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자본주의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알고리즘 바깥으로 산책할 용기

2024년 5월 14일 오픈AI가 사람처럼 듣고 말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플래그십 모델인 ‘GPT-4o’다. 새로운 GPT는 텍스트를 통해 대화하던 기존 모델과는 달리, 청각과 시각으로도 추론하고 이를 곧바로 음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이 오감을 활용해 정보를 얻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듯, 인공지능 모델이 사진이나 그래픽을 보여 주며, 심지어는 다양한 말투로 대답한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사람의 표현과 감정까지 분석한다. 우리가 대화하며 상대방이 건네는 말의 속도와 높낮이, 작은 눈의 떨림까지 지각하듯, 인공지능도 인간을 상대로, 인간처럼 생각하며, 인간처럼 행동한다.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발전의 방향이라는 게 ‘점차 더 인간을 닮아 가는 것’이라면 말이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무언가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동질감이 때로는 불쾌함과 두려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특히 그것이 일자리, 즉 삶의 경계와 관련돼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2000개 대기업 고위 임원 중 41퍼센트가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기술 기업들은 움직이고 있다.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의 기술 기업은 미국 내 1분기 전체 감원의 16.5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해고를 주도했다.

정말 인공지능 시대에서 사람들은 노동하지 않게 될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알고리즘 자본주의》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시대가 그러한 유/디스토피아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음을 보인다. 이미 우리의 노동은 알고리즘을 타고 인지와 주목으로 대체돼 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즐거움을 채운다는 상상 위에서 구글에 돈을 벌어다 준다. 끊임없는 추천 영상과 좋아요, 구독의 소용돌이 위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노동하고, 조용히 착취당한다.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우리 시대가 그에 대해 어떠한 문제의식도 제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노동하지 않는다는 착각 위에서 노동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달라진 노동의 형태가 불러올 효과다. 노동이라는 행위에는 방향성이 있다. 컨베이어 벨트가 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그 방향에 맞춰 노동자들이 한정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것처럼, 행위가 노동으로 규정되면 방향성과 틀이 생기게 된다. 알고리즘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우리의 인지와 선택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생겼다. 물론 그 방향은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나의 행위와 시선, 선택은 데이터로 쌓여 0과 1로 번역된다. 조합된 숫자들은 나의 다음 선택을 유도하고 평가한다. 우리의 인지는 이미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다.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 흐름을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알고리즘이 선택과 인지에 방향성을 부여했다면 인공지능은 그 나아가는 힘과 속도마저 결정해 버린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지와 행동에 주체적으로 속도를 부여할 수 없다. 배달 라이더들이 길을 무시한 채 직선거리를 내달려야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인지의 속도에 인간은 따라갈 수 없다. 인간은 언제나 인공지능보다 앞서 인공지능의 결정에 도움을 줘야 하는 보조자였지만,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결정에 완전히 납득하거나 수긍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알고리즘 자본주의가 선택의 문제였다면, 인공지능 자본주의는 속도의 문제다.

우리는 알고리즘의 방향성에, 그리고 인공지능이 속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쩌면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상상력이 그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구글의 페이지랭크 검색 방식은 ‘검색’이라는 무한한 다양성에 하나의 모습을 부여해 버렸다. 유동체가 딱딱한 박스 안에 갇히듯, 페이지랭크 시대 이후의 세계는 검색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독점력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즈음부터 탈중앙화와 개인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검색 엔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틀을 넓히고, 방향을 분산시키고, 조금 먼 길을 돌아감으로써 우리는 방향과 속도의 독재에 저항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지능처럼 생각하고 내달릴 인간의 미래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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