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혁명
2화

권력의 이동

주식 시장의 유동성은 모든 자산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다

거의 2주 동안 세계는 게임스톱(GameStop)의 흥망성쇠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면초가에 몰려 있었던 오프라인 비디오게임 판매 업체의 주가는 2020년 겨우 몇 달러에서 1월 28일 480달러(53만 600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2월 2일 81달러(9만 원)까지 떨어졌다. 작년 4월만 해도 2억 달러(2232억 원)였던 이 기업의 가치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잠시 300억 달러(33조 5000억 원)까지 올랐다. 소셜 미디어 사이트인 레딧의 토론방에 상주하는 단타 매매자들이 시작한 이 반란은 연일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했고, 워싱턴 D.C.의 규제 기관과 정치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인터넷 밈과 광기를 넘어 금융 시장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조적인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빠른 속도의 광풍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주식 거래가 얼마나 쉬워졌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다.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동안 앱을 켜고 도매가에 매우 근접한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뉴욕대의 야코브 아미후드(Yakov Amihud)에 따르면, 규제 없는 주식 시장을 향한 진전은 1975년 대규모 고정 수수료 폐지와 찰스 슈왑(Charles Schwab)과 같은 할인 증권 회사의 시장 진입으로 시작됐다. 그 후 거래의 자동화와 주가 십진화(decimaliztion, 주식 호가 단위를 0.0625달러에서 0.01달러로 조정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2010년대에는 초단타 투자자들이 부상했고 주식 시장을 장악했다. “모든 변화의 순간마다 시장은 거래 비용을 상쇄시켰고 유동성은 커졌다”고 아미후드는 말한다.
부드러운 하락/ 미국 주식 시장 유동성/2000년 1월을 100으로 설정해 비교
거래 비용이 급감했고 거래량은 폭증했다. 거래자가 몰릴수록 거래 속도는 빨라지고 가격도 저렴해졌다(표1 참조). 다량의 게임스톱 거래가 유입된 앱 로빈후드는 2015년 출범한 최초의 무료 거래 플랫폼이다. 여기에 판데믹이 가져온 시간적 여유,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된 재난 지원금은 개인 투자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2019년 미국에서 개인의 투자는 전체 거래량의 10분의 1을 차지했다. 올해 1월, 개인 점유율은 4분의 1로 증가했다.

거래가 쉬워지면서 상당한 수수료를 부과해 이익을 챙겨 오던 막강한 기관 투자자들은 장악하고 있었던 자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제 그들은 다양한 경쟁자를 상대하게 되었다. 시장을 추적하는 인덱스 펀드(index fund), 자산 바스켓인 ETF(Exchange-Traded Fund, 상장 지수 펀드), 포트폴리오 관리 이론에 따라 저렴한 펀드에 투자를 할당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등이다. 컴퓨터 처리 능력의 향상과 머신러닝의 발전으로 인한 혁신으로 1975년 이후 투자자들은 1조 달러(1117조 원) 이상의 수수료를 절감했다.

비상장주, 높은 수수료, 낮은 거래량은 여전히 시장의 발목을 잡고 느려진 거래와 위축된 투자자을 낳는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거래 비용을 낮추고 유동성을 높인 동력은 회사채에서 부동산, 심지어 피카소의 그림과 클래식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자산 시장을 흔들 태세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이는 결국 기성 금융 기관의 타격과 개인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면에서 기술은 새로운 유동적 시장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Alvin Roth)는 이렇게 말한다. “다락방의 잡동사니를 거래하는 시장은 한때 비유동적이었다. 인터넷 덕분에 집 마당에서 하던 중고 거래를 이베이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GPS와 스마트폰은 큰 규모의 여행 관련 시장을 창출한 승차 공유 앱으로 이어졌다.

