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아서 일하는 로봇을 소개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지난 4월 공개한 ‘더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공장에서 독자적으로 일하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물론 진짜 현장은 아니고 데모 공간입니다. 그저 엔진 부품을 옮기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고요. 그런데 이 영상이 중요한 까닭이 따로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주장에 따르면 영상 속의 휴머노이드가 지정된 동작이나 원격 조작 없이 ‘완전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거든요. 물론, 3분여에 불과한 이 짧은 영상을 부랴부랴 발표한 까닭은 테슬라의 ‘옵티머스’ 때문입니다. 위 로봇(We, Robot) 행사에 등장했던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들이, 실은 인간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죠.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목이 쏠린 것은 사실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우리는 다르다’며 어필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다만, 주목할 지점이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도요타 리서치연구소의 파트너쉽 계약 체결로부터 2주가 지난 시점에 이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피지컬 최강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대로 된 AI를 만났을 때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가늠케 합니다. 6개월 후, 1년 후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아틀라스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 구글, 이번에는 노벨 평화상?
지난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해임 쿠데타가 있었죠. 당시 일을 주도했던 것은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그룹이었습니다. 인류의 위험을 막고, 공익을 우선시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성인군자처럼 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자는 생각입니다. 이들은 AI가 위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AI 정렬,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들의 철학적인 바탕 중 하나가 바로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입니다. 거장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AI와 관련된 부분만 납작하게 서술해 보겠습니다. 공론장의 가치를 강조함과 동시에 도덕적 합의를 이룬 영역에만 첨단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차세계대전을 목도한 철학자의 결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쉬이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하버마스의 이름을 딴 AI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진이 내놓은 갈등 중재 AI, ‘하버마스(Habermas)’입니다. 딥마인드 측은 하버마스가 갈등 상황을 중재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무상 보육’ 등 사회적 아젠다를 놓고 찬반 의견을 제출하도록 한 후, 인간의 중재안과 AI의 중재안을 평가했습니다. 참가자의 56퍼센트가 AI의 중재안을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참 많죠. 정년 연장, 최저임금은 물론 끝나지 않는 전쟁까지 말입니다. 정말 하버마스가 이 세계의 갈등과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시대의 거장, 위르겐 하버마스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3. 결국 우리의 운명은 TSMC의 손에
오픈AI가 칩을 직접 만든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떠돌았죠. 구체적인 소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협력해 설계와 개발에 나서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와 협력해 생산합니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합니다. 오픈AI와 엔비디아는 함께 가는 사이죠. AI 섹터의 성장을 견인하는 두 축입니다. 그런데 오픈AI가 엔비디아에의 의존도를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같은 AI 가속기는 한 대에 5000만 원 가량입니다. 그나마도 물량이 달려 줄을 서야 하죠. 돈도 돈이겠지만, 당장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만큼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느려집니다. AI 섹터가 ‘엔비디아 병목’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속이 탈만 하죠.
샘 올트먼 CEO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것은 물론, 생산까지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중동 국가를 방문하여 투자 유치에 나섰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역시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공장을 짓는 것은 지금까지 오픈AI의 행보와는 결이 크게 다르죠. 그래서 오픈AI도 결국 TSMC에 기대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이 전략이 과연 병목 현상을 피할 비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점입니다. 엔비디아는 우회했지만, TSMC는 우회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공급이 달리는 이유는 최종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현재 상황으로만 봐서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