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플루언서의 시대
1화

뉴스 인플루언서의 시대

뉴스 권력이 이동했다. 이제 AI 검색이 판을 더 뒤튼다.

우리는 지금 반세기마다 다가오는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보다 더 크고 더 강력한 혁명이 오고 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디지털 대량 생산은 물질 대량 생산처럼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AI won’t save us’ 시리즈는 AI가 가져올 경제, 사회, 문화 변화의 징후를 포착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언론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살펴보고, AI가 부활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봅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방송사의 토론회보다 팟캐스트에 이목이 더 집중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20여 개의 팟캐스트에, 카멀라 해리스는 6개의 팟캐스트에 각각 출연했다. 단연 화제가 되었던 것은 격투기 선수 출신의 조 로건의 팟캐스트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팟캐스트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는 출연했고, 해리스는 출연을 고사했다. 출처: JRE

변화와 징후


변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레거시 언론사의 영향력은 곤두박질쳤다.

징후: 오픈AI를 상대로 제기된 언론사의 저작권 침해 소송 중 하나가 기각되었다. AI 검색은 언론사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뉴스 권력이 이동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언론사에는 더욱 그랬다. 트럼프 1기가 시작되고 언론계에는 반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트럼프라는 인물을, 그저 공화당의 ‘루키’ 정도로 평가 절하했다는 반성이다. 그 판단이 맞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당시 언론은 트럼프를 잘 다루지 않았다. 그의 공약, 주장, 포부를 마치 농담거리라도 되는 듯 외면했다. 권위 있는 언론이 다룰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덜컥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주류 언론의 시각에서, 특히 민주당 진영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온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의 시각에서 트럼프 1기는 재앙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주류 언론은 총공세를 폈다.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공약 한 줄, 연설 한마디가 모두 사설의 대상이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선거 막바지에는 트럼프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논조의 사설이 메인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이다. 미국에서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얼마나 보잘것없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 2020년 대선 당시에 비해 TV 뉴스 시청자가 줄었다. 올해 선거 당일 주요 3개 네트워크(MSNBC, Fox News, CNN)의 시청자 수는 2020년 대비 약 32퍼센트 감소했다.
  • 젊은 층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네트워크별 TV 시청자의 중위 연령을 보면, MSNBC는 70세, Fox News는 69세, CNN은 68세다. 뉴스 채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MTV의 경우 51세다.

뉴스 권력은 소멸해 버렸을까? 그렇지 않다. 옮겨갔다.
  • 미국인의 절반가량이 지난 한 달 동안 팟캐스트를 청취했다.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 미국인의 17퍼센트가 틱톡에서 정기적으로 뉴스 콘텐츠를 소비한다. 특히 18세에서 29세에 해당하는 가장 젊은 유권자들의 경우, 10명 중 4명이 해당한다.

팟캐스트와 틱톡으로 뉴스 콘텐츠의 소비자가 옮겨갔다면, 뉴스를 공급해 온 언론사도 자리를 옮기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쉬운 판이 아니다.
  •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터뷰 콘텐츠는 팟캐스터 조 로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담이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4500만 회를 넘어섰고, 스포티파이 등의 오디오 플랫폼에서도 2500만 회 이상의 청취를 기록했다.
  • 틱톡에서는 언론사 공식 계정이 일반인이 운영하는 뉴스 계정에 뒤지고 있다. 정치 관련 게시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틱토커, ‘해리 시슨’이 올린 이번 대선 결과 동영상은 비슷한 내용을 담은 NBC, CBS 등의 조회수의 두 배가량을 기록했다.

패자부활전: AI 검색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트래픽이 사라졌다. 사람들이 더 이상 구글로 뉴스를 보지 않는다. 틱톡에, 인스타그램에 보고 싶은 기사, 듣고 싶은 논평이 쏟아진다. 케이블도 해지한다. ‘코드 커팅’ 현상이다. OTT와 유튜브가 전통적인 TV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라는 거대한 판이 개인별로 조각조각 부서지는 중이다. 이제 미국 국회의사당에 두 번째 폭동이 일어난다 해도 모두가 TV 앞에 앉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추종하는 뉴스 인플루언서의 생중계를 볼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현상이 개인별로 다르게 읽힌다. 사실,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현실 다시 뒤틀릴 수 있다. AI 검색이라는 새로운 정보 접근 방식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온라인 세계는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부상으로 뚜렷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미권의 대표적인 블로그 소셜 미디어 ‘미디엄(Medium)’의 경우 지금 AI슬롭으로 오염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미디엄에 게시된 약 27만 건의 최근 게시물 중 47퍼센트 이상이 AI가 만들어낸 콘텐츠로 보인다. 암호화폐나 NFT, AI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보의 진위는 제쳐두고라도,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진다. 그것도 허수에 해당하는 정보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 역할을 AI 검색, 나아가서는 AI 에이전트가 담당하는 시대가 닥친 것이다.

