평소 BBB는 소중한 뇌를 지키는 역할을 하지만, 약물 전달도 차단하기 때문에 질병이 생겼을 때가 문제다. 쉽게 말해 ‘그랩바디-B’는 표적 단백질과 싸울 항체와 BBB를 뚫을 항체가 같이 있는 형태다. 사노피가 큰돈을 들여 이 기술을 사기로 한 건 ABL301의 BBB 투과율이 단클론항체보다 10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신약 가치가 큰 건 분명하다. 환자 수도 많고, 현재까진 마땅한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루닛


가파른 금리 인상과 함께 시작된 바이오 빙하기에도 스타는 탄생했다. 상장도, 자금 조달도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적어도 이 회사엔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인공지능 진단 솔루션 업체 루닛 이야기다. 2023년 8월 루닛은 대규모 유상 증자를 발표했는데 이후 5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다. 유상 증자가 쪼들리는 살림살이를 의미하는 보통의 바이오테크와 뭐가 달라도 달랐다는 뜻이다.

루닛은 최악의 상장 환경이라던 지난해 여름 증시에 데뷔했다. 루닛은 상장 전 기술성 평가 때 국내 바이오테크 중 최초로 모든 평가 기관에서 AA등급을 받았다. 데뷔 전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몸값을 받지 못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하단보다도 32퍼센트나 낮은 주당 3만 원으로 결정됐고, 상장 후에도 전반적인 성장주 외면 기조 속에 오랜 기간 저점 근처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거침없이 질주했다. 시가 총액은 한때 2조 원을 넘어섰고, 코스닥 시가 총액 순위도 20위권 내에 진입했다. 루닛의 가파른 주가 상승은 챗GPT와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키워드가 주식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AI 고도화는 의료 기술 발전과도 직결되는데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AI 시장 규모는 2022년 151억 달러(20조 원)에서 연평균 37퍼센트 성장해 2030년 1880억 달러(250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 단계에서 AI 활용도가 가장 높은 건 진단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잠재적인 질병 징후를 탐지해 낸다. 특히 AI 기반 영상 진단은 사람의 눈으로 식별하기 힘든 미세한 변화와 패턴을 감지해 진단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루닛의 주력 제품은 X-ray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AI 기반 면역 형질 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다.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의 비정상 소견을 발견해 전문의가 판독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보조 도구다. X-ray 단계에서 놓친 폐암이나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검사도 줄일 수 있다. 루닛 스코프는 AI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통해 면역 항암제 효과를 예측하고, 치료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솔루션이다.

면역 항암제는 약값이 매우 비싸지만, 치료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면역 항암제에만 활용하는 단계지만, 바이오마커 고도화에 따라 암 치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ADC에도 적용할 수 있다.

루닛 인사이트는 의료 영상 장비 선두권 기업인 GE·필립스·후지필름 등에 판매됐다. 전 세계 3000개 이상의 의료 기관이 루닛 인사이트를 도입했다. 루닛 스코프 역시 다양한 임상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 성장 가치가 크다. 기존 사업이 기대만큼 커준다면 신약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 최근엔 솔루션 판매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AI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전 세계 병원과 임상 기관 등에서 수집한 암 진단 및 치료 데이터를 AI 학습 모델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환자별 맞춤형 정밀 치료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루닛의 체급을 키운 구체적인 사건도 있었다. 2023년 6월 미국의 ‘캔서문샷’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연간 18억 달러(2조 4000억 원)를 투입해 암 예방과 조기 검진, 항암제 개발, 치료 시스템 최적화 등 암의 시작과 끝 전 영역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지원한다.

캔서문샷은 미국 암 연구소인 모핏 암센터와 디지털의학학회를 주축으로 민간 기업과 공공 기관이 참여하는 ‘캔서엑스Cancer X’라는 협의체가 주도한다.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92곳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국내 기업 중엔 유일하게 루닛이 포함됐다. 이후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젠큐릭스·큐브바이오 등이 추가로 캔서엑스에 이름을 올렸다.

캔서문샷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은 거의 진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실력을 알린 국내 진단 기술이 캔서문샷이란 대형 프로젝트를 앞두고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문샷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암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진단 분야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암 진단은 환자가 암에 걸렸는지 판단하는 진단, 어떤 치료제를 사용해야 좋을지 판단하는 진단, 예후는 어떨지에 대한 예측, 치료 후 재발 우려 확인 등을 포함한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암세포가 활동하는 환경이 다르다. 널리 알려진 치료제라도 암세포가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가 적지 않은 이유다. 캔서문샷이 목표로 하는 획기적인 암 사망률 감소가 나타나려면 개인별 암 환경을 고려한 정밀한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핵심 기반은 유전자 분석 기술이다. 암 관련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기술은 진단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대 이후 유전자 서열을 빨리, 저렴한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NGS)’이 개발됐다. NGS는 인간 유전체의 염기 서열을 분석해 진단에 필요한 유전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개인별 암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다.

