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3.0
5화

취존과 소취의 문화

취존 문화의 주체성


팬 실천이 파편화되면서 개인의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파편화된 애정을 수행하는 팬덤 내에서는 팬들의 애정 방식에 대한 내부 규율이 과거에 비해 자유롭다. 다른 사람의 애정에 왈가왈부할 일이 적어지는 것이다. 팬들은 이러한 성향을 ‘취존(취향 존중)’, ‘마이 웨이(my way) 문화’라고 표현했다. 파편화된 애정이 팬덤 내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지만, 개인의 자유는 더 커진 셈이다. 이는 1세대 팬이 올팬 강요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그야말로 ‘취향이니 존중합니다’. 취존은 개인 팬 성향과 직접적 영향이 있겠죠. 사실 멤버 중 누구 한 명만 좋아하든, 다 좋아하든, 다 좋지만 누구 한 명은 싫어하든, 그건 각자 자기 마음이잖아요. 저는 반드시 올팬일 것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누군가가 저에게 그걸 강요하는 것도 싫어요. ‘열한 명 다 각각의 매력이 있으니 좋아해라’가 아니고, 열한 명 다 각각의 매력이 있으니 골라서 좋아할 수 있는 거죠. 좋아하는 취향도, 싫어하는 취향도, 다 존중하는 게 취존이고, 취존이라는 개념 덕분에 개인 팬들도 (과거와 달리) 팬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P)

자유는 취향이라는 주체성을 심어 주었다. 팬이 기획자이자 전략가로 활동하는 현상 역시 팬 개인의 주체성을 높였다. 원하는 기획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을 짜면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팬 개인은 주체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스타의 태도와 행동을 판단하게 된다. 과거 아이돌 팬덤은 팬의 진정성을 인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스타를 비판하지 않는 것이 팬 진정성의 증명이고, 소비로 충성심을 보이는 것이 팬덤의 일이며, ‘조공’ 등으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원하는 것이 팬덤의 일이었다.[1]

반면 주체성을 가진 새로운 팬덤은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토대로 스타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2018년 3월 워너원은 세 번째 앨범 발매일에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었다. 컴백 쇼 직전, 출연이 예정되어 있던 엠넷 〈스타 라이브〉 인터넷 생중계 방송에서 방송이 시작되기 직전의 대기실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게 된 방송 사고였다. 그 과정에서 대기실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그대로 송출되었다. 과도한 스케줄과 기획사의 정산 문제를 주제로 한 대화가 포함되었고, 대화 중에 욕설이 들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팬덤 내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났다. 초반에는 스타로서의 태도가 경솔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냉소적인 듯했던 팬들이 다시 스타를 지켜 내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과도한 스케줄로 인한 수면 부족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돌의 강도 높은 노동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쟁점이 바뀌었다. 욕설 논란은 팬들이 직접 전문 기관에 성문 분석을 의뢰해 욕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사건은 이전과는 달라진 팬 주체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팬의 진정성 측면에서 무조건 옹호한 것이 아니라, 먼저 사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토론한 후에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당시의 여론 흐름을 따라가 보자면, 방송 사고가 터진 직후 팬들은 가장 먼저 워너원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워너원을 데뷔시키기까지 팬들의 노력이 컸는데, 팬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스케줄 투정’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된 태도 비판 글들은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서 초반의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팬들의 이러한 반응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과거 팬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논란에 휩싸이면 일단 그들을 감싸거나, 사건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논란의 확산을 막는 전략을 취했다. 팬덤의 진정성 측면에서 그런 대응이 요구되기도 했다.
 
제가 2세대 아이돌 좋아했을 때는 (그 아이돌이) 방송에서 욕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어려서 그랬나, 그냥 아무렇지도 않고,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이번엔 그냥 잠투정한 거로 욕먹으니까……. (B, 20대 후반, 2‧3세대 팬덤 경험, 커뮤니티 활동가)

하지만 달라진 팬덤은 주체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논란에 대응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표현의 자유를 얻은 것처럼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인터넷 커뮤니티는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하나의 공론장이 되었다. 스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가능한 분위기다.

