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POC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우주에서의 접촉 사고만은 아니다. 또 다른 벽면에 새겨져 있듯이, 이곳은 “우주 우세(Space Superiority)
[2]가 시작되는 곳”이다. 지금처럼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은 충돌 사고뿐 아니라, 위협적인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제가 인공위성 관제사로 공군에 들어온 게 27년 전이었습니다.” 미 공군 우주 사령부(AFSPC)에서 우주 공방 시스템 개발과 배치 업무를 이끌고 있는 진 아이젠허트(Jean Eisenhut) 대령의 말이다. “우리의 시스템과 인공위성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무언가가 위성에 부딪혀서 고장을 내는 겁니다. 우주 기상 환경으로 인해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외의 다른 요인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우주 전사들에게 심어 주는 사고방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과거 타이탄 로켓
[3] 개조 시설이었던 CSPOC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이런 문제를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4년 전에 우주에서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부대를 신설했다. 지난 7월 13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 역시 프랑스 공군 내에 우주 사령부의 신설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2007년 중국은 위성 요격 미사일을 실험했고, 올해 초 인도에서도 같은 실험이 있었다. 그러자 지난 4월 당시 미국의 국방장관 대행이었던 패트릭 섀너핸(Patrick Shanahan)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우주 산업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주는 이제 전투 구역입니다.”
우주 전쟁이라는 아이디어가 최근에 생긴 것은 아니다. 1944년에 독일의 V2 로켓이 우주를 통과해서 벨기에와 영국을 공격하자마자, 군부는 우주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무기의 활용 방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의 우주 궤도 군사 작전은 전쟁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아직은 지상 전쟁을 우주에서 돕는 정도에 불과하다.
인공위성은 현대전에서 세 가지 전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지상에 있는 것을 탐지해서 전략적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다. 적진의 군사력은 어떠한가? 그리고 전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미사일 열두 기가 방금 발사되었다! 정찰 위성은 통신을 엿듣고 레이더 신호를 감지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부대의 현재 위치와 정확한 폭격 지점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24기에 달하는 미국의 위성 항법 시스템(GPS) 위성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외에도 미국 위성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北斗)나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인도의 나빅(NAVIC), 일본의 QVS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등의 경쟁자들이 있다. 30년 전만 해도 매우 희귀했던 정밀 유도 폭격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세 번째는 인적이 드문 전쟁 지역에서 정보를 얻어 빠져나오는 것이다. 지난 6월 20일에 이란이 격추했던 글로벌 호크 무인 정찰기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호크 한 대가 데이터 수집 작업을 하려면 최소한 500Mbps의 위성 통신 대역폭이 필요하다. 1991년 걸프전 당시에 미군 전체가 함께 사용했던 위성 통신 대역폭의 다섯 배를 무인 정찰기 한 대가 사용하는 것이다. 펜타곤의 대역폭 사용은 매년 3분의 1가량 증가하고 있다.
우주 작전 수행 능력 분야에서 미국은 전 세계 국가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도 세 배나 더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인공위성은 좋은 목표물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인공위성 몇 개를 추락시키는 것은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군대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방향 감각에 혼란을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블런더버스[4]냐, 면도칼이냐, 광자 어뢰[5]냐
위성을 공격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상에서 미사일로 타격하는 방법일 것이다. 중국은 2007년에 이 방법으로 자국 소유 기상 위성 한 대를 날려 버렸고, 인도는 올해 3월에 비슷한 실험을 했다. 목표물이 저궤도를 돌고 있을수록 타격은 더 쉽다. 그런데 중국의 미사일들은 정지 궤도(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 주기와 같은 24시간이어서 항상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궤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실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 위성들이 주로 활용하는 이 궤도는 조기 경보 시스템에도 필수적이다.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대륙 전체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파편이다. 핵폭탄이 방사능 낙진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위성 요격 무기가 폭발하거나, 공전 속도로 돌고 있는 목표물을 맞힌다면 어마어마한 양의 잔해가 발생한다. 지구에서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위성을 요격하는 작전이 한 차례만 성공해도, 우주 공간에 거대한 파편의 띠가 만들어지고 향후 몇 세대에 걸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미사일 발사 사실을 부인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다. 위성을 보유할 정도의 국가라면 위성을 요격한 미사일이 발사된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