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는 자신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대기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저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고자 하는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한 케이블 뉴스가 워런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기업 임원진들의 입장을 보도하자, 그녀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저 엘리자베스 워런은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바입니다.”
하버드대학교 교수 출신의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워런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에게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이후로 본 적 없는 야심 찬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근본적 수정이라는 메뉴다. 워런의 새로운 접근은 먹혀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10월 23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워런은 조 바이든(Joe Biden)을 근소한 차로 추격하고 있다. 워런의 지지율은 24퍼센트, 전직 부통령 바이든의 지지율은 25퍼센트였다.(표1 참조) 베팅 업계는 워런의 후보 지명 가능성을 50퍼센트로 점치면서 확실한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워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어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다.
워런은 경선에서 버몬트주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거의 같은 유권자층을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이념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샌더스는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는 계급 투쟁을 말하며 노동자들이 대기업 지분의 20퍼센트를 소유하기를 원한다. 그의 주장은 전통적 좌파와 유사하며, 뉴욕주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와 같은 신좌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워런은 스스로를 “뼛속까지 자본주의자”라고 말한다. 지난해 워런이 한 말은 샌더스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시장(market)이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시장은 우리를 부유하게 만들어 주고, 기회를 창출해 낸다.”
시장에 대한 그녀의 찬사에는 중요한 조건이 붙어 있다. “다만 오직 공정한 시장, 규칙이 존재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워런은 현재 미국의 시장에서 작동되는 규칙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시장의 자금이 정치 자본으로 유입되면서 부패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탄소 배출에 비용이 부과되지 않고, 거대 테크 기업들은 더욱 막강한 힘을 축적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 분야는 독과점 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다. 시장의 실패, 혹은 워런의 관점에서는 시장의 파괴 행위라고 할 만한 문제들이 경쟁을 저해하고, 소득 불평등을 확대하고, 수백만의 근로자 가정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주장들이 민주당 경선 유권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건강한 자본주의는 건강한 경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미국 산업의 3분의 2에서 시장 집중도가 상승했다. 경쟁은 고객을 두고 싸워야 하는 기업들의 이윤을 제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기업의 이윤은 급증했다.
2016년 미국의 상위 1퍼센트 소득 계층의 실질 소득은 1979년에 비해 225퍼센트 상승했다.(표2 참조) 같은 기간, 중산층의 소득은 41퍼센트 증가했다. 최근 미국의 고용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노동자들은 지난 몇 년간보다는 더 나은 협상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증가한 협상력이 최상위 1퍼센트와 나머지, 대학 졸업자와 저숙련 노동자 사이의 장기적인 불평등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많은 사람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좋은 의료 서비스, 그리고 괜찮은 주거 환경을 감당할 수 없다. 미국은 그 어떤 부유한 나라들과 견주어도 불평등 수준이 높고, 기대 수명이 낮은 곳 중 하나다.
불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워런은 협공 작전을 제안한다. 첫 번째 작전은 예일대학교 교수인 제이콥 해커(Jacob Hacker)가 창안한 개념인 “사전 분배(predistribution)”다. 근로자 가정의 세전 소득이 증가할 방법을 찾고,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제적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불평등의 원인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대 기업들을 분할하거나 규제하고, 노동자들에게는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재분배(redistribution)라는 전통적 방식을 통해 세금과 지출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할 것이다. 워런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감면 정책을 뒤집는 일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이들의 세금은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인상률보다 더 급격한 추세로 오를 것이다.
