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군인이 무장 병력의 임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레이첼 그라임스(Rachel Grimes)는 영국 육군 소속의 장교로 북아일랜드에서 세 차례 복무했다. 지역의 예전 경찰 조직인 왕립 얼스터 경찰대(Royal Ulster Constabulary)에 있었던 그녀의 동료들은 당시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녀가 경찰과 군 수색대에 합류하면서 뭔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팀원들의 행동이 바뀐 것이다. 병사들은 좀 더 자제력을 갖고 행동했다. 검문소에서도 현지인들은 좀 더 오래 멈춰 이야기했다. 그녀는 당시만 해도 이런 점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깨달음은 그녀가 몇 년 후에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유엔군의 젠더 고문으로 파견되면서 찾아왔다. 그녀는 한 마을의 변두리에 모인 여성과 아이들을 회상했다. 그들은 지역 사회에서 쫓겨난 강간 피해자들이었다. 그 지역에서 군인들은 수많은 강간 범죄를 저질렀다. “콩고 여성들이 가장 마주하기 싫었던 것은 군복을 입은 남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군복을 입은 여성은 달랐어요.” 그녀는 비룽가(Virunga) 국립 공원 언저리에 있는 에링게티(Eringeti)에서 여러 여성을 만났는데, 그들이 언제 어디서 공격이 일어날지에 대해 들려준 정보는 그동안 UN이 수집한 다른 정보들보다 훨씬 유용했다.
1957년부터 1989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UN 평화유지군으로 복무한 여성은 불과 20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 군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 육군 장교 가운데 여성은 5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16개국에서는 예전만 하더라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투 임무에서도 여성 복무가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는 여성 군인이 군 복무라는 것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전쟁이 여성들에게 좀 더 일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지휘관들이 정면으로 마주하게끔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진전은 언제나 필요한 만큼 빠르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급진적인 변화가 없다면, 여성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일부 생각들은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여성 군인을 옹호하는 데 있어서 UN은 많은 측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UN은 1993년에 1퍼센트에 불과했던 군대 내 여성 비율을 2028년까지 15퍼센트로 끌어올릴 것이며, 경찰 조직에서는 20퍼센트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아래 표 참조).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2019년에 이렇게 주장했다. “이것은 단지 숫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할의 개척자들 가운데는 2007년에 라이베리아에 파견된 103명의 인도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전원이 여성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경찰 부대였다. 이후에도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방글라데시의 경찰 부대가 아이티와 콩고에 파견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다. 캐나다 군부의 최고위 간부인 군 참모총장(CDS)에게는 젠더 고문이 있다. 캐나다의 육군, 해군, 공군 참모총장에게도 마찬가지다. 레이첼 그라임스가 현재 중령으로 복무하고 있는 나토(NATO) 역시 이 문제를 중요하게 취급해 왔다. 2019년까지 나토의 최고 사령관을 지냈던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장군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원이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인 여성참여팀(Female Engagement Team·FET)을 활용했던 사실을 지적하는데, 현지에서는 이들을 암사자(Lioness) 팀이라고 불렀으며, 이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활약했다. “여성들은 그런 지역의 가족 및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을 갖고 있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규정과 문화적인 금기로 인해서 여성 부대원들이 현지 여성과 교류하는 것이 방해받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의 전쟁에서 군인은 단지 적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일을 수행한다. 그들은 신뢰를 구축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남성 위주의 병력이 여성들을 상대하면, 종종 상황이 악화되기도 한다. 2011년 미 육군은 왜 수많은 아프간 군인들이 서양의 동료 병사를 살해하려고 했는지를 탐문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와중에서 수없이 되풀이해서 들을 수 있었던 불만 한 가지는 서양 병력이 “수색 과정에서 여성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것인데, 특히 야간 급습을 할 때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 상황에서도 여성들의 사진을 찍는다”고 어느 아프간 군인은 불만을 토했다. 반면에 여성 미군들은 “태도가 더 나으며, (사람들을) 좀 더 정중히 대하고 좀 더 존경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다”고 연구는 말한다.
여성들은 종종 자신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전장을 누빌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여성 군인이 된다는 것은 제3의 성별을 갖게 된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말리에서 UN군의 임무에 조언을 했던 영국군 장교인 리지 밀워터(Lizzy Millwater) 대위의 말이다. “순찰 중에 남성 병력을 참여시킬 수도 있지만, (여성 대원들과 함께 있으면) 그들이 어떤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성들이나 아이들과 더욱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서양의 군대만 이런 교훈을 배운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여성‧평화‧안보 대사인 재클린 오닐(Jacqueline O’Neill)은 나이지리아의 지하드 단체인 보코하람(Boko Haram)의 자살 폭탄 테러범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들은 여성들이 시장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검문소에서도 수색을 당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많은 나라의 군대가 이러한 경험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속도가 느렸다. “우리는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같은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리는 일을 상당히 잘하고 있습니다.”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미국 해군참모대학교(US Naval War College)의 교수인 조앤 존슨-프리즈(Joan Johnson-Freese)의 말이다. “하지만 미국의 전문 군사 교육 기관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도 얼마든지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8~2019년의 방위비 예산에서 여성, 평화, 안보 분야에 편성한 금액이 400만 달러(44억 원)였는데, 관련 분야에 대해 처음으로 예산을 받은 것이었지만, 펜타곤이 2014년에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 부전 치료제를 위해 8400만 달러(934억 원)를 소비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고 지적한다.
