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크린의 몰락/ 주말 영화관 박스오피스 매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변화(단위: 퍼센트)/ 유럽(청록색), 미국(노란색), 일본(붉은색), 중국(하늘색), 나머지 아시아 국가(파란색)/ 출처: 골드만삭스
다른 분야에서도 우울한 수치가 쏟아지고 있다. 공식 통계는 발표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반면, 민간 부문은 경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음식점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OpenTable)에 따르면, 전 세계 식당 이용객 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미국 5대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국제선 이용객 숫자는 최소 30퍼센트 하락했다. 영화관 박스오피스 수입도 크게 줄었다(표 참조).
국제선 여행이 차질을 빚게 되면 무역도 피해를 입는다. 전 세계 항공 화물의 절반 이상이 여객기를 통해 운송되기 때문이다. 지난 금융 위기의 경험을 고려하면, 공급망의 붕괴와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이 결합되면 GDP보다 무역이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캐나다, 중남미, 미국의 항구들이 결성한 미국항만관리협회(AAPA)는 2020년 1분기의 화물량이 전년도에 비해 20퍼센트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식 통계도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뉴욕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매달 발표하는 엠파이어(Empire) 제조업 지수의 3월 지수는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하락했다. 노르웨이의 2월 실업률은 2.3퍼센트였으나, 3월 17일에는 5.3퍼센트로 상승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모든 것이 암울한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3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의 2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2퍼센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믿기 힘든 수준의 추락이다. 일본 경제는 이번 분기에 2퍼센트 위축되고, 다음 분기에 추가로 2퍼센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분석이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의 GDP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0년 전체로 보아도 성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7~2009년 금융 위기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일 수 있다. 3월 17일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이외의 선진국 경제권에 대해서는 “전면 폐쇄 시나리오를 가정하지 않고” 전망했다고 언급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아직 발병 초기 단계에 있는 미국에 대한 전망은 한없이 낙관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고 유럽에도 커다란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은 의회에서 경기 부양 대책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실업률이 20퍼센트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의 협상 전략이 있을까? 쇼핑몰이 텅 비고, 공장 가동은 멈추고, 금융 시장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국회 의원들이 이 주장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비록 올해 상반기, 특히 2분기에 속이 뒤틀리는 수준의 GDP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는 다시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2021년에는 경제 성장이 더 속도를 내서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판단은 어느 정도 중국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중국 대형 기업의 90퍼센트 이상은 공식적으로 사업을 재개했다. 중국 증시는 2월 초만 하더라도 세계 최악의 상태였지만, 현재는 최고의(혹은 가장 덜 나쁜) 성적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억제 및 방지 조치가 1년 이상 이어질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세계 경제 생산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낮아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아마도 정부가 불황에 진지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시장과 가계에 납득시키면서 거대한 규모로 단호한 대처를 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번에 잘 진행된다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게 될 수도 있다. 은행을 구제해 준다는 약속을 한다면,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거나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이번에는 중앙은행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월 이후로 금리를 1.5퍼센트포인트 인하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도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큰 폭의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재정으로 대응하라
모든 중앙은행이 최대한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기준 금리는 1.5퍼센트로 아직 더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꽤 높기 때문에(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사육 돼지 두수가 크게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했다) 여전히 동결되어 있다. 중앙은행들은 보다 창의적인 정책을 시도할 수도 있다. 3월 19일 유럽중앙은행 이사회는 국채와 회사채를 포함해 모두 7500억 유로(1011조 5175억 원)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현재 재정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서로 더 규모가 크고 효과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백신과 치료법을 개발하고 병상을 늘리기 위해 보건 영역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지출의 대부분은 기업과 시민을 위한 것이다.