금융 시장에서 일어났던 변화의 사례는 아주 많다. 19세기 미국의 바이어들은 한 명의 농부와 계약을 맺기 전 밀을 테스트해 보며 농장과 농장 사이를 누볐다. 그 후 철도가 개발되면서 곡물의 이동이 저렴해졌다. 하지만 생산한 농장별로 곡물을 따로 저장해야 하는 낭비가 있었다. 1848년 시카고 상품 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는 밀을 품질(최고는 1, 최저는 5)과 유형(빨간색 혹은 흰색, 연함 혹은 단단함, 겨울철 혹은 봄철)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표준화는 곡물의 수송과 구매 비용을 낮춰 시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상품(commodity)이라는 단어는 이제 표준화(standardisation)와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자산을 거래하는 유동성 시장을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채권, 부동산 시장을 주식 시장과 비교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장의 규모는 대체로 비슷하다(표2 참조). 하지만 채권과 건물은 다른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러한 차이는 파편화(fragmentation)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4400개의 상장 회사가 있다. AT&T의 주식을 사는 투자자는 그것이 어떤 주식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똑같은 구슬 꾸러미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과 같다. 이제 그들이 AT&T의 채권을 구입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채권은 하나의 구슬이 각기 다른 수백 개의 파편으로 부서져 있는 것과 같다. 224개의 AT&T 채권만 해도 각기 다른 이자율, 만기일,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는 30만 개의 회사채가 있다. 이번에는 투자자가 부동산을 구입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부동산은 구슬 파편들이 모래처럼 잘게 갈아져 있는 것과 같다. 미국에는 500만 에서 600만 채의 상업용 건물과 1억 4000채 이상의 주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흐름을 타고/미국, 2020년/ 시가 총액, 10억 달러/ 일일 거래량, 10억 달러/ 유동성에 다른 자산의 종류
파편화는 거래 활동의 긴장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주식 시장은 급박하다. AT&T의 주주는 하루에 4억 번 바뀐다(어떤 투자자는 수년간, 초단타 매매를 하는 투자자는 1초 이하로 주식을 보유할 것이다). 최근 게임스톱의 동향과는 별개로 소형주들의 거래 빈도는 낮은 경향이 있다.

채권 거래는 그보다 어렵고 비싸다. AT&T의 가장 유동적인 채권조차도 하루에 겨우 몇백 건 거래된다. 채권 거래 플랫폼 마켓액세스(MarketAxess)의 리처드 쉬프먼(Richard Schiffman)은 “어떤 채권은 박물관의 작품과 같다. 보험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들어간 뒤 다시는 거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부동산이다. 부동산 투자의 일부는 상장된 신탁을 통해 대중에게 개방된다. 그러나 사모 펀드 회사가 운용하는 대규모 투자는 연기금과 같은 기관이나 부유한 개인에게만 개방된다. 주택 거래는 느리게 회전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힘든 과정을 거쳐 맞춰져야 한다. 미국에서 주택 판매자는 5~6 퍼센트의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1년에 소유자가 바뀌는 주택은 전체의 5퍼센트 정도다.

낮은 거래량은 자산 가격의 책정을 어렵게 만든다. AT&T의 주가는 즉시 결정될 수 있다. 최근에 발행된 국채와 같은 일부 채권의 가격을 책정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오래전 발행된 채권은 더 까다롭다. 거래자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매칭하려 시도하거나, 유사한 채권의 최근 거래를 참고한다. 부동산 가격의 책정은 이와 비슷하지만 더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오랫동안 파편화는 채권 시장이 주식 시장만큼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장애 요소로 인식됐다. 채권 매입을 원하는 기관 투자자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2~3개의 대형 은행이나 중개 회사와 대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많은 기준에서 다양한 바스켓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개방형 고정 수익 펀드 ETF의 등장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ETF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격 예시 기능(price discovery, 가격을 보여 주는 기능)과 거래량을 향상시킨다.

 

전 세계는 시장이다


첫 번째 방식은 ETF의 설계 자체에서 나온다.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판매하는 고정 수입 ETF 중 일부는 8000개 이상의 다양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ETF 수요가 증가하면 채권은 공정가 이상의 금액(즉, 프리미엄가)으로 거래되기 시작한다. 블랙록의 사마라 코헨(Samara Cohen)은 “ETF가 프리미엄가에 거래될 때 시장이 확대되는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블랙록은 프리미엄가로 거래되는 ETF의 규모 확대로 이익을 얻는 소수의 시장 조성자들과 일하고 있다. 그러한 시장 조성자 중 하나인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Jane Street Capital)은 블랙록에 400개의 채권 포트폴리오로 가격을 밀어올린다. 제인 스트리트는 시세 차이로 수익을 창출한다. 400개의 채권을 시장가로 매입하여 ETF가 거래되는 프리미엄가에 판매하는 것이다. ETF 가격이 낮아지면 그 반대가 된다. 제인 스트리트는 낮은 가격에 ETF를 매입해 채권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 뒀다가 나중에 시장가로 판매한다(다시, 수익을 얻는다). 점점 더 자동화되는 이러한 과정은 가격 예시 기능을 강화한다.