국제 여성의 날이었던 지난 3월 8일, UN은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이 활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우리가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우리가 방관자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 문구를 통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편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러한 편견을 자주 경험한다. UN군의 임무에 대한 연구를 보면 여성 평화유지군은 교전 지역에서는 총성이 조금은 잦아든 다음에야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성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분쟁 지역에서는 여성의 참여 비율이 더욱 낮았다. 설령 그런 지역에 파견되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기지에만 머물러 있거나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코넬대학교의 사브리나 카림(Sabrina Karim)은 여성들이 그렇게 제지를 당하는 이유는 지휘관들이 여전히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심지어 그런 판단 때문에 여성 인력이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 전투에서 여성 병사를 잃게 되면 미디어에서 엄청난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그러한 계산의 일부다. “여성들은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박탈당하고 있다”고 카림 박사는 말한다.
맴, 예스, 맴(Ma’am yes ma’am)
뉴욕에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평화연구소(International Peace Institute)의 그레첸 볼드윈(Gretchen Baldwin)은 여성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해당 여성은 물론이고 임무에서도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여성들이 그저 정해진 비율만 채우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들과 함께 파견된 남성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들을 전투에 참여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형식적인 인력으로 대우하게 될 것이다.
만약 각국에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여성을 서둘러서 내보낸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를 파견했던 초기에는, 수많은 여성 병력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 부대에서 근무하도록 사실상의 명령을 받곤 했다. 2014년 미국 육군의 연구에서는 “이로 인해서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대의) 동기 부여 수준이 부족해졌고, (부대 내에서) 정식 군사 훈련을 전혀 또는 거의 받지 못한 인력이 많아졌는데, 이는 모두 임무의 성공과 개인의 안전에 있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조지나 홈즈(Georgina Holmes)는 르완다에서 다르프루로 파견된 여성 평화유지군들로부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들은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했으며,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던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르완다에 있는 군사 교관들이 홈즈 박사에게 말하길, 그들은 여성 평화유지군들이 희생자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제평화연구소의 그레첸 볼드윈 역시 훈련을 제대로 받은 여성들마저도 ‘위험한 지역’에 파견하기를 거부하는 군부 지도자들의 위선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런 여성들이 동료 병사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을 위험이나 그보다 더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순찰을 하고 있을 때보다 기지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안전하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는 건 전혀 드문 경우가 아니”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을 증원하겠다는 UN의 목표가 크게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비록 UN이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파견하는 국가들이 속도를 낼 수 있게 “지속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성 평화유지군 인력의 수는 5퍼센트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UN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평화유지군은 젠더 이슈에 대해 더욱 많은 교육을 소화하고 있다. 배치 전에 이루어지는 훈련 과정에는 UN 평화유지군 요원에 의한 성적 착취를 방지하는 내용에 대한 강좌와 민간인에 의해 자행되는 성폭력을 방지하고 대응하는 것에 대한 강좌가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엘시 이니셔티브(Elsie Initiative)의 일환으로, UN의 관계자들은 캠프를 여성에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부대 시설의 배치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어린아이를 둔 여성에 대해서는 복무 기간을 단축해 주는 선택권도 부여하고 있다.
여성이 배치되는 방식도 새롭고 더욱 효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콩고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UN 평화유지군에는 여성이 참여한 팀이 모두 15개 있는데, 이들 각 팀은 장교 한두 명의 지휘하에 10~15명의 여성 병사가 속해 있다. 그런데 이 작전에서 영국군의 젠더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헬렌 브라이언(Helen Bryan) 소령은, 콩고에 파병된 모로코의 평화유지군이 여성들로만 조를 구성해서 순찰을 나갈 때는 사람들이 이들을 그다지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남성 병력이 함께 배치되면서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콩고 사람들은 여성들로만 이뤄진 팀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성별이 섞여 있다면,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한 임무를 똑같이 수행한다는 것을 그들도 볼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단지 여성스러운 일만 하는 것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나 여성 평화유지군을 보유하는 것이 특별한 장점이 있다는 주장들 중의 일부는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UN은 여성이 다른 여성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더욱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또한 여성 평화유지군이 “해당 국가의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여성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이베리아에서는 인도에서 파병된 여성 경찰 부대를 비롯해 여성들로만 구성된 다른 부대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의 비율이 늘어났고, 심지어 현지 여성들이 국가의 경찰력에 더욱 많이 합류하도록 용기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여성 군인의 존재는 나름의 한계를 가질 수 있다. 콩고 동부에 있는 도시인 베니에서는, 지난 4월 8일 현지 경찰이 군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는데, 당시 시민들은 2014년부터 이 도시를 괴롭혀 왔던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해 평화유지군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었다. 이곳을 포함해 다른 곳에서도 평화유지군 요원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거나, 해당 국가의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는 평화유지군이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여성 평화유지군이 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길을 닦고 있다는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제복을 입은 여성이 있다고 해서 제복을 입은 남성이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다. 