최근 팬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여성 혐오 논란이 생긴 스타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주된 소비층인 여성 팬덤 사이의 갈등이다.[2] 팬덤은 여성 혐오 논란이 인 스타에게 옳지 않음을 지적한다. 워너원의 방송 사고는 이러한 측면에서 더 논쟁적이었다. 사고 영상 속에서 들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욕설이 성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했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파편화된 팬덤의 특징이 드러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제의 욕설이 들릴 때 목소리의 주인공이 화면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두고 그룹 팬덤 안에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팬덤은 각자의 해명 전략을 짜야 했다. 한 멤버의 팬덤은 직접 전문 기관에 성문 분석을 의뢰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성문 분석을 통해 어떤 멤버도 그런 욕설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해명되면서 여론이 전환되었다. 해당 멤버의 의혹을 소속사가 아닌 팬들이 직접 해명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수 있지만, 팬들은 바로 그 부분에서 불만을 제기했다. 팬들은 이런 역할은 소속사가 나서서 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건의 쟁점이 소속사와 팬덤의 역할로 전환되면서 팬덤은 “내 가수를 지킬 수 있는 건 소속사도 그 누구도 아닌 정말 우리(팬)밖에 없구나”(Q)와 같은 여론을 형성했다. 스타와의 끈끈한 감정적 연대는 더욱 강력해졌으며, 행동력을 보여 준 팬덤의 힘은 더욱 부각되었다.

주목할 점은 팬덤이 자신들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팬덤은 빠른 판단을 내린 후 소신에 따라 전략적인 태도와 행동을 취한다. 소신에 맞지 않는 멤버가 있다면 그 멤버를 자신의 애정에서 배제하는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는 파편화된 애정에서 출발하는 태도다.
 
A 그룹도 최근에 멤버 중 하나가 성 관련한 민감한 사건 터지고 그걸로 팬덤이 분열되었는데, 이제 서서히 팬들이 그런 측면에서 올바름과 아님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때 몇몇 팬들이 그 멤버는 이제 그룹의 멤버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C 그룹도 그래요. 어떤 멤버가 논란이 있었는데, 그 멤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렇게 그 멤버를 배척하는 사람을 n인단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I, 20대 후반, 1‧2‧3세대 팬덤 경험, 광고․서포트 참여)
 
B 멤버에게 성 관련 논란이 있고 나서 팬덤이 분열됐어요. B를 품느냐 마냐로 구분되는데,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가끔 그 멤버 보면 마음이 불편하고……. 그래서 n인단이라는 말도 나왔어요. 그 멤버 안 품고 몇 명까지 좋아하느냐로 올팬과 n인단이 SNS에서 엄청 싸웠어요. (F)

과거 팬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에 문제가 된 멤버가 있어도 그룹에 대한 애정은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팬들은 그렇지 않다. 사안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특히 여성 혐오와 관련해서는 더 엄격하다.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은 이를 두고 “덕질 위에 여권 있다”(I)고 표현하기도 했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스타에 대한 애정보다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만의 이상적 그룹 만들기


주체성은 유동성으로 이어진다. 팬 개인은 기준에 따라 좋아하는 스타를 골라 파편화된 애정을 보낸다. 산업이 제시한 그룹 단위가 아니라 일부 멤버에게 최애나 차애 등의 지위를 부여한다. 심지어 최애는 서로 다른 그룹에 여러 명이 있을 수 있고, 팬들은 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파편화된 애정은 언제든 다른 최애나 차애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는 그룹 팬덤에 소속되고, 그것을 개인의 정체성으로 여겼던 과거의 팬덤과 매우 다른 점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팬덤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팬덤 안과 밖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팬덤은 사회적, 대중적, 미학적으로 외부 집단과 구분되는 차별을 행하는데[3], 이로 인해 생기는 팬 공동체와 외부 사이의 경계선이 팬덤의 정체성을 구축한다.[4] 이를테면 특히 과거의 1세대 팬들은 타 그룹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갖기 위해 하나의 그룹만을 전적으로 좋아하며 그룹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고 다양한 전략을 수행했다. 1세대 팬덤의 구별 행동은 그룹별로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콘서트 관객석에 구역을 만드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행은 팬 개인이 주체성을 가진 유동적인 존재가 되면서 희미해졌고, 1세대 팬덤의 특징으로 남았다.
 
