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당국자들은 자율주행 친화적인 기준과 규제를 장려한다. 중국은 “국가 시범 도로”를 도시 구조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을 수 있다. 서방 국가라면 정부 관계자들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제기되는 불만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필요한 지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캘리포니아 회사 딥맵(DeepMap)의 아메르 악타르(Amer Akhtar)는 중국과 같은 일당 독재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한 가지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정부를 갖게 되는 겁니다.”
물론 중국의 자율주행 업계가 처한 상황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나머지 중국의 기술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미중 무역전쟁에 얽혀 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중국 화웨이의 공급 계약을 금지했다.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중국 당국의 도청에 쓰이고 있다는 이유였다. 10월 7일에는 또 다른 8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추가됐다. 여기에는 컴퓨터 비전(비디오 카메라로 포착한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일)과 같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필용한 작업을 하는 기업들도 포함됐다.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특히 자율주행 기업들에게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이 현대적 운송 수단을 작동시킬 수 있는 전기 장치의 대부분을 해외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총 3120억 달러(370조 1568억 원) 규모의 집적 회로를 수입했는데, 이는 중국이 수입한 자동차 부품 가치의 10배 규모다. 자율주행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중국 기업가들은 다수의 전도유망한 스타트업들을 인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미국법을 따르는 실리콘밸리에 있다. 중국 내에서 더 많은 최첨단 기계들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은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중국의 자율주행 개발사들이 서구의 경쟁사들이 맞닥뜨렸던 가장 큰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구의 기업들처럼 포니.AI, 위라이드, 그리고 또 다른 중국의 기업들 역시 계속 돈을 잃고 있다. 이런 경향은 빠른 시일 내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소유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원하는 운전자들의 희망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인건비가 들어가는 인간 운전자를 제거한다는 전제로 미래 수익성을 담보해 왔던 공유 자동차 사업 모델은 불안해 보인다. 투자자들은 우버(Uber)와 같이 손실을 발생시키는 기업에 대한 인내심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 우버의 시가 총액은 지난 5월 상장 이후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여전히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서 사람보다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최고경영자가 “만약 운전자는 넘쳐나는데 도로 위 공간은 좁다면, 당신이 첫 번째로 풀어야 할 문제는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를 빼내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식은 더 넓은 범위의 개발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공공 기반 시설과 정부의 감독에 무게를 두고, 최첨단 기술과 시민의 자유는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언젠가 중국은 자율주행으로 가는 서구의 통로를 잠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자율주행 기업들이 스스로의 기술만으로 자동차의 네 바퀴를 굴릴 수 있게 되거나, 그것으로 돈을 벌게 되는 미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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