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체계와 경찰력 등을 유지하면서 사적 소유권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유일한 기능이라면, 세율은 매우 낮을 수 있다. 그리고 최상위층에 추가적인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일종의 강탈로 보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소득이 생기면 소유권이 발생하고, 완전한 민간 시장 경제에서 국가는 사후에 개입할 뿐이므로 소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 서적들은 이런 방식으로 국가를 시장에 부속된 것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세계에서 모든 경제 활동은 정부의 영향을 받는다. 시장 역시 필연적으로 정부에 의해 정의되고 기틀이 잡힌다. 정부가 생겨나기 전에 소득이 발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어느 정도 교육 수준의 영향을 받는다. 출생 환경이나 건강도 각자가 누리는 의료 서비스의 영향을 받는다. 민간 의료 서비스도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교육 체계, 약품과 의료 기술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다른 모든 재화 및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운송 네트워크와 통신 시스템, 에너지 공급 체계, 지적 재산권 같은 문제들을 다루는 광범위한 법적 합의, 주식 등의 공식적인 거래 시장, 국가 간의 사법권 관할 체계 등 사회 경제 인프라에 의존한다. 로이드 웨버 경의 재산도 그가 작곡한 음악들의 저작권 기한을 정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이 성취한 일에서 사회적 조건이나 정부의 역할을 떼어 놓고 ‘나만의 것’을 분리해 낼 수 없는 것이다.
세금을 강탈로 보는 시각은 개인이 성공이 화려한 고립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지난 세대, 현재의 동료와 정부의 기여를 무시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의 결과다. 정부의 역할을 평가 절하하게 되면, 자신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쓸데없이 정부에 돈을 내고 있으며, 이는 괜찮은 거래가 아니라는 믿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최소한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정부가 적은 세금을 징수하는 사회에서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의견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로 부자들이 세금이 낮은 국가로 국적을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들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버핏이 훨씬 더 분명하게 답변하고 있다. “배 속에 현재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때 램프의 요정 지니가 와서 쌍둥이들에게 이렇게 물어요. ‘너희들 중 한 명은 미국에서 태어나게 될 거고, 다른 한 명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게 될 거야. 만약에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게 된다면, 세금을 내지 않을 거야. 만약에 미국에서 태어나고 싶다면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너는 몇 퍼센트까지 부를 수 있어?’ 여기에서 설마 ‘나는 혼자 다 이뤄 냈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방글라데시보다는 미국에서 태어나기 위해 돈을 더 내려고 할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부유한 나라에서 마주하는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시장의 힘보다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의해 발생했다. 정책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불평등을 통제하기를 원해야 한다.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정부 정책과 사회 전반의 핵심 목표로 만들어야만 한다.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가장 견고하고 기만적이며 사그라들지 않는 논리는 경제가 아니라 윤리다. 위대한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멋지게 요약해서 말했다. “윤리학의 가장 오래된 과제는 이기심을 도덕적인 것으로 훌륭하게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언제나 여러 가지 내적 모순과 불합리함을 갖고 있다. 눈에 띄게 부자가 된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궁핍함이 주는 인격 형성의 가치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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