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파일, 포스트 MS 오피스
노션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
노션은 필수 업무 도구들을 하나의 작업 공간에 통합해 서로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생산성 앱이다.
스물일곱 살이던 2014년에 노션을 창업했다. 창업 초기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봤다. 대학에 다니던 동안 친구들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정말 많이 만들어 줬다. 친구들은 내가 디자인과 개발에 지식을 갖고 있는 데 주목했지만, 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그런 기술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나는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스스로 컴퓨팅 도구와 자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창업 자금 마련은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후 시드 라운드를 거치면서 자금을 모았다. 창업 초기에는 코딩 없이 앱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후 사람들이 데이터베이스 관리나 문서 작성처럼 일상적인 작업을 돕는 유연한 도구를 더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노션을 만들었다.
코드를 사용하지 않는(non-code) 소프트웨어가 왜 필요한가?
나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모든 도구가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제품명을 노션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노션이라는 단어는 무언가에 대한 개념이나 믿음을 의미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일하고 싶은 방식, 또는 도구가 작동해야 하는 방식에 대한 믿음이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소프트웨어 노션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시 말해 그들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대로 일하도록 돕는다. 도구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일하기 때문에 유연한 도구가 필요하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나는 잉클링(Inkling, 샌프란시스코의 모바일 학습 플랫폼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공동 창업자인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는 노션이 첫 회사다.
노션의 제품 변천사를 알려 달라.
노션은 이제 3년 정도 된 서비스다. 2016년에 노트 기능을 담은 노션 1.0 버전을 론칭했다. 2018년 3월에는 데이터베이스들을 통합한 2.0 버전을 출시했다. 출시 직후 WSJ에서 노션을 “일과 삶의 생산성을 위해 필요한 유일한 앱”이라고 소개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수많은 생산성 도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근사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뜻이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온다. 생산성 도구는 MS 오피스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MS의 독점이 깨지면서 오늘날 수많은 SaaS 제품이 만들어졌다. MS 오피스라는 하나의 제품에서 너무 많은 SaaS 제품들로 옮겨 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직원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수많은 앱과 탭 사이를 오가야 한다. 이런 현재의 흐름이 통합된 무언가를 향해 되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트 MS 오피스가 되겠다는 것인가. 정말 거대한 미션이다.
큰 회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효율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오히려 작은 팀에게 기회가 있다. 사실 노션의 바탕이 되는 생각들은 거대 사업자들의 구상과 명백히 다르다. MS 오피스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서로 다른 생산성의 개념들을 상호 작용 없이 하나로 묶었다. 그러나 노션은 필수적인 작업 도구들을 진정으로 통합된 방식으로 결합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션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정보를 추가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엑셀의 모든 행마다 더 많은 정보를 계층화할 수 있는 워드 페이지가 들어가 있고, 그 페이지에 또 더 많은 워드 페이지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봐라.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
에버노트, 드롭박스, 슬랙 등 다른 업무 도구와는 어떻게 다른가?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는 노션만이 유일한 올인원 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칸반 보드(Kanban board, 업무 단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보드), 문서, 데이터베이스, 제품 관리, 위키(Wiki, 공동 문서 모음) 같은 다양한 SaaS 앱의 기능들을 우아하고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결합해 제공한다.
기능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팀원들이 팀 업무를 더 쉽게 찾고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팀의 투명성과 정보의 흐름을 증대할 수 있다. 너무 많은 툴을 이용하는 팀에게는 정보 격차가 나타난다. 생산성을 높이고 건강한 문화를 키우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노션은 팀이 작업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원한다면 언제든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파고들 수 있도록 한다.
유연한 제품, 급격한 성장
2014년 창업 직후에는 코딩을 몰라도 앱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 현재 서비스로 피버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을 했다. 피버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5년에 사이먼과 나는 코드를 쓰지 않고 앱을 만드는 도구를 개발했지만 기술 스택에 문제가 있어서 시스템이 자주 충돌했다. 자금이 거의 소진되면서 네 명의 팀을 해체하고 기존 제품을 폐기하는 힘든 선택을 내려야 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을 처분하고 일본 교토로 갔다. 그곳에서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뭔가 더 나은 것을 찾아야 했다.
왜 하필 교토였나?
우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여러 가지 요구들과 산만함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편안하고, 코딩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교토는 아름다웠다. 특히 어디에서나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나이트 라이프나 정신을 빼앗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먼과 나는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신이 분산되지 않는 아름다운 환경에서 오랫동안 코딩에 집중할 수 있었다.
교토에서 1년여를 보낸 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2016년 3월 노션 1.0을 출시했다. 당시만 해도 노션은 에버노트 같은 노트 앱이었다.
문서나 메모 작성 외의 기능은 없었지만, 얼리어답터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프로덕트 헌트에 들어가 보면 당시 우리 제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지만, 우선 노트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2018년 3월 노션 2.0을 출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1.0과 2.0은 무엇이 달랐나?
2.0 버전부터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도입했다. 아주 중요한 변화였다. 그 전까지는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만 취급했는데, 데이터베이스를 구조화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 이제 표와 게시판, 목록, 캘린더, 갤러리에 데이터를 넣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션에서 여러 계층의 작업을 만들면 모든 사람들이 팀 차원에서 최상위 수준의 작업을 확인하고, 가장 세부적인 차원에서 개별 작업들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부서별로 태그를 지정하고, 특정인에게 할당하고, 데드라인도 지정할 수 있다. 아주 유연하게 설계된 도구들이어서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제품과 이용자들이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도구들을 이용해 새롭고 유연한 기능을 만드는 것을 목격했다.
2.0 버전을 출시한 이후 정말 빠르게 성장해 왔다. 고속 성장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게 비결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사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결국 비결이라면 사람들이 사랑하고 입에서 입을 통해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성장해 온 과정이다.
현재의 성과가 있기까지 가장 잘한 결정과 잘못한 결정은 무엇이었나?
가장 잘한 결정은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에 대해 매우 깊이 생각하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들을 제품의 로드맵에 지속적으로 반영해 왔다. 가장 잘못된 결정은 초기의 기술 선택인데, 그로 인해 시스템이 불안정했다. 자칫하면 지금의 규모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제품의 성공을 처음 느낀 것은 언제인가?
솔직히 나는 그런 성공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WSJ의 기사를 계기로 우리 제품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감동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해야 하니까.
이용자군은 어떻게 되나?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노션을 사용한다. 그래서 예측하기가 어렵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특히 반응이 뜨겁지만, 동시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메모와 생산성 도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유형을 특정할 수 없다.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지표나 영역이 있다면.
현재는 기업 고객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작고 빠른 팀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
23명으로 이뤄져 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영업, 커뮤니티 지원 업무로 나뉘는데, 팀원 대부분이 커뮤니티 지원 부문에서 일한다. 우리는 모든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다양한 이용자층에게 그들의 시급한 문제와 도전을 노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보여 주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우리 팀은 사려 깊은 새 기능들을 디자인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