H.O.T.랑 젝키는 담벼락이 눈으로 보이죠. 지금은 드림 콘서트 가면 섞여 앉잖아요. BOF(부산 원 아시아 페스티벌) 같은 거요. 그런데 (다른 팬들이) 젝키 팬들은 특이하다고 하는 게, 옛날 버릇을 못 버리고 ‘우리 존’을 만든다고. 시상식에서 ‘40구역에 모입시다’ 하면, 자기가 가진 표가 1층이라도 3층에 있는 사람이랑 바꿔서까지 옮긴단 말이에요. 우리가 정한 구역에 앉는 다른 팬한테 내가 가진 더 좋은 표 주면서 ‘1층 가서 보실래요?’ 하면 가요. 자리가 더 좋으니까. 우리는 ‘존’을 만들려고 하죠. 그게 1세대 팬덤 특징이에요. 자리를 채우는 게 팬덤 화력이니까. 예전에는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싸움이 심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요. (O)
 
요즘엔 구역이 안 정해져 있으니까. 그냥 이 구역 우리가 쓰고 싶다고 인터넷과 구역 자리에 뿌려 놓아요. 거기 앉는 애들이 다른 그룹 팬이어도 ‘우리가 오늘 여기서 이벤트를 할 건데, 너네가 하이라이트 나올 때 이걸 같이 들어 달라’고 자리에 이벤트 안내문이랑 슬로건, 부채를 올려놓는 식으로 하더라고요. (A)

인터넷 팬덤 문화에서는 SNS 계정을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고 의견을 표출하며, 외부 집단과 구별하는 경우가 늘었다. SNS와 같이 여러 계정을 소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팬덤 간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프로젝트 그룹을 좋아하는 3세대 팬들은 과거 팬덤과 달리 동시에 여러 스타의 팬이 될 수도 있다. 〈프로듀스 101〉에서는 경연마다 여러 조합으로 연습생 그룹이 탄생했다.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팬들은 자연스럽게 최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합을 상상하게 된다. 그를 기반으로 한 투표 과정은 팬 개인에게 유동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다양한 멤버에게 동시에 애정을 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팬들은 자신만의 바구니에 그룹별로 최애를 쓸어 담기도 한다.[5] 몇몇 팬들은 SNS에서 공개적으로 ‘아미블(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와 워너원 팬클럽 ‘워너블’을 이용한 조어)’이라거나 ‘너블 당근(워너블과 세븐틴 팬클럽 ‘캐럿’을 이용한 조어)’ 같은 합성어를 사용하며 ‘겸덕’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3세대 온라인 팬덤의 이러한 활동은 프로젝트 그룹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스타, 혹은 최애와 관계성이 있는 누구라도 자신만의 이상적인 그룹으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미블, 너블 당근은) 예전이면 총 맞을 일 아니에요? 〈응답하라 1997〉 보면 주인공이 H.O.T. 팬인데, 친구가 H.O.T. 팬이었다가 젝스키스 팬이 돼요. 그런데 주인공한테 얘기를 못 해요. 반에서 거의 매장이니까. 나는 ‘클럽 H.O.T.’인데, 젝키로 갈아탔다는 걸 말하는 순간 완전 망하니까. 그래서 막 앞에서는 ‘H.O.T. 오빠!’ 이러면서, 집에는 막 젝키 포스터 붙어 있잖아요. (O)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죠. 어떻게 감히 다른 오빠를 좋아해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철새 팬’이니 뭐니 팬으로 취급을 안 했어요. 지금은 딱히 신경 안 쓰이는 거 같아요. 아이돌도 워낙에 많아졌고……. (I)

팬들은 해시태그 행동주의를 통해 이런 정체성을 표현한다. 해시태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기호 ‘#’ 뒤에 특정 단어를 붙여 쓰면 추후 검색을 통해 글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해시태그 행동주의란 이러한 해시태그의 특성을 이용해 특정 단어를 선정하고, 관련된 다수의 글을 생산함으로써 여론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6]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통해 사안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정치적인 사회 행동을 하는 것을 연결 행동이라고 한다.[7] 사회적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유동적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이 쉽고 자유롭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유닛 소취 해주세요


유동성은 그룹 사이의 담을 무너뜨린다. 속한 그룹이 다르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로 그룹 구성원을 조합해 하나의 유닛을 만들기도 하고 이들의 유닛 활동을 염원하기도 한다. 팬들은 ‘소취(소원 성취)’라는 단어를 통해 자신의 바람을 표현한다. 트위터상에는 자신이 원하는 조합을 만들어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글이 많다. ‘유닛 소취 해주세요’라는 문구는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제 최애가 친한 타 그룹 멤버들이 있어요. 소속사는 모두 다르지만. 한 번 방송에서 만나면 직캠도 엄청 뜨고, 움짤도 많고. 얘네를 같이 좋아하는 팬들도 꽤 있는 거로 알아요. 그중 한 명이 직접 인터뷰에서 유닛 활동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서 유닛 활동 바라는 팬도 꽤 될걸요? (Q)

