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확장된 케이팝의 인기에는 새롭게 등장한 세대가 있다. 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국경을 초월하는 지구적 단위다. Z세대를 분석한 맥킨지 리포트는 세계가 더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사회 경제적 차이보다 세대 차이가 소비자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국적이나 소득 수준 등에 관계없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한다. 한국인과 미국, 남미, 유럽, 아시아인이 비슷한 특성을 갖는 것이다. 해외 팬들이 케이팝 아이돌을 ‘외국 가수’가 아니라 나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친구로 보는 이유다.
저자는 방탄소년단, 채드 퓨처, EXP 에디션, 지보이즈, 지걸즈 등의 사례를 분석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케이팝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인다. 이들에게 케이팝은 아시아성과 다양성의 상징인 동시에 친근한 또래 문화다. 해외 팬들은 케이팝의 조건을 파악해 케이팝을 직접 생산하려 시도하기도 하고, 케이팝의 정체성을 국내 팬보다 민감하게 느끼고 문화 전유를 비판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문화 소비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비주류 정체성, 소수 문화, 독특함이 보편적인 공감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문화를 주도하는 국가와 같은 세계 문화의 ‘중심’은 사라지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세계 문화의 중심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취향을 갖는 세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케이팝은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K와 팝 사이의 갈등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난 음악 소비의 영역과 다른 영역 사이의 시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문화 소비는 국경과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 간 장벽과 문화 차이가 남아 있는 사회 영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케이팝 안의 민족주의적인 대립은 고루한 소비자들 사이의 논쟁이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의 증거다. 근본적인 변화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케이팝의 딜레마는 케이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로컬 비즈니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모든 산업이 직면할 수 있는 갈등이다. 케이팝은 이를 가장 먼저 겪으면서 수많은 참고 사례들을 만들어 왔다.
케이팝을 단순히 한국의 음악 장르로만 보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국뽕’식으로 긍정하거나, 어차피 영미 팝 음악처럼은 될 수 없다는 냉소적인 태도로 감상하게 된다. 하지만 글로벌한 문화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케이팝을 분석하면,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 세계인들의 문화 소비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케이팝에서 발생하는 한국적인 특성과 글로벌 보편성 사이의 갈등은 이런 거대한 변화의 증거이자, 최전선의 사례로서 다음에 올 변화를 내다보게 해줄 것이다.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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