두 번째 효과는 더 광범위한 ETF 거래를 통해 일어난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구성 종목에 대한 참고 기록이 생성되고 이는 다른 채권의 가격 책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ETF는 개별 종목보다 훨씬 더 자주 거래된다. 2020년 3월, 변동성이 시장을 뒤흔들면서 블랙록의 최대 투자 등급 회사채 ETF는 하루 9만 건씩 거래됐다. 이 펀드의 상위 5개 종목 거래 건수는 37회에 그쳤다. 가격의 정확성은 거래 비용의 절감을 의미하며, 이는 마찰 없는 시장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의미다.

거래 기술 또한 발전하고 있다. 마켓액세스는 투자자들이 한 번에, 쉽게 모든 대형 은행의 채권 담당 부서와 총 20여 개 증권사에 연락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모든 참여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거의 교환에 가까운 기능을 하는 오픈 거래 방식을 도입했다. 유동성을 위해서는 은행에 의존해 거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리처드 쉬프먼은 말했다. 마켓액세스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약 3분의 1이 ‘직거래(all-to-all)’다.

다음 단계는 채권 거래의 자동화일 수 있다. 고정 수입 분석 회사인 오버본드(Overbond)는 거래 데이터를 통합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알고리즘은 유사한 채권의 최근 거래를 찾아낸 다음 암묵적 가격을 제시한다. 실시간으로 인간 트레이더를 흉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에 도움이 된 것은 서버가 없고 속도가 빠른 클라우드 컴퓨팅의 등장이었다고 오버본드의 부크 매그델리닉(Vuk Magdelinic)은 말했다.

사모 펀드와 부동산처럼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는 이제 막 변화의 씨앗이 심어졌다. 소액 투자자들에게 비유동성은 저주일 수 있다. 긴장한 규제 당국은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관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사모 펀드의 홍보물은 그들의 투자금이 벌어들이는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홍보하고 있다. 그 결과, 사모 펀드 시장은 돈을 묶어 둘 의지와 능력이 있는 특정 유형의 투자자들에게만 흥미를 끌 수 있게 됐다. 대학 기부금의 4분의 1과 국부 펀드의 6분의 1이 여기에 투자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보험사와 개인 투자자들은 자본의 1퍼센트만 사모 펀드 시장에 투자한다.

 

그리고 모든 개인 투자자들


개인 투자도 변화할 것이다. 첫째로, 사금융 시장의 기업들은 고객이 줄거나 늘 때 규모를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ETF 채권에 버금가는 혁신이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펀드 매니저가 자금을 조달할 때 사금융 시장에서 매수를 시도한다. 그 자금은 10년 이상 묶여 수년간 20여 개의 회사나 부동산에 투자된다. 그러나 1월, 자산 운용사인 해밀턴 레인(Hamilton Lane)은 그와 같은 자금 조달 순환 방식을 버리고 기존 역학을 우회하는 사모 펀드와 사모 신용 펀드를 출시했다.

