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프리드랜드, 왕촨푸와 더불어 우리가 선별한 다른 인물들도 환경 거물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그들이 떠올린 아이디어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장유에(张跃)는 폐열을 재활용해 작동하는 냉각 장치 제조 기업 브로드그룹(Broad Group)을 경영하고 있다. 브라질의 루벤스 오메토(Rubens Ometto)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에너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에탄올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회사인 코산(Cosan)은 설탕을 생산하는데, 영국과 네덜란드의 거대 에너지 기업 로열 더치 쉘(Royal Dutch Shell)과의 합작 기업을 통해 사탕수수 에탄올을 만들어 낸다. 독일에는 알로이스 보벤(Aloys Wobben)이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처음으로 풍력 발전 터빈을 만들었다. 이후 선구적인 가변속 터빈 모델을 만들면서, 그가 1984년에 설립한 기업 에네르콘(Enercon)을 풍력 터빈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사로 키워 냈다.
허세가 아닙니다
두 번째 거물 그룹은 다른 분야에서 벌어들인 돈을 고귀한 기후 프로젝트에 쏟아부어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석유 산업에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필립 앤슈츠(Philip Anschutz)를 보자. (잡지 《뉴요커》는 앤슈츠를 “LA를 소유한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고전압 전력망 프로젝트인 트랜스웨스트 익스프레스(TransWest Express)를 지원하는 데 30억 달러(3조 5856억 원)를 썼다. 트랜스웨스트 익스프레스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역인 와이오밍에서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로 3기가와트(GW)의 풍력에너지(역시 그가 별도로 후원하고 있다.)를 송전하는 프로젝트로, 2020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다음은 빌 조이(Bill Joy)다. 그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의 공동 설립자다. 자신감에 찬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선구자답게, 그는 기후 분야에 대한 자신의 투자로 연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에 그는 버거용 식물성 대체 육류 제조사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에 투자했다. 육류 생산으로 인한 온실 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월 상장 이후 여섯 배나 뛰었다. 빌 조이는 전체의 6퍼센트에 달하는 온실 가스를 내뿜고 있는 시멘트 제조업을 일소하기 위해 솔리디아 테크놀로지스(Solidia Technologies)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시멘트 산업에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70퍼센트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시멘트 부문 거대 기업인 라파지홀심(LafargeHolcim)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돕고 있다.
육류와 시멘트 너머
빌 조이는 대체 육류와 시멘트 산업 혁신처럼 당장 확장시킬 수 있는 사업 외에도 아이오닉 머터리얼스(Ionic Materials) 같은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들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분자 고체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 (테크 업계의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이 기술을 “기적의 배터리(Jesus Battery)”라고 불렀다.) 급진적인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빌 게이츠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그는 이번 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투자자들에게 화석 연료 기반 기업의 주식들을 내던져 버리고 파괴적인 기술에 돈과 에너지를 투자하라고 촉구하라.”
빌 게이츠는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1050억 달러(125조 5484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자산 중 일부를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이름 그대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바꾸는 일을 한다. 연료가 되는 탄소를 대기 중에서 수집하기 때문에, 연소 이후에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총량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빌 게이츠가 공동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는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2016년에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라는 펀드를 출범시켰다. 연간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10억 달러(1조 1955억 원) 규모의 “인내심을 갖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기금으로, 현재의 전 세계 탄소 배출 총량에서 6억 톤(1퍼센트 정도) 이상을 줄일 잠재력이 있는 사업만 지원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제철 기술을 개발하는 보스턴 메탈(Boston Metal), 핵융합 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 등이 이 기금의 투자를 받고 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에 참여하는 빌 게이츠의 동료 부호들로는 마이클 블룸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알리바바의 마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그리고 인도의 재벌인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Mukesh Ambani)가 있다.
마지막 부류의 거물들은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이들이다. 700억 달러(83조 5800억 원) 상당의 투자 펀드인 GMO 창업자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m)은 10억 달러(1조 1940억 원)에 달하는 자산 대부분을 기후 관련 정치와 연구 분야에 제공하고 있다. 그는 이런 활동은 결코 자선 사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이건 합리적인 방어 차원의 투자입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비욘드 카본(Beyond Carbon)에 5억 달러(5790억 원)를 투자했다. 미국의 각 주와 지역 단위에서 환경 분야의 로비스트와 정치인들을 후원해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는 프로젝트다.
우리가 선정한 마지막 인물은 재력을 갖춘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역대 교황들 가운데 가장 환경친화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은행이 보유한 30억 달러(3조 5820억 원) 가치의 자산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티칸의 자산보다 더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 설득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그는 석유 대기업 BP, 엑손모빌, 쉘, 토탈의 대표들을 불러 모아서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탄소 가격제를 지지할 것과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업계에 전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우리가 선정한 인물들의 리스트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배부른 자본가들도 환경친화적인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탄소와 함께 성장해 온 GM 같은 기업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차량 제조 능력을 갖춘 GM이라면 전기차 대중화라는 과제를 테슬라보다 훨씬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 굴착 장비 제조사인 맥더모트(McDermott)의 자회사는 NET파워라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NET파워는 증기를 사용해 터빈을 돌리는 일반적인 발전소들과는 달리, 순산소 연소 방식으로 천연 가스를 태우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터빈을 돌리는 (초과 탄소 배출이 없는) 발전 설비를 만들고 있다.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의 대부분은 세금 감면, 보조금, 또는 높은 탄소 가격에 대한 기대감에 계속해서 의존하고 있다. 상당수는 시장에서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성공할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이들을 포함한 기후 자본가들의 힘으로 일어나는 창조적인 파괴가 없다면, 우리의 행성을 지키는 일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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