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이 남았다 / 인터넷 사용 인구(단위: 퍼센트) /고소득 국가, 중국, 세계, 인도, 저개발 국가(위쪽부터) / 출처: ITU
이러한 성장의 대부분은 개발 도상국에서 이뤄질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81퍼센트인 10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시장이다. 중국은 58퍼센트인 8억 명으로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중국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다른 지역의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인구 대비 39퍼센트에 불과하다. 앞으로 새로운 10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등장할 이 지역에서는 추가로 10억 명, 그 이후에도 또 10억 명의 사용자가 더 등장할 수 있다(표1 참조). 이들이 인터넷 인구로 편입되면서 인터넷의 성격 역시 달라질 것이다.
유한 계급론
나머지 절반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영어와 중국어가 아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들은 다른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온라인에 접속할 것이다.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소유한 인도의 미디어 기업 스타인디아(Star India)가 2015년에 출시한 핫스타(Hotstar)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밍 앱이다. 성공의 비결은 인도 가정에서 스마트폰이 ‘세컨드 스크린’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세컨드 스크린이 아니라 퍼스트 스크린이 되어 가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케이블에 연결돼 있는 커다란 모니터는 현재의 젊은이들이 유선 전화와 브라운관 TV를 생각하는 것처럼 낯선 존재가 될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괜찮은 하드웨어도 이러한 추세를 이끌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저가 스마트폰은 2007년에 첫선을 보인 아이폰보다도 더 많은 배터리 양과 기능을 갖고 있다. 가격은 아이폰의 10분의 1 수준이거나 더 싼 것들도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에게 고성능 프로세서나 수백만 화소의 카메라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페이스북 인도의 신임 대표이자 핫스타의 전직 대표였던 아지트 모한(Ajit Mohan)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서비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채팅과 동영상과 스토리텔링이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모바일 인터넷은 이런 서비스들을 훨씬 잘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 연락하며 지내고 싶어 하고, 재미를 얻고 싶어 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얼마나 벌고, 어디에서 사는지는 상관이 없다. 선진국에서도, 중국에서도,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가난할수록 전화기 한 대가 다른 어떤 대안보다 더 나은 욕구 충족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은 따분한 시간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좋은 수단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대학교 교수 파얄 아로라(Payal Arora)에 따르면, 인터넷은 가난한 사람들의 레저 경제(leisure economy)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가난한 세계의 인터넷에 대한 논의는 거의 언제나 지역 개발과 관련한 실용과 구호의 측면에서 다뤄졌다. 구호 기구와 국제 단체, 거대 테크 기업들은 스스로와 후원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을 탈출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농부들은 곡물 가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여성들은 모성 보건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강좌를 열심히 수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페이스북이 빈곤 국가의 인터넷 제공 사업을 목적으로 만든 웹사이트 internet.org는 전형적인 사례다. “작물을 기르는 농부들이 정확하게 날씨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세요. 교과서가 없는 아이에게 백과사전이 생긴다면 어떤 능력을 갖게 될지 상상해 보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활용할수록 더 좋은 세상이 열립니다.” 아로라 교수는 저서 《새로운 10억 명의 사용자들(The Next Billion Users)》에서 서양인들이 빈곤을 “인터넷을 쓸 때 놀지 않고 일을 할 충분한 이유”로 본다고 지적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로라 교수는 세계 전역에서 진행한 수년간의 현지 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사람들은 온라인에 접속하면 일보다는 놀이를, 노동보다는 여가를 택한다.” 개발 정책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보급되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아이폰의 채팅과 게임 앱이었다. 물론 가치 있게 사용하는 사례는 따라온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부수적인 것이지 핵심은 아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2000년대 후반, 브라질 정부는 수천 곳에 정부 지원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그 결과 가난한 지역의 인터넷 접속률은 60퍼센트까지 올랐다. 인터넷 카페 사업은 크게 성공했다.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어울려 놀고 싶어 한다. 구글에서 처음 내놓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오르컷(Orkut)은 2010년대 초 브라질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브라질은 현재 인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페이스북 사용자가 많은 나라다. 여론 조사 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Latinobarometro)에 따르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극빈층 세 명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인들의 인터넷 사용에 관해 연구하는 인류학자 줄리아노 스파이어(Juliano Spyer)는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Bahia)주의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 스마트폰 요금을 내는 이유가 스마트폰을 일종의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10억 명의 즐길 거리
앙골라(Angola)에서는 위키피디아와 페이스북의 데이터 사용료가 무료다. 허가받은 버전의 앱을 다운받으면 데이터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을 전부 무료로 이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앱과 괜찮은 앱은 무료로 쓸 수 있다. 앙골라 국민들은 이런 무료 서비스를 이용해서 불법 영화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컨설팅 업체 카리부디지털(Caribou Digital)의 2015년 디지털 이용 행태 연구에 따르면, “잠비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였고, 다른 것들은 모두 그다음이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온라인 활동에 관해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5퍼센트가 친구나 가족들과 연락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7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볼 수 있고, 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은 바로 인도일 것이다. 비교적 개방적인 시장인 데다, 신규 유입자의 규모가 크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저소득층 인구가 있는 인도는 나머지 절반의 인터넷 인구를 겨냥하는 기업들의 테스트 베드다.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세계의 나머지 절반이 원하는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들을 빠르게 내놓고 있다.
다시 마드호가르로 돌아가 보자. 샤르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버스로 서너 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아들 자이푸르(Jaipur)와 영상 통화를 한다. 교사인 젊은 샤르마는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유튜브와 틱톡으로 영상을 시청한다. 틱톡은 중국 기업이 소유한 소셜 앱으로, 2017년 론칭 이후 10억 회 이상 다운로드되었다. 전 세계 틱톡 사용자의 상당수는 대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교실의 수업 과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타임패스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타임패스(timepass)’는 시간을 때운다는 의미의 인도식 영어 표현이다.
타임패스는 인터넷의 핵심이다.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양쪽 모두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상위 25개 앱은 대부분 게임이다(두 기업 모두 올해 신규 유료 게임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텐센트가 중국의 인터넷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게임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에게 타임패스 용도로 사용되면서 시가 총액 세계 6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튜브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타임패스에 쓸 수 있는 통로다. 포트나이트, 왓츠앱,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최근에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신규 앱들은 모두 타임패스에 목적을 두고 있다. 15초짜리 영상을 올리는 틱톡은 핵심 목적이 타임패스인데, 주로 시골에 사는 심심한 아이들이 실없는 영상으로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