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나탄즈(Natanz)에서 북서쪽으로 30킬로미터 외곽에 있는 이 시설은 평범한 산업 설비처럼 보인다.
하늘로 향한 대공포만이 지하 8미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란의 과학자들은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 육불화우라늄(UF6)을 원심 분리기에 넣은 다음, 음속의 두 배로 돌려서 우라늄-235(이하 235)를 분리해 내고 있다. 235는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탄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동위 원소다. ‘천연’ 우라늄에 들어 있는 235의 함량은 0.7퍼센트이지만, 원심 분리기를 거쳐 나온 결과물에서 235의 비율은 4퍼센트로 증가한다.
2015년,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 이사국, 그리고 독일이 참여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서 이란은 235 비율을 4퍼센트 이상으로 높이는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235 비율 4퍼센트 안팎의 저농축 우라늄(LEU)의 보유량을 300킬로그램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협정에서 탈퇴하고, 이전의 제재를 부활시키면서 새로운 협정을 요구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 및 교역국을 대상으로 1000여 건의 경제 제재를 발동하고 있다. 이란은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이란의 물가는 50퍼센트 치솟고, 국내 총생산(GDP)은 6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다른 나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벌이거나, 앞으로 벌일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란은 저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네 배로 늘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6월 27일 현재 나탄즈의 저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300킬로그램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수일 내로 기준치 300킬로그램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
협정에서 정한 기준치를 넘어서는 것이 즉각적인 위험의 신호는 아니다. 우선 저농축 우라늄은 아무리 많아도 그 자체로는 폭탄이 될 수 없다. 핵폭탄 제조는 235의 함량이 90퍼센트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저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작업은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일이다. 농축은 어렵지만, 희석은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협정 체결 당시만 해도 이란은 10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저농축 우라늄을 축적하고 있었고, 수많은 원심 분리기를 돌리고 있었다. 핵폭탄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양의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은 당시 겨우 두세 달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나탄즈의 비축량과 원심 분리기의 작업 상태로 볼 때, 이란의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1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저농축 우라늄 보유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사실은 이란이 이제 핵 합의 조항들을 준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 합의의 나머지 5개 당사국은 협정 준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로운 보상책이 없다면 이란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가시적인 움직임들이 있다.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은 협정에 서명한 나라들이 7월 4일까지 경제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우라늄 농축 비율을 4퍼센트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되돌릴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전보다 우려할 만한 상황이기도 하다. 농축 과정은 기하 급수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농축 비율이 일단 20퍼센트에 이르면 90퍼센트까지 올라가는 것은 금방이다.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른 방법이 동원될 수도 있다. 가동되지 않는 원심 분리기들을 창고에서 꺼내 동시 작업량을 늘릴 수도 있다. 포르도(Fordow)의 농축 시설은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폭격으로 파괴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이란의 핵 시설을 가까이에서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IAEA 조사단을 추방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는 이란의 핵폭탄 제조와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파악할 수 없다.
당분간 이란은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하기보다는 언제든 보유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이란이 신중하게 원상회복이 가능한 수준의 대응을 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반발은 잦아들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란이 처한 곤경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도 일부 형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선제적 타격론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이토록 장기간에 걸쳐서 강경하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란과의 충돌 상황을 상정한 워 게임(war games)에 참여했던 전직 펜타곤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제재 강화를 의미하는 미국의 표현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거론하면서 “그렇게 되면 이란은 상처 입고 궁지에 몰린 짐승이 되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