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를 탈출한 이들은 패퇴한 IS 잔당들에게 새로운 병력이 되어 줄 것이다. 아사드 대통령의 귀환이 집결 신호가 될 수 있다. IS는 자신들이 만만치 않은 적수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북부와 서부에서 작은 규모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IS 세력의 일부도 부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되살아날 것이다. IS는 이전에도 ‘패배’했었지만, 여전히 통제 불능의 지역들에서 성난 주민과 힘을 합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014년 IS가 이라크 전역에 가한 대대적인 공세는 수용소를 탈출한 다수의 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불신의 미국
만일 IS가 다시 일어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을 비난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럼프를 비난할 것이다. 중동의 미국 동맹국은 이란과 핵 협정을 맺고,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거부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꼈었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잘 맞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은 2017년 6월 리야드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하고 화려한 연회를 열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Binyamin Netanyahu)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메시아급으로 칭송했다.
10월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에는 2년 전 트럼프를 예우했던 멋진 세리머니나 칼을 찬 의장대는 없었다. 하지만 푸틴의 방문 자체와 “석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그 어떠한 시도도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는 약속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의 여정은 아부다비로 이어졌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입장 차가 있었다. (아랍 국가들이 아사드 대통령과 조용히 화해를 하면서 그 차이는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걸프 지역의 지도자들은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파트너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드러내는 호전성과는 달리, 미국이 이란의 적극적인 행보를 거의 막아 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말처럼 실제로 이란은 주요 석유 관련 시설들을 공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다른 나라들과 복잡한 관계로 얽히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10월 11일에 1800명의 미군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한 것이다. 그럼에도 걸프 국가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미국의 동맹국이 신속하게 버려지는 상황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터키의 공격을 비난하고 “쿠르드족에 대한 인종 청소”를 경고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관료들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시리아 남동부 지역에 남아 있는 미군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헤즈볼라 세력과 이란의 상시적인 보급로 구축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의 부대마저 떠난다면, 이스라엘은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미국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자, 워싱턴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의회의 공화당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이 예의와 이성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 워싱턴의 암묵적인 규칙이지만, 외교 정책은 종종 예외가 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는 매파이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점잖게 말해 온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을 질책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방송 이후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이 결정이 가장 심각한 수준의 국가 안보 재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당의 의원들은 미국이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전쟁을 치러 왔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용맹한 동맹을 버리고 IS의 재편성을 내버려 두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10월 16일 미국 하원은 찬성 354, 반대 60으로 트럼프 대통령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찬성표 가운데에는 공화당 의원 129명도 있었다.
하원의 결의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전략적으로 훌륭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백악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제공한 기회를 유혈 사태로 이용하게 된다면 터키의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터프가이가 되지 마라, 바보가 되지 마라!” 이 말이 진심이었다고 해도, 침공이 일어난 당일에 보낸 것이니 조금은 늦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위해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을 터키로 급파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쿠르드족의 운명에 대한 무관심을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에서 부통령의 운신의 폭은 좁았다. 10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Chris Van Hollen) 메릴랜드주 상원의원은 더 강력한 제재안을 만들었다.
이 위기는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터키의 경제에 또 다른 위협을 가했다. 10월 16일에 뉴욕 검찰이 터키 최대의 국영 대출 기관인 할크방크(Halkbank)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했는데, 터키의 “고위급” 관료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우회하는 책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요청으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여러 측면에서 방해하려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베이 자산 운용의 애널리스트 티모시 애시(Timothy Ash)는 검찰의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시리아 문제와 탄핵이 댐을 무너뜨려 버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이 뉴스는 곧바로 터키의 은행 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터키의 은행 업종 주가 지수는 4퍼센트 떨어졌고, 할크방크의 주가는 7.2퍼센트 하락했다. 터키 정부는 할크방크를 포함한 다른 여섯 개 은행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터키의 나토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물론 터무니없는 제안이다. 북대서양조약(North Atlantic Treaty)에는 자격 정지나 제명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터키는 나토에 중요한 나라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제대로 훈련한 터키의 군대가 나토 동맹이라는 얼개에 깊이 엮여 있다. 나토의 지상군 사령부가 위치한 곳은 터키의 이즈미르(Izmir)다. 유사시에 수만 명의 병력을 지휘할 수 있는 나토의 “고도로 준비된 본부” 아홉 곳 중 하나가 이스탄불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터키 해군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점령하면서 중요 지역이 된 흑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나토군 가운데 터키의 병력은 거의 600명에 달한다. 터키의 영토에 설치된 레이더는 이란과 유럽 사이의 하늘을 정찰하면서 미사일을 탐지하고 있다. 그리고 터키는 나토 핵 공유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의 B61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터키와 나토 회원국들의 관계는 지난 몇 년간 점점 틀어지고 있다. 미국이 YPG를 끌어들인 것이 하나의 요인이었다. 2016년에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 이후, 에르도안 정부가 수천 명의 터키 장교들을 해임한 것도 관계를 악화시켰다. 네덜란드의 싱크탱크인 클링겐다엘(Clingendael) 연구소의 보고서는 이를 “터키 군대의 극단적인 비(非)나토화”라고 언급했다. 터키가 러시아의 S400 대공 방어 시스템을 구입하면서 문제는 더 악화됐다.
유럽연합(EU)이 10월 14일에 실시하기로 한 무기 금수 조치는 터키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터키가 수입하는 무기의 약 3분의 1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압력에 밀린 터키가 어쩔 수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면, 그 협상은 러시아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최종 합의의 일환으로 만족스럽게 무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나토의 동맹으로 남아 있는 동안, 터키는 상호 공동 운용이 가능한 방어 무기의 사용을 줄이고, 나토와 공유하는 목표의 범위도 축소할 수 있다.
터키가 시리아 난민에 대한 입장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 시리아 영토 침범을 정당화하는 터키의 논리 중 하나는 자국 내 시리아 난민들이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필요하다면, 터키는 난민들을 돌려보낼 수도 있다. 시리아로 보내는 것이 어렵다면 유럽 영토로 내보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의 접경 지역인 터키의 악칼레(Akcakale) 마을에 사는 건설 노동자 아흐메트 토레멘(Ahmet Toremen)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창틀은 부서졌고, 매트리스는 불타 있었고, 바닥은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 마을은 시리아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터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2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이들의 죽음은 시리아 침공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계기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언론에 의지하고 있다. 터키 언론은 터키가 시리아의 쿠르드족 자치 구역을 침공한 10월 9일 이후에 이런 공격이 벌어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고, 시리아에서도 민간인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시리아 인권 관측소(Syrian Observatory on Human Rights)는 10월 16일 터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를 71명으로 집계했다. 그중에는 인도주의 목적의 수송 차량에 대한 공습으로 사망한 15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토레멘의 가족은 포탄이 거실 구석으로 떨어졌을 때, 옆집에 있었다. 공격당한 집은 시리아의 한 가족에게 빌려주고 있었다. 시리아 가족 중 여성 한 명은 실명했고, 다른 한 사람은 부상을 당했다. 아기는 죽었다. 토레멘은 말한다. “이 사람들은 전쟁을 피해서 여기로 왔어요. 그리고 전쟁은 그들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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