AI 기업과 언론사들의 관계는 복잡다단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는 법정 다툼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및 상표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오픈AI 측은 《뉴욕타임스》에 ‘기사의 독창성’과 ‘인간 작성 증거’를 요구하며 맞대응 중이다. 반면, 적극적으로 AI 시대에 적응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애틀랜틱》은 생성형 AI 대중화 초기부터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과 전략적 제휴에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AI의 검색 기능을 중요하게 평가한 결과다.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는 더 적극적이다. 본격적인 AI 검색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퍼플렉시티는 오픈AI처럼 수많은 대형 언론사와 콘텐츠 사용 제휴를 맺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모회사인 뉴스코프(NWS)는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타임》, 《포천》지 등은 퍼플렉시티의 손을 잡았다.

법원의 판단


구글 검색과 AI 검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언론사의 기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느냐의 여부다. 구글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검색하면 관련 내용을 담은 언론사의 기사 콘텐츠 리스트가 뜬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콘텐츠를 클릭하여 직접 읽어야 한다. 언론사 사이트에 트래픽이 발생하고, 이는 광고 및 구독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물론, 더 많은 사람이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의 영향력도 커진다. 그런데 AI 검색을 이용하면 대선 결과에 대한 정보부터 관련된 논평 내용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요약 정리해 준다. 다음 클릭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언론사로서는 독자를 빼앗기는 구조다. 제휴하거나, 소송하거나. 여력이 되는 언론사들은 이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를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의사 결정에 참고할 만한 판결이 최근 나왔다. 미국 연방 법원이 오픈AI를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침해 소송 중 하나를 기각한 것이다. 민주당 성향의 인터넷 매체인 〈알터넷(AlterNet)〉과 〈로스토리(Raw Story)〉가 제기한 소송이다.
  • 이들은 오픈AI가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긁어간 데이터에 자사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데이터가 챗GPT를 훈련하는 데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 이 소송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이들이 오픈AI를 고소한 근거로 저작권 관리 정보(CMI) 제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무작위로 데이터를 긁어 AI 모델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기사의 저자, 제목, 저작권 정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콜린 맥마흔 뉴욕 연방 지방 법원 판사는 정곡을 찔렀다.
  • “챗GPT가 답변을 생성할 때는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종합하여 답변을 생성하는데, 그 데이터의 규모를 생각할 때 챗GPT가 해당 언론사의 기사 중 하나를 특정하여 표절한 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누구나 제공할 수 있는 정보성 기사로는 AI 모델의 표절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원고들이 진정으로 구제받고자 하는 것은 저작권 정보가 삭제된 점이 아니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보상 없이 기사를 사용한 점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니, 소장을 수정해서 다시 제출할 수 있게 하겠다.” 즉, 기사의 사용료를 받고 싶어 소송을 제기했으면 그것에 맞게 다시 소를 제기하라는 것이다.

AI는 언론사 입장에서 기회이기도 하고 위협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아야 살아남는 시장이다. 언론사의 이름과 독자 플랫폼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AI 큐레이션에 적극적으로 기댈지, 아니면 자신만의 확성기를 정비해 다시 독자를 끌어모을지 둘 중 하나다. 언론사의 권위에 사람들이 알아서 이끌려 오는 시대는 끝났다.

사유


다수의 언론사는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다. 그 결과 해외에서는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등에,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독자 유입을 의존하게 되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언론사의 생살여탈권을 AI 기업이 쥐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에겐 어떤 뉴스가 필요할까. 그리고 그런 뉴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플랫폼-콘텐츠가 필요할까. 그 결정을 할 권리와 의무가 독자에게도 분명 있다.

신아람 에디터
#AI #테크 #aiwontsaveus #경제 #저널리즘

2화 ‘This Week in AI’에서는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AI 뉴스 3가지를 엄선해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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