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산을 잘하게 된 양자 컴퓨터
1화

검산을 잘하게 된 양자 컴퓨터

구글이 미래를 선보였다. 비트코인은 아직 안전하다.

우리는 지금 반세기마다 다가오는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보다 더 크고 더 강력한 혁명이 오고 있습니다. 바로 AI입니다. 디지털 대량 생산은 물질 대량 생산처럼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AI won’t save us’ 시리즈는 AI가 가져올 경제, 사회, 문화 변화의 징후를 포착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와 함께 구글이 발표한 양자 칩, ‘윌로우’가 어떤 면에서 혁신적인지 살펴봅니다.
 
구글이 발표한 윌로우는 혁신적인 양자 칩이다. 구글은 양자 컴퓨터를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고 사회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출처: Google Quantum AI

변화와 징후


변화: 구글이 새로운 양자 칩을 공개하자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했다.

징후: 아직 양자 컴퓨터는 내일의 혁신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란 무엇인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가 뛰었다. 거의 12퍼센트 포인트의 상승이다. 이유는 ‘윌로우(Willow)’다. 구글이 내놓은 양자 칩이다. 현재의 컴퓨터는 0과 1로 계산한다. 숫자 하나를 ‘비트(bit)’라고 부른다. 양자 컴퓨터는 다르다. 양자는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어떤 순간에는 0이 되기도 하고 1이 되기도 한다. ‘중첩’이다. 양자끼리 서로 단단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가령 양자 A가 1일 때엔 양자 B도 무조건 1이 되는 식이다. 혹은 양자 C가 1일 때엔 양자 D는 무조건 0이 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양자의 ‘얽힘’ 현상이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성질 때문에 양자를 비트로 사용하면 계산을 아주 빠르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자리 숫자 암호를 풀어낸다고 가정한다면 일반 컴퓨터는 0000부터 9999까지 만 가지의 경우를 모두 대입해 맞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개의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특성 때문에 많은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양자를 비트로 사용하는 것을 큐비트(qubit, quantum + bit)라고 한다. 양자 컴퓨터를 만들려면 큐비트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몇 가지 방법 중 구글부터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채택한 플랫폼이 ‘초전도 큐비트’다. 초전도 물질로 그린 회로 하나가 하나의 큐비트로 작동한다. 초전도 물질은 전기 저항이 없다는 특성을 갖는다. 다만, 아직은 절대영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몇백만 기압에 해당하는 초고압 상황에서만 초전도 물질이 된다.

구글이 뭘 해낸 건가


즉,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초고압 상황에서만 작동한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초전도체 큐비트는 정말 찰나의 시간 동안만 동작한다. 에러도 많았다. 양자 컴퓨터의 시대로 가기 위해 풀어내야 할 과제다. 그런데 구글이 이걸 해결했다. 지금까지는 초전도 큐비트의 수명이 대략 20마이크로초였다. 이걸 60마이크로초 이상으로 올렸다. 3배 이상의 향상이다. 에러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큐비트를 2차원의 격자 모양으로 연결해 서로 검산하도록 하는 QEC(Quantum Error Correction) 방식으로 가능해졌다.

그 결과 하나의 칩 위에 올릴 수 있는 큐비트의 개수도 늘어났다. 큐비트가 많을수록 양자 간의 얽힘도 많아지면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큐비트 개수 확장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큐비트끼리 서로 검산해 주면서 오류를 정정하도록 하니 상황이 달라졌다. 큐비트가 많아질수록 오류가 줄어든 것이다. 2019년 구글이 발표했던 양자 칩, ‘시카모어(Sycamore)’에는 50여 개의 큐비트가 올라갔다. 윌로우에는 105개의 큐비트가 올라가 있다.

큐비트 105개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구글의 벤치마크에 따르면, 윌로우 칩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로 10자(秭) 년 걸리는 문제를 5분 이내에 풀어낸다. 10자는 1경(京)의 10억 배다. 엄청난 성능인 것은 맞다. 물론, 뭐든 잘할 수 있는 만능칩은 아니다. 구글은 무작위 회로 샘플링(RCS) 벤치마크 결과를 근거로 윌로우의 성능을 설명했다. 특정한 종류의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퍼즐 문제를 주고, 그걸 푸는 데에 얼마나 걸렸는지를 측정했다고 할 수 있다. 퍼즐을 잘 푼다고 뭐든 해낼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꽤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는 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로 뭘 할 수 있나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시장은 눈치챘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암호 화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럴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특별한 종류의 계산을 잘한다. 예를 들면 소인수 분해나 데이터 검색 같은 것이다. 비트코인의 암호는 크게 두 가지 체계로 되어 있다. 하나는 소인수 분해로 풀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 검색 방식으로 풀 수 있다. 다만, 두 종류의 암호 모두 해독하려면 수백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큐비트의 개수가 50개에서 100개 정도 되면 슈퍼컴퓨터급의 계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상온에서도 잘 작동하는 슈퍼컴퓨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 이상이 되려면 큐비트의 숫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 이를테면 100개에서 5000개 정도면 양자 암호 해독을, 1만 개 정도가 되면 신약 개발을 포함한 고난도 계산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번 윌로우 칩은 큐비트 105개짜리다. 스케일 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IBM의 경우 지난해 12월 1121개의 큐비트를 갖춘 양자 칩 ‘콘도르(Condor)’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기술은 갑자기 우리의 상상력을 앞지른다. 작년 국내외 학계를 흔들었던 상온 초전도 물질, LK-99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지구상의 어딘가에서는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건 혁신이 발생한다면 양자 컴퓨터도 갑자기 우리의 일상에 들어올 수 있다. 그날을 ‘Q-day’라고 부른다.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디지털 데이터 보안에 사용되는 암호화 방법을 무력화하게 되는 날이다. 전 세계의 은행, 정부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업이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개인정보와 그에 기반한 삶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구글의 윌로우는 Q-day가 멀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양자 컴퓨터를 너무 모른다.

사유


구글의 발표에 일론 머스크는 ’Wow!’라는 한 마디를 던졌다. 기술을 정치와 사업, 미래 권력의 관점에 보는 한 인물의 반응이다. 양자 컴퓨터는 분명 이 사회의 체제를 뒤흔들 기술이 될 것이다. 그런데 비싸고 개발이 어렵다. 현재 돈 싸움이 된 생성형 AI 섹터보다 훨씬 더 그렇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최초의 강력한 양자 컴퓨터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핵무기 발사 버튼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는 도구다. 인류는 양자 컴퓨터를 가져도 될까?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

신아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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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This Week in AI’에서는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AI 뉴스 3가지를 엄선해 맥락을 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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