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혼돈이 어떻게 수습되느냐는 홍콩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의 이사회는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 홍콩에는 애초부터 약점이 있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은 이미 지역 본부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의 임원은 회사가 자금을 홍콩 외부로 이전하고 있으며, 홍콩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의 시위를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평판 리스크와는 별개로, 홍콩의 경제적인 중요성과 자국 거대 기업들의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의 정국이 공산당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중국이 예상하는 한 가지 가능성은 미국이 홍콩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역, IT 기술,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두고 이미 중국과 엄청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홍콩 사태에 점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시위를 “폭동”이라고 부르며 베이징과 유사한 발언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강경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이번 시위가 홍콩의 자치권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료는 공산당의 강경한 대응에 대해 “홍콩에는 비극이 될 것이고, 중국에는 악재가 될 것이며, 자유 세계와의 단절을 시도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이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암흑기로 회귀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료는 홍콩의 현 상황을 “냉전 시기의 서베를린”에 비유한다. “일국양제”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인 것은, 훗날엔 과거가 되겠지[2]
중국은 미국이 1992년에 제정한 미국-홍콩 정책법(US-Hong Kong Policy Act)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법은 홍콩을 법적, 경제적으로 중국과 별개의 지위에서 개방 경제하의 모든 권리를 갖춘 독립체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군대가 개입하면 미 행정부는 홍콩이 법률을 위반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전략이다.
한편,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을 필두로 한 미국 상원은 홍콩의 수출 관리 시스템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규제안을 논의하고 있다. 상원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체포 이력으로 인해 거부당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중국 기업들은 피해 갈 수 없는 규제안을 구상하고 있다.
중국 군대가 개입하더라도, 탱크와 기관총을 앞세운 방식은 아닐 수 있다. 군대의 파견은 홍콩 식민지 시대 이후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법과 중국의 법률인 주둔군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이 법률들에 따르면 홍콩은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 정부에 인민 해방군 주둔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홍콩의 경찰을 지원하는 제한된 규모의 병력만 파견할 수 있다. 1989년 천안문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폭력 행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의 인민 해방군은 당시보다 더 잘 훈련되어 있다. 홍콩 주둔군은 홍콩 경찰과 유사한 군중 통제 기술을 오래전부터 교육해 왔다. 하지만 람 행정 장관의 한 자문 위원은 그런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홍콩 정부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말한다. 인민 해방군의 투입은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이다. “자기 집 단속도 하지 못하는” 홍콩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람 행정부는 대중의 호응이 줄면 시위의 열기도 식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시위 초기에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행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더 많은 홍콩 시민들이 높아지는 폭력 수위를 우려하고 있다. 시위와 안전 문제는 홍콩 시민들의 일상 대화에서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있다. 시위에 나가더라도 돈이 떨어지고 배가 고프면 집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서다. 많은 이들이 9월 초에 시작되는 새 학기를 기다리며, 시위대의 젊은이들이 학업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만 홍콩 정부에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과거 정부의 충실한 지지자였던 집단도 생각을 바꾸고 있다. 이번 주, 홍콩의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총파업 참가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의 폭력적 양상에 대해서는 금융 중심지 홍콩의 입지를 위협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홍콩 최대 경제 단체인 홍콩 총상회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시위대의 요구를 지지했다. 홍콩 재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대담한 조처였다. 일부 단체와 민간 기업들은 중국 본토의 분노한 네티즌들의 타깃이 될 위험을 무릅쓰고, (소속 직원들도 포함되어 있는) 시위대의 평화적인 염원을 조용히 지지하고 있다.
홍콩 재계의 다수와 공산당을 지지하는 재계 인사 일부는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 법안이 중국과의 사업에서 불확실성 리스크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의 경제가 급속도로 중국에 통합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젊은 시위대의 불만에 동조하는 시각이다. 청년 세대의 불만에 공감하는 정치인들은 공공 주택 사업 등 청년을 위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위라는 민주 시민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8월은 치열하고도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베이징은 어떠한 직접적 개입 가능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중국 정부는 람 행정 장관이라는 불안한 권력의 뒤에 숨어서 경찰과 사법 당국에 엄정한 태도를 주문하고, 분리주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8월 7일에는 중국 정치 기구인 전국 인민 대표 대회와 중국 인민 정치 협상 회의의 홍콩 대표들이 선전으로 소환되어 중앙의 메시지를 직접 들어야 했다.
시진핑 주석에게는 더 엄격한 통제와 강력한 메시지로 홍콩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 그는 오는 10월 1일 공산당 집권 70주년을 맞아 중국 전역의 국경절 기념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시진핑이 주장하는 “새로운” 중국의 탄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다. 기념식을 순탄하게 치르기 위해 중국 전역의 경비를 강화하고, 반대 의견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