기업들은 1억 달러(1170억 1000만 원)를 초과하는 모든 이윤에 대해서는 7퍼센트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현행법에 따른 과세 이익이 아니라 각 기업들의 회계 보고서에 명시된 이윤을 대상으로 과세가 이루어질 것이다. 두 수치는 종종 커다란 차이를 보이곤 한다. 의회에 로비를 해서 얻는 세금 면제 혜택은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 다수가 적은 세금을 내는 이유다. 최상위 소득 계층도 더 무거워진 소득세 통지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워런은 사회 보장 제도(공적 연금)가 2035년경 적자 상태에 빠지게 되는 원인으로 “부자들의 불충분한 기여”를 지목하면서, 최상위 2퍼센트 가정에 거의 15퍼센트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부자들의 이익
그리고 부유세가 있다. 워런은 슈퍼리치들을 대상으로 5000만 달러(585억 원) 이상의 순자산에 대해서 연간 2퍼센트, 10억 달러(1조 1700억 원) 이상의 자산에 대해서는 3퍼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부유세를 내지 않으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실 부유층이 무엇을 토해 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일은 상당히 복잡하다. 1990년 당시 12개국에서 시행되었던 부유세 제도가 현재 3개국으로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엘리트들에게 워런의 집권은 기업 내부의 변화에 대한 압박뿐 아니라 개인적인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들의 반감이 더 강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워런의 정책 가운데 장년층에 대한 사회 보장 제도, 무료 공립 대학, 아동에 대한 보편적 의료 서비스 등 수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은 수많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Mark Zandi)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계획 중 일부는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워런의 선거 캠프는 구체적인 수치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잔디가 분석한 리포트에 따르면 무료 공립 대학이나 학자금 부채 탕감 정책은 긍정적인 효과가 적다. (워런 진영은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잔디는 “대체적으로 보면, 워런은 제안한 정책의 재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건강 보험 공공화) 정책이다. 잔디는 “이 모든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확실히 모르겠다”며 “워런은 나에게 예산을 산정해 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디케어 포 올은 국영화된 의료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샌더스가 제안했고 워런이 지지하는 정책이다. 이 계획은 워런이 그리고 있는 변화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표3 참조) 이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시장 규모가 5300억 달러(620조 4710억 원)에 달하는 민간 건강 보험 업계가 사라질 것이다. 워런의 경쟁자들은 3조 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워런은 아직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한 가지 발표를 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사모펀드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워런이 상원에 제출한 “월스트리트 약탈 행위 방지법”은 사모펀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자본 소득과 투자 소득에 대해 23.8퍼센트의 세금만을 내고 있다. 워런의 계획에 따르면 소득세는 37퍼센트로 인상될 것이다. 하지만 워런이 원하는 것은 소득의 재분배만이 아니다. 워런의 사전 분배 정책은 집중된 자본의 권력을 약화하겠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법안이 규정한 “연대 책임”에 관한 조항들이 사실상 사업을 접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고 투자하는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인수한 기업의 부채와 연금 비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면, 상장 기업들은 지지 않아도 되는 부담을 안게 되면서 겁을 먹은 기관 투자자들이 이탈할 것이다. 이 법안으로 소유권에 영향을 받게 되는 기업은 80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증시 상장 기업 수의 두 배가 넘는다.
분할되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워런은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은행의 예탁 업무를 리스크가 높은 투자 활동과 분리하는 법안이다. 연방 규제 당국은 거대 기업들의 영향력을 키우는 잠재적인 경쟁사 인수를 허용하고 있다. 워런은 그러한 인수 합병을 막을 것이다. 거대 생명 과학 기업 바이엘(Bayer)은 2018년에 인수한 종자 화학 기업 몬산토(Monsanto)를 매각해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할해야 할 것이다.(2화 참조) 글로벌 매출이 250억 달러(29조 2750억 원) 이상인 온라인 마켓들은 “플랫폼 공공재”로서 규제를 받게 되고,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플랫폼 제공이 금지된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 부문을 매각해야 하고, 아마존은 아마존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워런은 또 기업들이 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이사회의 40퍼센트를 노동자 대표에게 할당해야 한다. 매출 10억 달러(1조 1683억 원) 이상 모든 기업은 임원들이 주주뿐 아니라 자사의 노동자, 공급 업체, 주변 이웃과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연방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기업이 하는 일뿐 아니라 하지 않는 일도 고려 대상이 된다. 각 주 검찰총장은 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기업에 대한 인가 취소를 상무부에 청원할 수 있다.
워런은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8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존슨앤드존슨의 알렉스 고르스키(Alex Gorsky),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을 비롯한 200명에 가까운 기업 대표들은 “우리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 모두를 위한 근본적인 책임”을 약속했다. 소프트웨어 거대 기업인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기업들이 주주뿐 아니라 관련 당사자들에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워런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워런은 이런 약속을 국가가 감시하는 제도로 만들기를 원한다.
워런의 많은 계획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낼 것인지는 의문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있을 것이다. 거대 투자 은행은 예탁 부문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긴급 구제를 요구하면서 신용 시장에 개입할지도 모른다. 임원의 직위에 오른 노동자들은 보다 많은 급여를 받게 될 테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시카고대학교의 루이지 징갈레스(Luigi Zingales)는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미국 밖에서 일하는 직원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국 노동자들이 해외의 노동자들보다 더 큰 발언권을 갖게 되는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 인수가 어려워지면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능력은 한계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징갈레스 교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방 정부가 기업에 대한 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징갈레스는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고 상상해 보세요.”
사전 분배와 관련한 모든 어젠다에 자본가들의 권력을 누그러뜨리려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다른 후보자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워런 역시 유급 육아 휴가 도입, 5년 내 연방 전체 최저임금 15달러 실현, 노조 활동을 촉진하는 교육과 개혁 조치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 등을 주장하고 있다. 워런도 강제 조정과 경쟁 업체 취업 금지 조항을 없애 노동자들이 고용주에 맞서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에 보다 많은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긱 이코노미” 기업들은 노동자를 급여 근로자로 대우해야 할 것이다.
