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만큼 기술자들을 매혹하는 아이디어는 흔치 않다.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이 발전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빨아들인 자동차는 스스로 운전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자율주행을 하면 할수록, 자동차들은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주행 성능은 개선될 것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터치 한 번으로 부를 수 있는 로보택시(Robotaxis·로봇과 택시의 합성어로 자율주행 자동차에 택시 서비스가 결합된 것)는 자동차의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전자 기기의 속도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의 반사 신경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자동차와 기술 업계 리더들은 “무사고”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우리 눈앞에 와 있다. 2015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17년까지 테슬라의 자동차들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물론 머스크는 스스로 제시한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비슷한 공약을 내건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2018년 제너럴모터스는 2019년에 핸들이나 페달을 장착하지 않은 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지난 6월, 그 계획은 수정됐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회사이자 자율주행 업계 선두주자로 알려진 웨이모(Waymo)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범 운영하고 있었던 미국 피닉스에서 2018년 말까지 기사 없는 택시를 출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피닉스의 일부 지역에서, 승인을 받은 이용자들만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을 뿐이다. 햇빛으로 물든 널따란 도로를 갖춘 피닉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운전하기 쉬운 곳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모는 만일의 사태를 고려해 자동차 운전석에 인명 사고 대비용 운전자를 앉혔다.
포드의 최고경영자 짐 해켓(Jim Hackett)은 업계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 핵심 인물로 꼽히는 크리스 엄슨(Chris Urmson)은 그의 어린 아들이 운전 면허증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바랐다.(그는 2016년 회사를 떠났다.) 엄슨은 이제 자율주행 자동차가 향후 30~50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은 차선 유지나 자율 주차와 같은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점진적인 개선 쪽으로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발생한 수차례의 사망 사고는 무사고 시대가 다가왔다는 생각을 짓밟았다. 주식 시장도 현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19년 9월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기술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웨이모의 기업 가치를 앞선 평가액보다 40퍼센트 낮은 1050억 달러(약 124조 4775억 원)로 평가했다.
바꿔 말하면, 자율주행이라는 미래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한편으로 이런 현상은 이름만 거창한 약속을 선호하는 기술 기업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AI의 힘을 보여 주는 주력 기술이기도 하다. 기술 기업들의 힘겨운 싸움은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이 기술의 한계와 관련한 귀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다
첫 번째 교훈은 머신러닝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기계들은 여전히 잘 배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수십 시간 정도만 투입하면 운전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운전을 배우기 위해 1000만 마일(1600만 킬로미터)을 운행해야 했는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았다. 인간은 피닉스처럼 운전하기 쉬운 지역에서 배웠다고 해도 한번 운전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나면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정체가 심각한 방콕이나 그리스 시골의 자갈길에서도 운전 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을 빠르게 배운다. 컴퓨터는 그보다는 덜 유연하다. AI 연구자들은 인간의 재빠른 학습 능력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찾아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 왔다. 현재까지,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또 다른 교훈은 머신러닝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데이터만으로 배운다는 것은 그들이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다. 인간은 새로운 상황을 접할 때 일반 상식을 활용하거나, 즉각적인 추론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지난 8월, 차량이 오가고 있었던 워싱턴 주의 도로에 불시착한 경비행기도 하나의 예다. (인간의 인지 유연성 덕분에 사상자는 없었다.)
[1]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자들은 이런 흔치 않은 상황을 ‘에지 케이스(edge case)’라고 부른다. 경비행기 사례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항상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일으킨 인명 사고 가운데 최소 몇 가지는 에지 케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중국의 기업들을 비롯한 일부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보다 제한적인 기능을 갖춘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할 수 있도록 도시 전체를 재설계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하고 있다.(
2화 참조)
가장 일반적인 관점은 대부분의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AI라 불리는 기술이 강력하지만 제한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최근 머신러닝 부문의 발전 양상은 변화무쌍하다. 동시에 자연스럽고 보편적이며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창조한다는 궁극적인 목표의 실현은 여전히 요원하다. 우리는 AI가 전지전능할 것이라는 과장과 AI 기술에 대해 느끼는 자연스러운 흥미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은 그러한 미래가 당장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을 위해서든, 관심거리로든 AI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러한 경계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