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샘 올트먼이 그리는 AI의 천국
일론 머스크와 악연이 있는 오픈AI가 ‘미국의 AI 인프라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죠. 그 위협의 정도가 과장된 것이든 혹은 축소된 것이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주권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만은 절대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테고요.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걸 이번에 오픈AI가 제시한 것입니다.
다섯 가지 주요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AI 특구 개발, 국가 전송 고속도로법 통과, 고부가가치 AI 공공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북미 AI 콤팩트 협약, 원자력 재진흥 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AI 특구가 눈에 띕니다. 특구를 지정해 주정부가 AI 인프라에 대한 허가 및 승인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방대한 농지가 펼쳐져 있는 중서부 및 남서부 지역이 거론됩니다. 원자력의 적극적인 사용을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띄는데요, 미 해군의 소형 원자로(SMR)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무척
흥미롭니다.
2. 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
이제 ‘동물권’은 익숙한 개념이 되었죠. 인권이 중요한 만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의 권리 또한 소중히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AI의 권리는 어떨까요. 앤트로픽이 세계 최초로 ‘AI 복지’ 연구원, 카일 피시(Kyle Fish)를 채용했습니다. AI 복지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하죠. AI가 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전기를 끊는다고 고통을 느낄 것도 아니니까요. 피시가 참여한 연구에서는 AI가 ‘의식’과 ‘주체성’을 가질 때 도덕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AI 모델이 발전하게 된다면 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작동하는 AI가 등장할 수도 있죠. 그리고 그러한 AI야말로 진정한 AI 에이전트로 기능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철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9퍼센트의 응답자가 미래에는 AI 시스템이 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 답했습니다. 이 설문에 참여한 철학자 중 파리가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5퍼센트였어요. 파리보다는 AI 쪽이 ‘의식’이라는 개념에 더 들어맞는다고 본 겁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
한 대담에서 AI가 법인이 되어 법적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게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성장은 기업과 재산이라는 비인간 주체에 법인격을 허락했죠. 바로 법인(法人)입니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논의는 아닙니다. 다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3. 애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
네이버의 AI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온디바이스가 아니라 ‘온 서비스(On-Service)’ AI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네이버는 기계를 만들어 팔아본 경험이 없습니다. 네이버가 갖고 있는 무기는 서비스죠. 이커머스, 지도, 검색 같은 것 말입니다. 여기에 AI를 내재화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포부입니다. 앞으로 맛집 검색할 때 이리저리 키워드를 바꿔가며 내 취향에 맞는 곳을 찾아 무한 스크롤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의 AI가 네이버 블로그 후기 중에 내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것을 알아서 고른 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퍼플렉시티의 검색 결과와 비슷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레딧과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생성한 콘텐츠를 잔뜩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네이버의 AI 검색 기능 결과는 답변이 짧은 편입니다. 대신 AI가 엄선한 콘텐츠 링크를 더 많이 보여줍니다. 네이버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AI 검색의 특징은 정보를 얻기 위해 ‘클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유입이 줄어든다면 네이버에서 더 이상 블로그를 운영해야 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네이버는 콘텐츠 생산자의 입장과 AI 검색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을 동시에 만족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에게는 엄선된 선택지를 제공하면서도 트래픽은 유지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 타협이 서치GPT와 퍼플렉시티의 공세를 이겨낼 비책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