또 다른 분자 진단 방법은 코로나19 확산기에 이름을 알린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PCR)’이다. PCR은 간단히 말해 표적 하는 DNA를 증폭해 검출하는 검사법이다. 짧은 시간 내에 원하는 유전 물질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한 뒤 분석한다. 2010년대 이후 형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분석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암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전자 변이가 축적된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인체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병이다. 어떤 유전자 변이를 갖는 암인지를 정확히 분석해야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분자 진단을 위한 유전체 확보 방법에는 조직 생검법과 액체 생검법이 있다. 조직 생검법은 환자의 조직 일부를 확보한 뒤 암의 존재나 확산 양상을 파악하는 검사다. 직접 조직을 떼어내기 때문에 일단 환자의 고통이 따른다. 분석 기간도 대략 4~6주 정도로 긴 편이고, 비용도 비싸다. 암의 조직학적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장점이다.

액체 생검은 혈액이나 타액 등에 존재하는 암세포 혹은 암세포 유래의 다양한 물질을 분석해 환자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하는 기법이다. 주로 조기 진단과 보조적 진단 방법으로 이용한다. 반복 검사를 할 수 있어 예후 예측과 재발 진단이 가능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암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 진단 결과를 10일 정도면 받아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액체 생검의 분석 대상으로는 혈액 내 세포 유리 DNA(cfDNA·cell-free DNA) 중 암 조직에서 유래한 순환 종양 DNA(ctDNA0circulating tumor DNA)가 있다. 쉽게 말해 ctDNA는 암 DNA의 파편인데 이를 통해 진행성 또는 전이성 암을 진단할 수 있다. ctDNA 검사는 암 조기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를 받은 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데도 이용된다. 최근 국내 한 대학 병원 연구팀은 ctDNA 검사가 항암 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정확한 예후 예측은 일단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고, 과잉 치료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ctDNA는 재발 예측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ctDNA 제거가 미흡할 경우 전이성 재발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암 치료에서 특히 관심이 큰 분야는 미세 잔존암 검사다. 암 치료 후 체내에 암세포가 남아있는지, 추가적인 화학 요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액체 생검이 큰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ctDNA 검사가 암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DNA 파편을 분석하는 검사라면, 순환 종양 세포(CTC·circulating tumor cell) 검사로는 암에 대한 더욱 통합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원발암으로부터 유리된 CTC는 혈관으로 침투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많은 암 환자가 다른 장기로의 전이로 인해 고생하는데 CTC는 암 전이와 밀접히 연관돼 있어 이용 가치가 높다. CTC 연구가 폭넓게 진행 중이지만 높은 활용도에도, 혈액 내에 드물게 존재하는 CTC를 분리하는 기술은 여전히 업계의 큰 허들이다.

현재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 공명 영상, 양전자 단층 촬영(PET-CT) 등 영상 검사로는 일정 크기 이상의 암 종양만을 진단할 수 있다. 영상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 더 작은 종양도 검출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다. ctDNA나 CTC 같은 액체 생검이 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반응 분석, 재발과 예후 예측 측면에서 중요한 이유다.

암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반응률을 확인하는 동반 진단도 중요한 키워드다. 동반 진단이란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아보는 진단법이다. 약물에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으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는 바이오마커 PD-L1(암세포 표면에 발현된 단백질)의 발현율을 50퍼센트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동반 진단 기기를 이용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환자별 바이오마커 발현 여부를 확인한 뒤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PD-L1, EGFR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타깃(표적) 하는 동반 진단 기기가 출시돼 있다. 약물에 반응할 환자만을 선별해 치료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를 방지하고, 고가의 표적 치료제 사용에 따른 환자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동반 진단과 더불어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가 디지털 병리 검사다. 디지털 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로 병리학적 이미지를 고배율로 스캔한 뒤 그 이미지를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AI 기술에 기반을 둔 병리 진단 기술의 혁신은 전문의 수가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진단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젠큐릭스는 동반 진단 기술로 잘 알려진 바이오테크다. 드롭플렉스Droplex라는 자체 동반 진단 키트를 개발해 국내 대형 병원 등에 공급하고 있다. 환자의 혈액 및 조직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분석해 돌연변이를 검출하는데 이를 통해 특정 치료제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를 선별한다. 이 분야 1위인 빅파마 로슈의 제품보다 돌연변이 검출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동반진단 제품은 폐암 2종, 갑상선암 1종, 대장암 1종이다.

유방암 예후 진단 키트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예후 진단은 암 수술 후 10년 이내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할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1위 제품(온코타입DX)이 있지만, 인종별·연령별 차이가 커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을 파고들었다. 혈액으로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기도 개발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흉부 CT, 손 X-ray, 안저 영상 등에서 비정상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판독 기술을 보유한 뷰노, CTC 플랫폼을 보유한 싸이토젠, 액체생검 전문 바이오테크 EDGC, 암 조기진단 키트를 개발 중인 큐브바이오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기업이다.


