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학교
8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학교를 재정의하다

2013년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의 〈고용의 미래(Future of Employment)〉 보고서는 자동화와 기술 발전으로 현존하는 직업의 47퍼센트가 20년 내로 사라지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전문적 영역의 직업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가 수치가 0.01보다 낮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지목된 대표적인 직업이 교사다. 많은 사람들이 인구 감소와 기술 발전으로 사라질 것이라 예상하는 영역,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의 평가 수치는 0.0078에 불과했다.

시험 문제를 내고 점수를 매겨 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학교와 교사의 일로 생각한다면, 학교와 교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교과목을 가르치는 역할만으로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지속적으로 변화할 미래에 현대의 평가 기준을 반영한 학위가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른들이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기존의 문제를 맞히는 힘이 아니라 전에 없던 문제를 발견하는 힘이다. 실시간으로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가 쏟아지는 시대에도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해 온 두 저자는 미래에도 학교가 배움의 단위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새로운 학교의 역할을 ‘커뮤니티’로 정의한다. 사회와 유리된 채 담장 안에서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으로는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세대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연결되면서 실재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라는 교육의 기본 단위, 교사라는 조력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다음 세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더 분명해진다. 학교는 미래의 실험실이고, 교사는 미래를 그려 내는 실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당장의 입시 제도 개편을 넘어 배움의 목적과 방법을 재정의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앉아서 듣는 학생이 아닌 문제를 발견하는 학생,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돕는 교사, 담장을 허물고 학교 밖의 전문가·기술과 연결되는 학교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김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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