이러한 유닛 조합은 과거의 스타들에게도 드물게나마 있었던 현상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팬덤의 반응은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새로운 멤버를 영입할 때 반대가 심했고, 타 소속사 그룹의 멤버와 함께 만든 유닛을 탐탁지 않게 느끼거나 여기에 참여한 멤버는 그룹 활동에 소홀하다고 인식했다. 반면 지금은 팬들이 오히려 경계를 넘은 조합을 원한다. 실제로 소속사를 뛰어넘어 결성되는 유닛 활동의 사례도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친하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닌 게, 과거에는 A 소속사 A 멤버랑 B 소속사 B 멤버랑 엄청 친해서 유닛 앨범을 냈는데 팬들이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G)

제 기억에 (과거에는) 그런 식의 유닛 그룹을 내면, 오히려 ‘배신자’처럼 생각하는 팬도 있었던 거 같아요. (I)

슈퍼주니어가 그런 프로젝트 그룹의 시작인 거 같기도 해요. 그때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멤버 탈퇴랑 영입이 자유로운 콘셉트로 브랜드 그룹 만든다고 했는데 그거 팬들이 아무도 안 받아 줬잖아요. A 멤버 처음 들어왔을 때도 반대한다고 난리였고……. (A)

하이라이트 이기광이랑 샤이니 태민이랑 슈퍼주니어 은혁이랑 같이 춤 예능을 찍게 되었거든요. 근데 팬들이 예전 같았으면 그냥 그렇구나 할 텐데. 그 기사 뜨자마자 서포트 모금하고, 바로 팬들끼리 이 조합으로 예능 찍는 김에 유닛 활동 하자고 말하고 있어요. (J)

팬들의 염원은 그룹이나 소속사를 뛰어넘은 유닛 활동을 성사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젝트 그룹 ‘YDPP’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던 정세운, 임영민, 김동현, 이광현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들의 소속사는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브랜뉴 뮤직으로 다르지만, 팬들이 만든 조합 ‘영동포팡(임영민, 김동현, 정세운, 이광현의 별명 한 글자씩을 조합한 단어)’으로 실제 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밖에 JBJ의 멤버 김상균과 켄타로 구성된 ‘JBJ95’,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던 김성리, 변현민, 서성혁, 이기원, 장대현, 주원탁, 홍은기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레인즈’도 있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 그룹 ‘우주소녀’의 설아, 루다와 판타지오 소속 걸 그룹 ‘위키미키’의 유정, 도연으로 구성된 4인조 프로젝트 그룹 ‘우주미키’ 또한 소속사의 경계를 넘어선 유닛 프로젝트의 사례다. 3세대 팬덤은 소속사가 다른 그룹의 멤버들이라도 조합하길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또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을 인지하며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
[1]
김수아, 〈연결 행동? 아이돌 팬덤의 트위터 해시태그 운동의 명암〉, 《문화와 사회》, 25, 2017, 326쪽.
[2]
고혜리·양은경, 〈남성 아이돌 그룹의 여성 혐오 논란과 여성 팬덤의 분열〉,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8), 2017, 506-519쪽.
[3]
이런 사회적, 미학적 구별의 정도는 학생 팬과 성인 팬, 혹은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학생 팬들은 또래 집단과 함께 팬 정체성의 표현을 확실하게 보인다.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고, 부채나 필기구, 우비 등의 물품을 사용하면서다. 반면 성인 팬들은 ‘일반인 코스프레’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구별을 행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콘서트 등의 환경에서와 달리 팬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는 구별이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4]
존 피스크, 〈팬덤의 문화 경제학〉, 《문화, 일상, 대중》, 한나래, 2012, 192-195쪽.
[5]
트위터에서 사용된 표현을 빌린 서술이다.
[6]
김수아, 〈연결 행동? 아이돌 팬덤의 트위터 해시태그 운동의 명암〉, 《문화와 사회》, 25, 2017.
[7]
Lance W. Bennett and Alexandra Segerberg, 2012, 김수아, 〈연결 행동? 아이돌 팬덤의 트위터 해시태그 운동의 명암〉, 《문화와 사회》, 25, 2017, 301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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