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의 귀여움은 일루미네이션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다. 일루미네이션은 매년 애니메이션과 미니언 캐릭터 사업으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5년 4월 미니언즈 출시에 앞서 색채 연구소 팬톤은 미니언 색상을 담은 ‘미니언 옐로우’를 선보였다. 캐릭터 이름을 딴 색상이 출시된 것은 캐릭터 역사상 처음이다. 가히 세계적인 귀여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루미네이션도 디즈니만큼이나 소비자 특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소비자가 캐릭터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소비자의 바람, 취향, 특성을 캐릭터에 녹여 낸다. 소비자 중심의 캐릭터 디자인은 디즈니와 일루미네이션의 공통적인 성공 비결이다. 그렇다면 대체 소비자의 무엇을 캐릭터에 담아야 하는 걸까.
너는 내 취향 저격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소비자가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유를 조사했다. 3년간 부동의 1위는 ‘캐릭터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캐릭터에게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결과다. 소비자는 한 번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에는 좀처럼 다시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캐릭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확실한 외형을 갖추어야 한다. 표면상으로는 캐릭터의 외모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일 수 있다. 말 그대로 귀여우면 다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2위를 차지한 이유 ‘캐릭터가 친근해서’는 사랑받는 캐릭터에 외모만큼 중요한,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시사한다.
[11]
친근함은 교감 욕구로 이어진다. 캐릭터가 또렷한 정체성을 지닐수록, 또 그 정체성이 자신과 비슷할수록 소비자는 캐릭터에 친근함을 느낀다. 어느 캐릭터든 기본적으로 의인화를 거쳐 사람과 소통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캐릭터 정체성 구성에서 다른 무엇보다 먼저 염두에 둘 것은 소비자다. 즉, 사람의 자아를 캐릭터에 담아야 한다. 브랜드의 의미나 제작 의도는 그다음 문제다.
내가 누구인지를 이미지로 구상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자아 이미지(Self-image)라 한다. 자아 이미지를 두고 학자들은 나름의 정의를 내렸는데 종합하면 자신의 모습, 성격,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개념화하는 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거나 달리기를 잘하는 등의 특기, 말이 많다거나 순진하다는 식의 특징, 얼굴과 몸, 개성과 취향 등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들을 꺼내 보고 정리하는 사이 자아 이미지가 생성된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의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감정 캐릭터들이 기억을 저장하고 개성을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면을 찾아 동질감을 얻고자 한다. 관심사가 같거나 나이가 동갑인 사람이 자연스레 더 반갑고 편하다. 캐릭터를 인지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캐릭터를 인지하는 즉시 자신과 비슷한 요소를 찾는데 많이 찾아낼수록 캐릭터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다.
[12] 자아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디자인 설득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세상에 귀여운 캐릭터는 많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가 모두 성공하지는 못한다. 소비자의 자아 이미지를 분명하게 담아낸 캐릭터만이 특별한 존재로서 생명력을 부여받아 작게는 애니메이션 하나, 크게는 기업 전체의 성공을 이끈다.
권순호 디자이너는 카카오로부터 이모티콘 제작 의뢰를 받고 4개월간의 작업 끝에 지금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선보였다.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카카오톡 서비스를 사용하는 만큼 모든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캐릭터와 소비자 사이의 정확한 공감 포인트를 잡는 것이 핵심이었다.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고유한 스토리와 형태를 갖고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는 각기 다르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소비자 개인의 스토리를 더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했다.
[13] 가령 ‘어피치’는 자신이 유전자 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복숭아나무에서 탈출한 악동 복숭아다. 섹시한 뒷모습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사춘기를 겪고 있는 개구쟁이 캐릭터이기도 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친근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복합적인 매력을 담았다. 다양한 설정 속에서 소비자는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아내고 애정을 느낀다.
카카오IX는 2018년부터 캐릭터 강국인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자 특별한 전략을 취했다. 국내외 선호도가 모두 높은 라이언 대신 어피치를 단독으로 내세운 것이다. 일본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선호도 조사를 했더니 일본의 20대 여성들에게서 어피치의 인기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