해밀턴 레인의 드류 샤트(Drew Schardt)는 “(사모 펀드의) 펀드 매니저가 펀드에 넣을 주식을 살 때, 고객은 우리에게 프로젝트의 지분과 관련한 파트너십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저렴한 방법이라고 했다. 직접 또는 공동 투자 계약에는 그 어떤 수수료도 붙지 않는다. 이러한 거래는 상당히 규칙적으로 이뤄지며 수요에 따라 펀드가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축소될 수도 있다. 이런 펀드는 정기적으로 투자 만기가 도래하도록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제한 상환액을 채워야 하고 연 20퍼센트의 만기 이율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는 제3자 가치 평가를 통해 펀드를 정리하려는 투자자들과 구입하려는 투자자들을 맞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달라지는 규제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공인 투자자만 부동산, 벤처 캐피털 펀드 또는 헤지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제를 보자. ‘공인’은 한때 20만 달러(2억 2300만 원)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100만 달러(11억 1500만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을 의미했다. 그러나 2017년에 변경된 규칙에 따르면 전문적인 경험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공인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중에게 부동산 투자 기회를 주는 스타트업의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한 기업 중 하나는 2014년에 설립된 카드레(Cadre)다. 대체 자산 운용사인 블랙스톤(Blackstone) 출신의 카드레 공동 창업자 라이언 윌리엄스(Ryan Williams)는 ‘디지털 주식 시장’처럼 건물의 지분을 거래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소를 구축하고자 한다.
카드레는 5~7년 정도 된 매물의 투자 기회를 찾아 플랫폼에 올린다. 투자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일부를 구매할 수 있다. 분기마다 임대 수익이 지급되고 투자자들은 거래 시스템을 통해 현금화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분기별로 투자 가치 평가 정보를 제공한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가격으로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고 윌리엄스는 말했다. 이 2차 시장은 일반적으로 빠르게 회전된다.

낮은 수수료는 투자를 유도하는 일부 요인이다. 카드레는 플랫폼에 예치된 현금 수수료 1퍼센트와 연간 관리 수수료 1.5 퍼센트를 부과한다. 기존의 대체 자산 운용자들이 받는 금액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클라이언트 중에는 자산 관리 고객을 대신해 2억 5000만 달러(2787억 원)를 투자하고 있는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포함돼 있다. 개인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다.

2015년에 설립된 일드스트리트(Yieldstreet)는 부동산 투자뿐 아니라 예술품, 해양 금융(컨테이너 선박 자금 지원 등)과 같은 대안 투자와 개인 신용 투자 서비스를 한다.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2015년 ‘미니’ 기업 공개(IPO) 규정을 변경해 공모 금액을 50만 달러(5억 5700만 원)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기업들은 예술품과 클래식 자동차들을 상장해 왔다.

가장 변화가 더디고 비싼 시장인 주거용 부동산에서도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무엇이 원활하게 기능하는 시장을 만드는지를 생각했을 때, 모든 것은 가격 예시와 데이터로 귀결됐다.” 주택 부문의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는 ‘아이바잉(i-buying, 중개자가 없는 직접 주택 거래)’ 기업 질로우(Zillow)의 리치 바튼(Rich Barton)의 말이다. 10년간 미국의 모든 주택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해 온 질로우는 이제 부동산의 특성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적용해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부크 매그델리닉이 채권의 특성을 알고리즘에 적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질로우는 알고리즘의 평가에 따라 주택을 구입해 대차 대조표에 올린 다음 이를 그들의 플랫폼에서 판매한다.

질로우가 부동산 중개인들의 수수료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아이바이어(i-buyer, 직접 거래 당사자)가 활동하는 지역의 수수료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콜로라도대 마이크 델프레테(Mike DelPrete)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바이어들이 중개인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하락하고 있다. 피닉스, 댈러스, 롤리 같은 지역에서 중개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약 0.5~1 퍼센트 떨어졌다. 애틀랜타에서는 불과 2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서로 다른 시장에 걸쳐 있는 발전을 보면 기술이 유동성, 가격 투명성, 그리고 다양한 금융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예술품, 채권, 주택 시장의 거래가 주식 시장 만큼 수월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리처드 쉬프먼은 테슬라의 채권이 주식만큼 흥미롭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단서는 명칭에 있다. “고정 수입이니까요!” 그는 웃었다. 아무도 집을 사거나 팔 때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 집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출구와 입구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은 곧 닥쳐올 유동성의 급증을 우려한다. 많은 기관 투자자들은 고객에게 작은 회사들의 주식이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은 종종 값비싼 패키지 계약의 일부다. 고객들은 투자 대행과 함께 능수능란한 충고를 함께 구입한다. 주식 시장에서 단독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을 때, 많은 이들은 투자 종목을 추천해 주는 전문가를 버렸다.

이제 가격 투명성과 유동성은 다른 자산 시장에서 치열한 수수료 경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에서 예술품과 부동산에 이르는 모든 포트폴리오에 낮은 수수료로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힘을 개인 투자자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는 게임스톱 주식의 반란이 아니라 수수료 전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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