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적절한 비교군이나 금융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추산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까워진다고 세계 최대의 광고 구매 회사인 그룹엠(Group M)의 브라이언 와이저(Brian Wieser)는 말한다. 구글의 광고 부문 전체를 수치로 가늠하는 일은 더 어렵다. (제프리스는 5390억 달러(627조 3960억 원)로 추산한다.) 워런은 광고 시장과 그 안에서 운영되는 서비스 부문을 분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이라는 기업의 구성 요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림짐작에 불과하다. 구글은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광고 부문만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막대한 금액을 들여서 인수한 왓츠앱은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왓츠앱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어렵다. 애플과 구글이 만드는 앱들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일이다.
워런의 계획이 모호하다는 점 역시 완전한 기업 분할에 따른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만약에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분리되어야 한다면, 페이스북 내의 또 다른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페이스북 메신저를 계속해서 유지할 근거는 무엇인가? 애플은 아이메시지를 계속해서 보유해도 되는 것인가? 두 메신저 모두 플랫폼 공공재의 최상위 영역에 있는 서비스들이다.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는 물론, 아마존이나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부문에서도(이 부문의 아마존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서) 기업 분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분리한다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기업 가치를 가진 IT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AWS의 가치를 4380억 달러(509조 8320억 원)로 추산한다. 이는 IBM의 네 배에 달하는 가치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이 하나로 묶여 있을 때보다 분할되었을 때 더 큰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업 분할로 가치가 파괴되는 경우 말이다. 금융 기업 에버코어 ISI의 아미트 다르야나니(Amit Daryanani)는 기업을 분할하면 시너지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애플은 경쟁 우위의 핵심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로 구성된 탄탄한 통합 패키지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을 잘라 낸다면,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부문을 잃게 된다. 그들에게 남은 것이 무엇이든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디지털 세계에서 거대 기업들의 확장과 침투를 가능케 한 경제적 힘인 네트워크 효과가 약화된다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알 수 없다.
기업 분할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그리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적, 제도적인 장벽들이 많기 때문이다. 워런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상원은 여전히 공화당의 통제하에 놓여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급진적인 분할을 기꺼이 지지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규제 당국을 통한 경로 역시 여전히 험난하다. 워런은 “불법적이고 반경쟁적인 테크 기업들의 합병을 되돌리는 데 헌신적인” 사람들을 규제 당국의 수장으로 지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사안들을 법정으로 가져가야 한다. 연방 항소 법원의 판사들과 대법원 재판부의 다수인 보수적 인사들은 독점 금지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두 번째로 현실적인 난관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워런은 독점적인 지위의 남용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관련 업종” 금지 조항을 아마존과 애플에 적용하고자 한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국에서는 철도 회사가 직접 생산한 상품을 운송하는 일, 은행이 상거래에 관여하는 일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임의적이고 유동적이다.
플랫폼 금지
플랫폼과 플랫폼 안에서 운영되는 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은 멋진 제안처럼 들린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이 수집한 그 모든 데이터들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플랫폼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 둘 사이를 가르는 경계가 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인스턴트 메시징은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의 기능으로 볼 수도 있고, 별개의 서비스로 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8년) 윈도우즈 운영 체제 안에 자사의 웹브라우저를 끼워 넣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당시의 웹브라우저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지금 웹 브라우저는 운영 체제의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세 번째로,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기업 분할에 제동을 걸 것이다. 워런의 정책은 법학자 리나 칸(Lina Khan)에게서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라는 제목의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한 칸은 현재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는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에 자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논문에서 강력한 규제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있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업 분할 조치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 분할이 조직 간 마찰을 일으키고,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하면, 플랫폼은 투자를 줄일 것이고 혁신은 더뎌질 것이다. 칸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그렇다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분할이 테크 기업을 길들이기에 충분한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인 퍼블릭 놀리지(Public Knowledge)의 해롤드 펠드(Harold Feld)는 “불가사리 문제(starfish problem)”를 언급한다. 불가사리 가운데에는 놀라운 재생력을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여러 조각으로 절단해도, 잘린 부분들이 빠르게 자라나서 다시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테크 기업들의 각 부문들도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다시 지배적인 지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는 기업 분할을 할 때는 이러한 효과를 약화할 수 있는 규제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한 종류의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 이용자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테크 기업들은 나뉠 것인가? 업계 전반에 걸친 사업 부문 분할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법무부의 반독점 부문장인 마칸 델라힘(Makan Delrahim)은 10월 22일 해당 법안이 “분명한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다수의 산업을 파괴하면서 수많은 적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종 금지 정책은 정치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페이스북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 유출 사고와 허위 정보 유포 문제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표적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두 명의 법학자인 스콧 헴필(Scott Hemphill)과 팀 우(Tim Wu)는 이미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에서 비판자로 돌아선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의 지원을 받고 있는 그들은 규제 당국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2010년에 페이스북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방어적인 합병 프로그램을 실행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테크 기업들의 계란을 나눠 담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왓츠앱은 인수 후에도 여전히 별개의 법인이지만 인스타그램은 그렇지 않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소셜 네트워크로서 동일한 광고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두 서비스의 주소록을 하나로 합치면서 대규모 서비스들을 더 긴밀하게 통합시키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언젠가는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기능을 통합하는 일의 목표가 이용자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평가들은 그들의 목표가 사업 분할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헴필과 우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막기 위해 규제 당국에 페이스북의 통합 작업을 중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대표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자신이 표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최근 직원들에게 워런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리가 법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아마도 스탠더드오일의 역사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록펠러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너무 늦었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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