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의 불안한 정국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한 강경책은 일시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뿐, 장기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우산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대의 정치의 범위를 더 제한했다. 이런 시도는 급진적인 시위 세대를 낳았다. 홍콩 정치가 점점 더 “본국화”되는 움직임은 평범한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 냉소주의와 무력감을 키웠을 뿐이다. 한때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본국 연락 판공실은 이제 홍콩에서 가장 큰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애국적인 사업가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중국이 선택한 행정 장관에 힘을 실어 주고, 입법회와 구의회 선거에서 공산당이 선호하는 후보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연락 판공실은 충직한 공무원들을 다양한 직업군의 주도적인 위치에 밀어 넣고 있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도 남아 있다. 람 행정 장관의 자문위원 한 사람은 거리가 평온해진다면 홍콩 정부가 5년 전 처음 제안했던 일련의 정치 개혁안을 다시 한번 제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개혁안에는 보통 선거로 행정 장관을 선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입법회 내의 민주 세력들은 해당 개혁안을 거부했다. 사실상 당에서 승인한 후보만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개혁 법안을 지지하는 안손 찬(陳方安生) 전 정무 사장은 선거 실시 일정에 대한 동의만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람 행정 장관은 개혁 법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직면한 정통성의 위기는 결국 홍콩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선출되지 않은 전임자들도 모두 실패한 채로 임기를 마감했다.
민주 세력 일부는 성급한 시위대에게 전략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경찰서를 습격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손에 놀아나는 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머지않아 더 중요한 격전의 장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홍콩 구의회 선거다. 평소였다면 선거의 쟁점은 쓰레기 수거나 버스 노선이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정치적 가치에 대한 일종의 국민 투표가 될 것이다. 변호사이자 칼럼니스트인 케빈 얌(任建峰)은 만약 민주 세력이 거리에서 돌아와 선거 캠프를 꾸리지 않는다면 기득권 옹호 세력이 선거를 휩쓸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득권 세력은 주로 홍콩 외곽의 신제(新界) 지역에 지지 기반을 갖추고, 중앙 연락 사무소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얌 변호사는 만약 그들이 이기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당신들이 아닌 우리가 침묵하는 다수다.”
폭력이 지속된다면 평화적인 주장과 반론의 장은 완전히 차단될 것이다. 최선의 경우라고 해도, 홍콩의 사회 구조는 오랫동안 분열될 것이고, 경제는 끊임없이 쇠퇴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무장한 폭동 진압 차량들이 홍콩의 주둔군 영내를 빠져나올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오랜 기간 꿈꿔 왔던 홍콩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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