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자 바이든
1화

좋은 것, 나쁜 것, 알 수 없는 것

바이든에게는 더 대담한 경제 구상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첫 TV 토론을 가졌다. 트럼프는 토론을 난투극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선거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미국을 무릎 꿇게 했다고 응수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결정타로 생각한 수를 뒀는데, 바이든이 정부를 크게 확장하고 기업에 피해를 입힐 좌파의 계획에 굴복할 나약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미국 재계 리더들 사이에서 이러한 바이든의 좌편향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심은 표적을 한참 빗나간다. 바이든은 좌파의 유토피아적 아이디어들을 거부해 왔다. 그의 세제 개혁안과 지출 계획은 합리적이다. 이 제안들은 규모가 조금 커진 미국을 의미하며, 미국이 직면한 진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형편없는 사회 기반 시설, 기후 변화, 중소기업들의 고통 같은 문제 말이다. 사실 바이든 개혁안의 허점은 일부 분야에서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2017년 트럼프가 권력을 잡았을 때, 그는 기업 총수들에게 백악관 핫라인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규제와 세금을 대폭 줄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코로나19 전에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느슨한 정책에 힘입어 이런 계획이 일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경제 신뢰 조사는 거의 30년 만에 최대치에 가까웠다. 주가는 급상승했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은 2008년 이후 최대인 연간 4.7퍼센트씩 성장하고 있었다. 유권자들은 경제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유권자들은 트럼프에게 다시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코로나 유행 때문에, 트럼프의 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붕괴된 사회 기반 시설과 헐거운 사회 안전망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곪아 터진 것이다. 경제의 근본적인 역동성은 여전히 허약하다. 투자는 위축됐고, 대기업들이 득세하면서 신생 기업 수도 줄었다. 기업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법치를 흔드는 트럼프의 혼란한 방식은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규제 완화는 마구잡이식 규제 철폐로 전락했다. 중국과의 대립에서 양보를 얻어 내지 못했고, 글로벌 무역 체계만 불안정해졌다.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서 바이든이 단지 제도를 신뢰하고 조언에 귀 기울이고 결과에 신경 쓰는 능숙한 행정가로 자리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이런 문제 가운데 일부를 완화할 것이다. 500만 명이 장기 실업에 직면하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처할 2021년 미국에는 이런 자질이 필요하다. 바이든의 경제적 우선순위는 2~3조 달러(2322조~3482조 원) 규모가 될 대규모 경제 ‘회복’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1] 이 법안은 단기 자금을 투입해 실업 보험을 확대하고, 예산 적자에 빠진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을 포함할 것이다. 바이든은 대기업만큼 지원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에 보조금이나 대출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긴장을 완화해 시장을 달랠 것이다. 백신이 개발된다면 외교 관계에 있어 사업적이기보다는 협력적인 그의 접근법이 백신의 세계 배분을 보다 용이하게 할 것이고, 국경이 다시 열리고 무역이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경기 부양책 법안은 또한 오랫동안 바이든의 우선순위였던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집중함으로써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목표로 할 것이다. 바이든은 수십 년간 계속된 저투자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거대하고 기후 친화적인 인프라 붐 형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미국의 다리는 평균적으로 건설된 지 43년이 지났다). 정부의 연구 개발 예산은 1960년 국내 총생산(GDP)의 1.5퍼센트에서 현재 0.7퍼센트로 줄었다. 중국이 미국의 과학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말이다. 바이든은 기술과 재생 에너지의 연구 개발을 확대해 상황을 역전시킬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쟁력에 위협이 되는 트럼프 정부의 엄격한 이민 제한 조치를 폐기할 것이다. 또한 그는 중산층의 생활 수준과 사회적 이동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이는 교육, 의료, 주거에 대한 더 많은 정부 지출, 그리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1700만 명의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간당 15달러의 최저 임금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런 것들은 사회주의자의 의제가 아니다. 바이든은 ‘메디케어 포 올(전 국민 의료 보험)’, 탈원전, 고용 보장을 포함한 좌파의 한없이 낙천적인 공상을 무시해 왔다. 그의 개혁안은 규모와 범위에 있어 온건하다. 법안들이 상원을 모두 통과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공공 지출이 GDP의 3퍼센트 늘어나는 정도다.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스가 내놓았던 계획안에 따르면 16~23퍼센트가 늘어난다. 바이든은 승인된 재정 지출의 절반을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로 확보할 것이다. 세제 개혁안이 전부 제정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기업의 세후 수익은 최대 12퍼센트, 상위 1퍼센트 기업은 최대 14퍼센트 하락할 전망이다. 부자들에게는 짜증 나는 일이겠지만 재앙까지는 아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진짜 위험은 바이든의 실용주의로 인해 그가 충분히 대담하게 치고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데 있다. 때때로 바이든은 경합하는 목표들을 절충하는 데 실패한다. 예를 들어 그는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사다리 마련과 실직자를 위한 더 나은 사회 안전망을 지지한다. 그의 정책은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에서부터 공립 대학 무료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에 더해 장기적인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그러나 바이든은 본능적으로 기업을 보호하려 하고, 예컨대 기술 기업의 독점을 깨는 등 시장 경쟁을 촉진할 뚜렷한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 기존 기업들과 내부자들은 복잡한 규제를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이든의 계획은 불필요한 요식에 얽매어 있다.

 

무역 동맹을 다시 위대하게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의미 있는 진척을 보인다. 친환경 전력 시설과 충전 네트워크 설치는 민간 영역에서 주저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예산의 40퍼센트가 빈곤한 지역에서 사용돼야 한다는 규칙과 미국 공급업체에 대한 혜택으로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이런 규제는 비효율성을 수반한다. 바이든은 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하지만, 자본 시장의 힘을 이용해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탄소세 도입은 기피한다. 기회를 놓친 것이다. 바로 지난달에 미국 경영계를 대표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 Table)[2]은 탄소 가격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담함이 없다는 것은 완벽하게 수립된 전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이든은 자유 무역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지만 관세를 빨리 철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개혁안은 미국 항만 간에 물자를 운송할 때 미국산 선박 이용을 요구하는 등 사소한 보호주의에 입각해 있다. 이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관리할 새로운 틀을 짜야 하는 당면한 과제를 더 복잡하게 할 것이다. 이 과제에는 보호주의 정책을 실험하고 있는 동맹국들을 설득하는 것도 포함된다.

재정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든이 정부 지출 증가를 부담할 방안을 정책에 포함시킨 것은 인정할 만한 일이다. 오늘날에는 참신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2050년 공공 부채는 GDP의 거의 200퍼센트까지 치솟게 된다. 금리가 제로(0)에 가깝고 연준이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초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이 장기적인 재정난을 직시하고 조치를 취한다면 국가적 이익이 된다. 이는 복지 지출과 지속 가능한 조세 기반에 대한 단호한 합의를 구축하는 작업의 시작을 의미한다.

바이든은 아직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모호함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당선된 뒤 경제 성장과 능숙한 정부로의 복귀만으로도 미국이 올바른 길로 다시 올라설 것이라고 가정할 우려가 있다. 만약 바이든이 미국 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고 미국이 앞으로 수십 년간 선진국들을 이끌 수 있도록 하려면, 그는 더 대담해져야 한다. 권력의 문턱에서 그는 자신의 우선순위에 대해 더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더 넓은 비전을 가져야 한다.
[1]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 1일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이 법의 상정을 미루고 있다.
[2]
미국 200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단체다.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비슷한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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