거래의 장
워런은 비즈니스의 규칙만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은 산업 정책과 보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경제개발부(Department of Economic Development)라는 최고 부서가 신설되어서 미국식 일자리의 창출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세금을 투입하는 연구 개발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워런의 이러한 정책들은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워런은 다른 나라들의 환율 조작에 대응해 정부가 “수출과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달러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워런은 소비자, 각 지역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신설해 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무역 협정의 발효를 지연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어떠한 무역 협정이든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우려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제안은 더 이상의 무역 협정은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워런식 자본주의의 핵심을 둘러싸고 긴장감이 조성될 것이다. 그녀의 국내 정책들 다수는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된다. 반경쟁적인 인수 협상을 막는 것은 페이스북에게는 골칫거리가 되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대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산업과 무역 정책을 들여다보면, 경쟁력에 대한 애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인 보호주의자가 되어 있는 워런이 보인다.
청정 에너지를 예로 들어 보자. 워런은 환경 정책을 미국의 제조업에 우호적인, 제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셰일가스 추출을 금지하고 싶어 한다. 셰일가스는 미국을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저렴한 천연가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책은 민주당의 지지 기반에서는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은 많은 비용과 낮은 효율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화석 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어보라.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과 저렴한 가스 발전을 중단하는 일일 것이다.
워런은 로비를 혐오한다. 그래서 그녀는 연간 500만 달러(58억 5350만 원) 이상을 로비에 지출하는 기업들에 “과도한 로비에 대한 세금” 75퍼센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런의 정책은 기업의 로비 대상인 정부 직접 투자를 더 많이 만들어 낼 것이다. 워런은 올바른 의도를 가진 올바른 올바른 사람들에 의해서 정부의 정책이 발목 잡힐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워런이 이룬 가장 큰 성과인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 제도가 감독관들에게 이례적으로 큰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런은 자신의 어젠다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월스트리트의 임원들이나 부유한 후원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다. 대신에 그녀가 선택한 해결책은 교수들이나 싱크탱크 관계자들의 컨설팅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다. 그럼에도, 워런의 아이디어는 학계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워런이 새롭게 부과하는 세금은 지출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정책이 경제의 수요를 갉아먹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력이 강화되면 혁신이 촉진될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양육비 보조금으로 노동력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서비스 보조금으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산업과 사모펀드 업종을 무질서하게 해체하고, 무역 분쟁을 지속하고, 세금을 인상해 노동과 투자에 대한 의욕을 꺾는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를 이끌었던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나타샤 사린(Natasha Sarin)은 올해 초 부유세는 적용이 어렵고,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한 부유세로 거둘 수 있는 세수는 워런의 선거 캠프에서 주장하는 것보다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득 최상위 계층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소득 불균형을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워런의 세제 정책에 영향을 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경제학 교수 이매뉴얼 사에즈(Emmanuel Saez)와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은 불평등에 관련한 새로운 저서를 출간했다. 이들은 워런이 제안한 정책으로 미국 최상위층 0.01퍼센트에 대한 세금이 인상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33퍼센트인 세전 수입에 대한 세금이 61퍼센트로 오를 것이다. 하지만 최상위 부유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불평등의 대부분은 의료 서비스나 육아 보조금과 같은 위태로운 중산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워런의 정책들에 달려 있다.
주사위 굴리기
민주당 진영의 대부분이 워런보다는 덜 급진적이라는 사실로 비추어 볼 때, 민주당이 2020년에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하원에서 우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워런의 어젠다 중 상당수는 약화될 것이다. 만약에 공화당이 상원 장악력을 유지한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줄어든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워런에게는 여전히 행동할 여지가 남아 있을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역행 규제들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연방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의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정하는 등 노동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위원장과 법무부 장관은 이전에 승인된 인수 합병을 되돌리고 새로운 인수합병을 불허할 수 있다. 물론 법원에서 소송이 제기될 수는 있을 것이다. 워런의 수중에 있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는 노동자를 독립적인 계약자로 “오분류”한 것이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결정하고, 긱 이코노미의 개념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역과 관세에 대해서 그녀가 가진 권한은 비교적 제한받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경선을 몇 달,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반기고 있다. 최근에 퀴니피악대학교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퍼센트가 워런의 정책이 가장 훌륭하다고 답했다. 바이든은 16퍼센트, 샌더스는 12퍼센트였다. 그녀의 정책을 아직 새로운 뉴딜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여론은 민주당 내에서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 미국의 기업가들은 워런의 제안을 걱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워런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아웃라이어(outlier)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