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중앙아시아 정부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연합과 집단 안보 조약 기구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중국이 2013년 카자흐스탄에서 발표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경제 발전 기회와 안보 보장이라고 평가하며 포용하고 있다. 육지에 둘러싸인 카자흐스탄을 통과하는 실크로드 노선을 부활하자고 처음 제안한 것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대륙의 한가운데에 있다. 바다로 가는 길도 막혀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한 사업가가 말했듯 중국은 우리의 대양이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말을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다. 2년 전 중국 원양 운수 집단은 카자흐스탄의 광대한 내륙 항만이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지역인 접경 도시 호르고스(Khorgos)의 지분 49퍼센트를 취득했다. 그 후 몇 개월 만에 이 도시의 중국 쪽 접경 지대에는 쇼핑 센터, 관람차, 고층 주택과 위구르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신장 자치구 안정화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중국의 외교 정책이 러시아를 규범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왕립 합동 군사 연구소의 라파엘로 판투치(Raffaello Pantucci)의 분석이다. 과거 20년 동안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송유관 독점을 깨뜨려 왔다. 러시아의 송유관 업체인 트랜스네프트(Transneft)는 카자흐스탄의 석유 흐름을 통제해 왔지만, 지금 카자흐스탄은 2009년 건설된 새로운 송유관을 통해 중국으로 석유를 수출한다. 판투치는 “중국은 이 지역 전체를 재편했다. 과거 모든 노선은 모스크바로 향했다. 이제 모든 길은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중앙아시아에서 문화적, 언어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언론과 정보 영역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당신이 건물주라면 세입자가 누가 되든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균형추의 변화는 키르기스스탄 도시인 오시(osh) 중심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팔을 뻗고 있는 거대한 레닌 상 근처에는 중심 광장을 장악한 새로운 랜드 마크가 있다. 시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상하이시티 호텔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서른 한 살의 아지즈벡 카라바예프(Azizbek Karabaev) 매니저는 2000년대 초반 러시아에서 일했다가 2012년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중국에서 호텔 경영을 공부했다. 상하이시티 호텔은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언어 강습도 제공한다. 카라바예프는 “이곳에선 중국어 통역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여섯 살 아들 아딜크한(Adilkhan)은 러시아어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지만 유창한 표준 중국어를 구사한다. 아딜크한은 중국어 이름도 갖고 있다. ‘왕샤오룽’. 작은 용이란 뜻이다.
* 관련 콘텐츠를 더 읽고 싶으신가요? 아래 키워드를 클릭해 보세요.
#정치 #외교 #경제 #정책 #중국 #러시아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