큐로셀·파미셀·고바이오랩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는 현재 면역 세포 치료제 연구 중 가장 성과가 뚜렷한 분야다. 면역 세포 T세포에 ‘CAR’라는 새로운 수용체를 장착한 개념으로,‘CAR-T’ 치료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따낸 킴리아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선 CAR-T 상용화 사례가 많지만 한국은 관련 연구가 빠르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바이오테크 중에는 큐로셀이 선두 주자다. 림프종 및 백혈병 CAR-T 치료제 안발셀CRC01로 임상에 진입했다. CAR-T 치료제로는 국내 최초다. 임상2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완전 관해율이 71퍼센트, 객관적 반응률(ORR) 84퍼센트로 효능을 입증했다.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CAR-T 치료제는 이미 상업성이 입증된 시장이다. 단순히 치료 효과가 좋은 것만으로는 기존 치료제의 아성을 뛰어넘기 힘들다. 비용이나 제작 기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보다 나은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중국 제약사 그라셀의 CAR-T 치료제는 ‘CD19’와 ‘BCMA’를 동시에 타깃하면서도 생산 기간을 하루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받았다. CAR-T 생산 기간은 보통 2주 이상이다.

큐로셀은 경쟁사 기준 44일이던 기간을 16일로 단축시켰다. 국내 최대 규모의 CAR-T 의약품 제조 시설(GMP)을 보유해 연간 700명의 환자에게 치료제를 공급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도 매력이다. 2022년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던 큐로셀은 재도전에 나서 2023년 11월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상장 전 공모가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상장 이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앱클론도 최근 림프종 CAR-T 치료제 AT101의 국내 1상을 마쳤다. 환자 12명을 상대로 진행한 1상 결과 완전 관해율 66.7퍼센트, 객관적 반응률 91.7퍼센트 등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안전성 등의 다른 변수 분석도 무난히 통과했다. 기술 수출 기대감이 피어나지만, 아직 구체적인 소식은 없다.

줄기세포 관련 기업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활용 범위가 넓다. 문제가 생긴 세포를 대체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매력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항암제나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바이오테크는 대부분은 중간엽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다양한 결합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염증을 억제하고, 빠르게 조직을 재생하는 특징이 있다.

파미셀은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상용화한 곳이다. 2011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 하티셀그램-AMI이다. 지방이나 근육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해 만든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다. 환자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로 제조해 관상동맥 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심장에 도달해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고,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첫 치료제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나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보긴 힘들다. 치료제란 건 어쨌든 잘 팔려야 한다. 그러나 환자 수도 적고 치료비도 건당 20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치료 실적이 많지 않다. 실제로 하티셀그램의 매출은 파미셀 전체 매출의 1퍼센트 정도에 그친다.

그래도 성공 경험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개발이 가장 앞선 건 알코올성 간경변 치료제 셀그램-LC이다. 간이 오랫동안 손상을 받으면 간세포가 다시 살아나지 않고,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발생한다. 간경변이 한번 시작되면 정상 간세포의 활동도 위축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셀그램은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다시 간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하티셀그램과 비교하면 환자 숫자부터 월등히 많다. 효과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시판되면 흥행을 기대할 만하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차바이오텍은 제대혈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만성 요통 치료제 코드스템-DD으로 기회를 찾고 모색하고 있다. 소위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요통은 워낙 환자가 많지만 수술이 아니면 신경 차단술이나 물리 치료 정도로 호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을 이용해 연골 재생 능력을 높이는 코드스템-DD가 효과를 확인한다면 수술 이외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줄기세포만큼 장기전이라 할 만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선 고바이오랩을 주목할 만하다. 고바이오랩은 8000종 이상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국내의 대표적인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테크다. 각종 대사 질환과 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파이프라인도 다양하다.

가장 앞선 건 면역 피부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KBLP-001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아토피 피부염 및 건선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2상 투약을 진행했다. KBLP-001은 2021년 중국 상하이의약그룹의 자회사인 신이(SPH)에 기술 수출해 계약금을 받았다.

최근엔 악재가 많았다. 2020년 한국콜마홀딩스에 기술을 이전했던 후보 물질이 2023년 7월 반환됐고, 한국과 호주에서 환자를 모집했던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KBLP-007은 임상 2상이 중단됐다. 이런 여파로 최근 주가는 최근 1만 원 밑으로 떨어져 부진을 겪고 있다.

2020년 주식 시장에 데뷔한 지놈앤컴퍼니는 고형암 치료 물질 GEN-001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에서 위암 및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각각 면역 치료제(위암은 바벤시오, 담도암은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이다. 위암의 경우 빠르면 2024년 초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더 큰 기대를 거는 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 후보 물질 SB-121이다. SB-121은 건강한 산모의 모유에 있는 락토바실러스 루테리Lactobacillus reuteri 균주로 만드는데 자폐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폐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억제하는 약은 있지만, 자폐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없다.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보상이 뒤따른다. 임상 1상에서 인지 능력의 향상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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