콩고, 아이티, 라이베리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평화유지군 요원들이 강간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성적 학대 혐의로 기소되었다. UN은 2005년이 되어서야 병사들의 행실을 평가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했는데, 2015년에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있기 전까지는 어떤 나라에서 평화유지군 병력이 학대 혐의로 기소되었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여성 군인의 수가 많아지면 평화유지군이 저지르는 성폭력에 대한 신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평화유지군 동료를 신고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평화유지군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국가의 무장 공권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심지어 전투 임무에 있어서도 여성이 예전보다 더욱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에 미국의 현역 및 예비역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퍼센트가 여성이 전투 임무에 복무하는 것을 찬성했으며, 30퍼센트는 반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상당수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유럽의 어느 장교는 여성 평화유지군의 인원수를 늘리려는 시도에 대해서 남성 동료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여성들은 순찰 임무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굳이 파병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15명의 여성이 파병된다면, 15명의 남성이 훈장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시도는 보다 넓은 범위의 문화 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가을 펜타곤은 도널드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우려해서 두 명의 여성 장성에 대한 진급을 연기시켰다. 조 바이든이 이들에 대한 진급을 확정한 직후인 지난 3월에는, 폭스 뉴스의 진행자인 터커 칼슨(Tucker Carlson)이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서 “임신한 여성들도 전쟁에 참전할 것이며... 이는 우리 미국의 군대를 경멸하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의 군대가 “더욱 남성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펜타곤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지만, 많은 시청자가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나름의 성과를 내는 군대들도 있다. 나토의 현행 훈련 과정에서는 젠더라는 ‘주사’로 병사들을 시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혹시라도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을지 모르는 민간인 여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특히나 좋은 효과를 거둔 나라 중 하나가 캐나다다.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미군 병력의 실수를 지적했던 앞서 살펴본 것과 동일한 미국 육군의 연구는, 캐나다의 병력이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정중하게 대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욱 존경받는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결과는 젠더라는 이슈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양국 군대 내의 광범위한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젠더 기반의 분석 더하기”라는 기이한 이름을 가진 기법을 사용해 왔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정책이나 이니셔티브라 하더라도, 그 대상이 현장에 나가 있는 병력이든 가정에 머물고 있는 민간인이든 관계없이, 그것이 남성과 여성에게 얼마나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국방부에서 “젠더 평등 및 교차 분석 부서”를 이끌고 있는 리사 반더헤이(Lisa Vandehei)는 이러한 기법 덕분에 수많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육해녀[1]
예를 들어 캐나다 해군은 최근에 제복을 여성에게 더욱 잘 맞을 뿐만 아니라, 겸손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그러한 특성을 더욱 잘 살려서 맞춰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캐나다 공군은 훈련용 비행기의 사출 좌석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요구되는 최소 체중을 더 낮추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다른 비행기에서도 여성의 신체 사이즈를 고려한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군사용 장비들도 이런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반더헤이는 체중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남성에게 맞춰진 화학 무기 탐지 장치조차도 그것을 작동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 문제는 이러한 젠더 이슈가 차세대 지휘관들을 위한 군사 교육에서는 일상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의 국방 아카데미는 2018년부터 “인간 안보(human security)” 분야에 대한 과정을 연 2회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영국군 130명과 외국군 30명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해 왔지만, 이 강좌는 이미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주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 해군참모대학교의 존슨-프리즈 교수는 6년에 걸친 노력 끝에 올해 처음으로 여성, 평화, 안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교재를 강의 과정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육군이든 공군이든 해병대든 군대와 관련된 어떠한 대학에서도 이 주제를 필수 과목에 포함시킨 곳은 없다. “이것은 군사 작전에 있어 필수적인 내용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것을 다양성이나 포용성의 일부이거나, 또는 아주 협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그라임스 중령은 말한다.
군대와 같은 보수적이며 남성 중심 집단의 기풍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UN 휴전감시기구(UNTSO)의 수장으로 복무했으며 사이프러스의 파병 임무에서도 지휘관을 맡았던 크리스틴 룬드(Kristin Lund)는 수많은 군대가 여성 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핵심적인 이유로 “반나체 여성들의 포스터들”이 주둔지의 체육관에 걸려 있는 문화를 지적했다. “체육관에 비키니를 입고 가는 여성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2019년에 그녀가 연설하며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사이프러스에서 지휘관으로 있었던 당시에는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여성들의 포스터가 “사라졌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여성 병력의 수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이런 유형의 제도적 성차별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군대는 더 이상 신체적인 체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군대에서는 이제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복잡한 전장을 누빌 수 있는 병력이 필요하다. 군대는 이제 여성도 동등한 조건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캐나다의 여성‧평화‧안보 대사인 재클린 오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여성이 군대에 기여하는 추가적인 가치가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다수의 여성이 그저 그 일을 하고 싶어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언제 남성이 군대라는 조직에 기여하는 추가적인 가치가 있음을 논의하는 공개적인 행사를 열었던 적이 있나요?”