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자선단체 EEF(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의 베키 프랜시스(Becky Francis)는 영국의 학교 폐쇄가 학교 급식(취약한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기준)의 대상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업 성취도 격차를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거의 10퍼센트로 줄어든 지난 10년 동안의 학교 성적 격차가 학교 폐쇄로 인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올 여름 내내 교사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 지금의 봉쇄 상황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고학력 부모와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나머지는 부모와 교사 어느 쪽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초등학교는 보통 유아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격차를 좁히거나, 최소한 더 벌어지지 않게 만드는 중대한 기회다. 이 기회가 지금 사라지고 있다. 교육의 기회가 사라질 때 운이 나쁜 아이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을 분석한 자료로 1960년대의 ‘페리 유아 교육 프로젝트’(Perry pre-school project)가 있다. 이 연구는 미시간주 입실란티(Ypsilanti)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린 아이들을 표본으로 삼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제대로 된 유아 교육을 받지 않으면 평생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담고 있다.
돕커 박사는 가을쯤이면 학교 폐쇄로 배울 기회를 잃은 엄청난 숫자의 미국 아이들이 1년 치 학습량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1년 단위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 소득을 약 10퍼센트 좌우한다. 교육 공백이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뚜렷하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불평등과 더 낮은 사회적 이동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폐쇄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핀란드는 거의 모든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원격 교육을 시작한다. 한국은 교사들의 준비 기간을 두고, 필요한 곳에 원격 교육 기기를 배분하기 위해 방학 기간을 늘렸다. 인천 소재 인명여고 영어 교사인 황현수씨는 “우리 학교에선 1000명의 학생 중 13명만 태블릿PC를 빌렸는데 그들의 집에 여러 명의 형제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실시간 상호 교류 수업과 사전 녹화 자료, 그리고 과제 중심의 디지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4월 9일 (온라인으로) 학교가 문을 열었을 때 공식 출석률은 98퍼센트에 달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독려하는 학교 시스템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생님이 매일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다가 이제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무엇으로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인지가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와 일본의 학생들은 ‘자기 조절(self-regulated)’ 학습에 익숙하다. 자기 조절 학습은 OECD 회원국의 40퍼센트가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 같은 국가에서 이런 자율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모든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담보하는 길은 학교 문을 다시 여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앨런 튜링 초등학교는 190명의 학생 중 28명이 원격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학교는 28명의 학생들 가운데 15명을 위해 일주일에 사흘은 문을 연다. 나머지 13명은 원격 수업에 참여할 방법을 찾았다. 학교가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해 준 것이다. 에바 나이켄스(Eva Naaijkens) 교장은 “처음엔 우리가 마치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제외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원격 수업의 교육 효과가 평소의 40퍼센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덴마크는 시험을 앞둔 중등 마지막 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재개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다시 열기로 했다. 덴마크는 몇 가지 이유로 어린 학생들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다. 우선 학습의 초기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유아를 둔 부모의 부담이 크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은 감염되거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낮다.
전 세계 많은 부모들이 조만간 자녀의 학교가 안전하게 다시 열리기를 바란다. 일부 아이들은 엑스박스(Xbox·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를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지리 수업과 바꿔야 한다는 사실에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휴가는 언젠가는 끝나야 한다. 암스테르담에는 좋은 뉴스가 있다. 거리를 누비며 퀵보드를 타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일부가 5월 11일 문을 여는 것이다.
* 관련 콘텐츠를 더 읽고 싶으신가요? 아래 키워드를 클릭해 보세요.
#교육 #세계 #아동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