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Disrupted
1화

MBA가 사라지고 있다

학장님께 드리는 편지

화이트보드(Whiteboard) 학장님께

고든 게코(Gordon Gekko)[1] 경영대학원의 평의회를 대표해서 저는 우리가 사랑하는 학교의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을 해보고자 합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먼저 축하를 드려야겠죠. 학장님의 리더십으로 고든 게코 경영대학원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경영대학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쁜 소식은 우리가 자랑하는 최상의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우리 대학원의 사업 모델 자체가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죠.(2화 참조) 수요는 급감했습니다. 우리 대학원 MBA 지원자 수는 4분의 1로 줄었어요. 미국 전체로 보면, 경영대학원 지원자는 5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버드조차 올해 6퍼센트나 떨어졌죠.

한 가지 이유는 유학생의 감소입니다. 대부분은 미국의 ‘반이민 정책’으로 유학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를 점령하고 있는 법대 졸업생들을 비난하기 전에 먼저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받고 있는 너무 비싼 학비가 더 큰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의 MBA 학비는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두 배 이상 커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는데도 말이죠.

우리는 기술의 폭발적 발전을 다루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제가 리버랜드 상류의 녹음이 우거진 캠퍼스에서 MBA 공부를 했던 기간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2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새로운 건물을 지속적으로 짓는 당신의 방어 전략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경영 교육 프로그램도 세계적인 수준의 리더십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제공하는 커리큘럼의 (사회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의 신성한 건물을 돌아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MBA 학위에 목을 매던 혈기왕성한 진화론적 자본주의자들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굉장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전통적인 교육을 넘어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생각하는 교육을 원하는 것이죠.

앞으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를 우선순위에 올려야 합니다. 첫 번째, 학비를 줄여야 합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MBA 학위를 따는 데에 드는 모든 비용의 총합은 23만 2000달러(2억 7074만 원)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규모를 넘어섭니다. 우리 캠퍼스의 5성급 호텔 수준 기숙사, 미식가들을 위한 최고급 레스토랑 등 여러 요소들은 지나치게 화려합니다. 우리 학교의 다른 패키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우리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만큼 과도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최근에 알려진 자료를 보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은 1년에 세 개의 강의를 하는 교수에게 연봉 42만 달러(4억 9014만 원)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종신 재직권이 없는 연구교수들에게는 33만 달러(3억 8511만 원)를 줬다고 해요.

학비를 줄인다는 첫 번째 과제는 달성하기 쉬운 편입니다. 두 번째로, 우리는 기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몇몇 학교들은 융합 학위를 제안하고 있죠. 캠퍼스에서 배우는 기술과 디지털 교육이라는 편의성을 결합하는 겁니다. 보스턴대의 퀘스트롬(Questrom) 경영대학원은 융합을 넘어서 전체를 뜯어고쳤습니다. 현재는 단 2만 4000달러(2800만 원)에 MBA 코스 전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죠.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라인 교육에 모든 걸 빼앗기고 말 겁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의 커리큘럼은 고용주들이 원하는 기술을 철저히 파고드는 것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다룰 수 있어야 하죠. 기업들이 직접 나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액센츄어는 회사 내부의 교육 프로그램에만 10억 달러(1조 1670억 원)을 투입합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대기업들은 그보다 더 쓰죠. 이러한 기업의 투자는 우리의 수익 창출원인 임원 교육 시장을 잠식할 겁니다.

가장 어려운 도전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을 다루는 문제입니다. 미래의 CEO들은 자산을 맡긴 주주들에 대한 (이익 창출)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무수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부과하고 있는 상충되는 요구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의 커리큘럼은 더 이상 1차원적인 케이스스터디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3차원적 환경에서 기업의 리더들에게 필요한 절충안 마련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위협은 실존적 문제입니다. 지난 5년간, 미국의 풀타임 MBA 프로그램 가운데 거의 10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아이오와에 이르는 각지의 경영대학원들은 학위 수여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고든 게코 경영대학원이 살아남으려면 MBA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통해 다음 세대의 경영 혁명을 선도해야 합니다.

곧 만나서 얘기하시죠.

아이버 행아웃(Ivor Hangout)
[1]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한 주인공인 기업 사냥꾼. “탐욕이란 좋은 것Greed, for lack of a better word, is good)”이라는 대사로 유명하며 월스트리트와 재계의 탐욕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이 글에서는 가상의 경영대학원 이름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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