기업 부문부터 살펴보자. 발병세가 누그러진 중국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물건을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광둥성의 포산(佛山)시는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상점과 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 도시들도 있다. 난징(南京)시는 이번 달에만 3억1800만 위안(557억 8038만 원)어치의 전자 바우처를 지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제 막 최악의 발병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비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많은 기업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도산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에 따르면, 선진 경제권에서 사람들이 사회 활동을 기피하게 되면 소비자 지출의 40퍼센트가 영향을 받는다. 레저 및 접객 업종의 기업들이 특히 흔들리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전형적인 시골에 위치한 무어 오브 란노치(Moor of Rannoch) 호텔은 고객 감소로 인한 보험금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종 질병인 코로나19에 대해서는 기존 보험 약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기업의 고정 비용을 줄여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중국 재정부는 기업에 부과하는 사회 보장 기여금을 최대 5개월까지 면제해 주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또한 대부분의 기업에게 전기 요금을 한시적으로 5퍼센트 낮춰 주고, 단기간 부가세도 인하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소매, 접객, 레저 부문의 모든 기업들에게 1년 동안 사업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수많은 기업의 매출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이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많은 은행은 기업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거액의 당좌 대월 제도
[1]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은행이 계속해서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은행에 저금리 자금을 제공하고 손실에 대한 국가의 보증을 약속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소규모 업체 대부분에게는 상환 의무가 없는 최대 2만 5000파운드(3648만 원)의 현금 보조금이 지급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계획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영 대출 기관을 통해 최대 1조 6000억 엔(17조 9628억 원)의 긴급 대출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출금 담보와 이자는 면제된다. 월 매출액이 15퍼센트 이상 떨어진 소규모 기업들이 지원 대상이다. 독일에서도 부유한 지역에 속하는 바이에른주는 고용 인원 250명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 5000유로에서 3만 유로까지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고 3월 16일 발표했다.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국가 지원 규정을 완화해 각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재정적 대응은 시민에 대한 지원이다. 실업을 막고, 실업이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수입 감소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경제 전문가 우고 젠틸리니(Ugo Gentilini)는 25개국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현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브라질은 노동 인구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각각 200헤알(4만 820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소규모 사업체의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고, 연말이었던 연금 지급 시기는 앞당긴다. 호주는 연금 수령자, 퇴역 군인, 저소득 계층에게 750호주달러(55만 3600원)의 현금을 일시 지원한다.
북유럽은 기업의 정리 해고를 막기 위한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은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 단기 근로)라는 노동 시간 단축 제도의 기준을 완화했다. 이 제도는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직원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에게는 삭감된 급여의 60~67퍼센트를 국가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독일 연방 노동 당국에 따르면, 쿠르츠아르바이트 신청서가 “지붕을 뚫을” 정도로 쌓이고 있다. 독일은 2008~2009년의 경기 침체 때도 이 제도를 활용해 실업률 상승세를 절반으로 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더 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시직 노동자도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노동자를 대신해 내야 하는 사회 보험 부담금을 보전해 줄 계획이다.
덴마크식 밥벌이
덴마크 정부는 노동력의 30퍼센트 이상을 감축할 위험이 있는 기업의 직원들에 대해 오는 6월까지의 급여 중 75퍼센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실업 수당을 강화했다.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퇴직 후 최초 20일 동안은 이전에 받던 급여와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정부가 보장한다. 2주 이상 일하지 못한 프리랜서 직군의 노동자는 직전 평균 수입의 80퍼센트를 지급받는다. 스웨덴은 해고된 노동자의 수입 절반을 국가가 보전하고, 나머지 금액 대부분은 고용주들이 부담하도록 할 것이다.
미국은 이보다는 약한 정책을 통과시켰다. 컨설팅 기업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보장 서비스인 메디케이드(Medicaid)를 위한 연방 차원의 자금 지원은 300억 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2월 말까지 자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또한 미국은 1000만 명의 자영업자를 포함해 약 3000만 명의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유급 병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1억 달러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 미국은 다른 선진국을 겨우 따라잡고 있을 뿐이다. 다른 국가들은 훨씬 더 후한 병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미국은 관대한 실업 보험 등 자동적으로 경제 안정을 돕는 제도가 거의 없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만큼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 재량에 의한 재정 지출이 더 많이 필요하다.
미국은 실제로 많은 재정 지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각 가정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받게 되면, 가장 의미 있는 정책이 될 것이다. 이는 홍콩이 지난 2월에 도입한 정책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홍콩 정부는 모든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160만 원)를 직접 지급할 계획이다.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인 1인당 1000달러(124만 원)의 수표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민간 부문 노동자의 일주일 평균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추가적인 지원 가능성도 있다. 약 5000억 달러(620조 원)에 달하는 직접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정책을 미심쩍어한다. 한 가지 이유는 정책을 시행해도 북유럽 국가들이 계획한 것과는 달리 기업의 해고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례를 보면, 실제 집행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홍콩의 재무 장관은 지원금을 늦여름에 처음 지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지난주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늦은 시점이다. 므누신 장관은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과거
미국은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했지만, 인상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미국 정부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수표를 발행했다. 사람들은 그 돈의 대부분을 저축했다. 약간의 현금을 추가로 갖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미국 국민들에게 중요했을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성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민주당의 대선 예비 후보인 버니 샌더스가 현명한 경제 정책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위기가 끝날 때까지 매달 모든 가정에 2000달러(248만 원)를 주자는 그의 제안은 지금 필요한 정책에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